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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2005 정시 논술

2006 논술 ㅣ 승인 2005.12.07(Wed)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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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및 제시문

다음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첫머리에 자신을 주장을 반영한 제목을 달 것. 1800자 안팎)


( 가 )  그대들에게 묻노라.
 해는 가더라도 반드시 새해가 돌아오고, 밝은 낮은 어두워져 밤이 된다. 그런데 섣달 그믐밤을 지새는 까닭은 무엇인가? 소반에 산초(山椒)를 담고 약주와 안주를 웃어른께 올리고 꽃을 바쳐 새해를 칭송하는 풍습과, 폭죽을 터뜨려 귀신을 쫓아내는 풍습은 그믐밤을 새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침향나무를 산처럼 쌓아 놓고 불을 붙이는 화산(火山)의 풍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섣달 그믐밤에 마귀를 쫓아내는 대나(大儺)의 의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함양(咸陽)의 객사에서 주사위로 놀이하던 사람은 누구인가? 여관방 쓸쓸한 등?아래 잠 못 이룬 사람은 왜 그랬는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시로 탄식한 사람은 왕안석(王安石)이었고, 도소주(屠蘇酒)를 나이 순에 따라 젊은이보다 나중에 마시게 된 서러움을 노래한 사람은 소식(蘇軾)이었다. (…) 사람이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다투어 기뻐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원컨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것에 대한 그대들의 말을 듣고 싶다.

이명한 <백주집> 권20, 문대(問對)

( 나 )  18 세상에서 내가 수고하여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내 뒤에 올 사람에게 물려줄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19 뒤에 올 그 사람이 슬기로운 사람일지, 어리석은 사람일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내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지혜를 다해서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그에게 물려주어서 맡겨야 하다니, 이 수고도 헛되다.
20 세상에서 애쓴 모든 수고를 생각해 보니, 내 마음에는 실망뿐이다.
21 수고는 슬기롭고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 하는데, 그가 받아야 할 몫을 아무 수고도 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차지하다니, 이 수고 또한 헛되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22 사람이 세상에서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속썩이지만, 무슨 보람이 있단 말인가?
23 평생에 그가 하는 일이 괴로움과 슬픔뿐이고, 밤에도 그의 마음이 편히 쉬지 못하니, 이 수고 또한 헛된 일이다.

 <성경전서> 전도서 2: 18~23

( 다 ) 노인, 즉 전성기를 지난 사람의 성격이란 젊은이의 성격과 정반대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법이다. 그들은 여러 해를 살았고, 사는 동안 속은 적도 많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으며,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만사가 뒤죽박죽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그 결과 노인들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으며 모든 일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다. 그들은 ‘생각’은 하지만 ‘인식’은 하지 못하고, 늘 미적거리다 보니 ‘아마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달면서 그 어떤 것도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냉소적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일의 가장 나쁜 점만을 보는 것이다. 게다가 노인들의 인생 경험은 남들을 믿지 못하게 하고, 남을 못 믿으니 의심이 많다. 따라서 그들은 열렬히 사랑하지도 심하게 증오하지도 않으며, 편견이 이끄는 대로 언젠가는 증오할 것처럼 사랑하며 언젠가는 사랑할 것처럼 증오한다. 노인들은 인생살이 앞에 무릎을 꿇었기에 속이 좁고, 그들의 욕망은 그저 그들을 살아남게 하는 것보다 더 고매하거나 더 비범한 것을 겨냥하는 법이 없다. 노인들에게 돈은 꼭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돈이란 것이 얼마나 벌기 어렵고 써버리기 쉬운지를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이들은 돈에 관한 한 인색하다. 노인들은 겁쟁이들이고 늘 미리 걱정하며 산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과는 달리 그들의 기질은 차디차다. 노년이 비겁함에 이르는 길을 열어 주니, 이들은 두려움으로 차갑게 얼어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삶을 사랑한다. 모든 욕망의 대상이란 갖고 있지 않은 것이기 마련이고,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들을 갈구하는바, 노인들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삶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 라 )

   
  티치아노<인간의 세 시기> (1511~1512)  

( 마 )
나는 꿈에 지친 사람,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
하루 종일 나는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책에서 미인 그림을 발견한 듯
눈을 맘껏 즐겁게 하며
아니면 가려듣는 귀까지도 즐겁게,
그저 지혜로움에 만족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하지만, 하지만,
이것이 내 꿈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아, 들끓는 젊음이 내게 있었을 때
우리가 만났었다면!
그러나 나는 꿈에 잠겨 늙어가네,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처럼.

W. B. 예이츠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트리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해신(海神). 흔히 반인반어(半人半魚)로 묘사됨.

                                    
해설

■ 문제 분석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젊은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듦’을 논제로 택하여, 상투적 사고의 틀에 안주하지 않는 창의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논제(나이 듦)를 인간의 근원적 속성인 ‘욕망’의 문제와 연관시켜 파악해 보라는 것이다.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력과 다양한 입장을 반영한 제시문들을 비교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응용력을 평가하려 하였다.
나이 듦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국 사회의 지배적 통념은 장유유서와 노년의 완숙함 및 지혜로움을 숭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그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겠으나, 바로 그런 이유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통념을 뒤집어 보는 난이도가 높은 사고의 전개를 요구하는 것이 이번 논술 시험의 취지이다.
제시문들에는 공통적으로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인간의 일정한 생각이 드러나 있다. 인간에게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은 나이 듦을 의미하므로, 이 논제는 제시문에 드러난 인간의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인간의 근원적 속성인 욕망의 문제와 연관시켜 분석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제시문 요지
( 가 ) ‘세월이 흘러감’이 아이와 노인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 즉 아이는 새해가 오는 것을 기뻐하지만 노인은 탄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나 )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노인의 한탄과 그 이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의 화자(話者)는 인간이 세상에서 수고하고 고생하는 것은 헛되고 보람 없는 일이라고 탄식한다. 그것은 그가 온갖 고생을 해서 획득한 욕망의 대상을 정작 그 자신은 소유하지 못하고 뒤에 올 사람에게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다 )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노인들의 성격과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하는 동안 노인들은 냉소적·부정적이 되고 어떤 것도 확신하지 않으며 비겁해진다. 그들의 욕망 또한 더 이상 고매하거나 비범한 것을 향하지 않고, 그들을 살아남게 하는 돈이라든지 그들이 결핍한 삶(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 자체)을 향하게 된다.

( 라 ) 인간의 세 시기(갓난아기-청년-노인)가 나타나 있다. 시계 방향에 따라 세월의 흐름이 순차적으로 배치된 갓난아기·청년·노인의 크기는 그들의 욕망의 격렬함의 정도와 비례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그들의 시선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배경의 나무에 주목할 수도 있다. 갓난아기 때 인간은 본능적 욕망만을 가지고 있을 뿐, 부·명예·사랑·권력 등과 같은 욕망의 구체적인 대상들에 아직 눈 뜨지 않은 상태이다. 그림의 아기들 역시 잠들어 있다.
한편 청년기의 인간은 갖가지 다양한 욕망의 대상들을 응시한다. 그림 속 청년들은 사랑에 빠져 서로를 응시하고 욕망한다. 이때 욕망의 무성함을 암시하듯이, 이들 뒤의 나무는 노인 뒤의 나무와는 달리 잎이 울창하다. 그러나 청년기의 욕망은 세월에 의해 대부분 스러지게 마련이다. 세월은 인간에게 그가 격렬히 욕망했던 대상을 결코 획득할 수 없거나(욕망의 허구성:제시문 (다)(마)에 암시되어 있다), 혹은 획득한 것을 결코 소유할 수 없다는 것(욕망의 기만성:제시문 (나)에 암시되어 있다)을 가르친다.
그 결과 노인들은 더 이상 청년들과 같은 종류의 욕망을 갖지 않게 된다. 그림 속 노인은 해골을 응시하고 있다. 그들은 다가오는 죽음을 끊임없이 인식하며, 그들을 살아남게 한 ‘돈’이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 자체를 욕망하게 된다(욕망의 대상 변화:제시문 (다)에 암시되어 있다). 제시문 (마)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 시절 욕망했으나 그 스러짐을 경험했던 대상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관조하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러한 자세 변화는 삶에 대한 원숙한 성찰이나 욕망의 절제 등과 같은 표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 반면 비겁함과 소극성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인간 욕망의 대상과 그에 대한 자세를 변화시키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세월을 그의 육체와 정신에 관통시킨 자, 노인이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것은 그러한 변화의 무자비성이 그에게 안겨 주는 서글픔 때문이다. 그림 속 홀로 외롭게 남겨진 등 굽은 노인이 곧 자신도 그렇게 변할 해골을 응시하며 탄식하듯이.

( 마 ) 아름다운 여인을 앞에 둔 노인의 독백을 통해 인간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욕망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알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욕망이 허구적이고 기만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들끓는 욕망을 분출할 수 있었던 ‘젊음’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노년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 문제 의식
‘세월이 흘러감’과 ‘욕망’의 변화와의 관계.

■ 결론
인간에게 세월은 욕망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가르치는 과정이나,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 과정 자체로의 삶을 욕망할 수밖에 없다. 

■ 전체 개요
1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의 변화와 관련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젊음은 인간에게 욕망의 대상을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불어넣어 주며 이 희망이 그의 삶의 동력이 된다. 
3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유한(有限)한 존재인 인간에게 욕망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가르친다.
4 인간에게 세월은 욕망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가르치는 과정이나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 과정 자체로의 삶을 욕망할 수밖에 없다.
 


예시 답안
 
그리스 신화(神話)에서,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늘 거대한 낫을 들고 다닌다. 그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낫은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을 끝나게 하는 시간의 힘을 상징한다. 크로노스가 지나간 자리, 즉 ‘세월이 흘러간’ 자리에는 탄식이 남는다. 부·명예·권력·사랑·육체의 아름다움과 같은 인간 욕망의 대상들이 그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차례로 스러짐을 목도한 뒤, 마침내 인간 욕망의 마지막 대상인 생명의 스러짐을 목전(目前)에 둔 노인들의 탄식이다. 그의 육체와 정신에 세월을 통과시킨 자를 ‘노인’이라 부를 때, 그들은 세월의 흐름?통해 자신들의 욕망의 대상과 성격이 변화했음을 알고 죽음 앞에서 이를 탄식한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암시하는 티치아노의 그림을 통해, 각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의 변화와 관련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세월의 흐름의 방향(시계 방향)으로 갓난아기·청년·노인(老人)을 배치한 (라)에서 우리는 각 시기의 욕망의 대상과 성격에 대한 비유를 읽어낼 수 있다. 갓난아기 때 인간은 본능적인 욕망(慾望)만을 지닐 뿐, 현실의 구체적인 욕망들에는 아직 눈 뜨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욕망을 갖게 되며, 이때 다가오는 미지(未知)의 시간이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場)이 된다. (가)에서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노인들과 달리, 아이들이 새해가 오는 것을 기뻐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또한 마침내 그들이 혈기 왕성한 청년이 되었을 때, 그들의 욕망은 배경의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가 암시하듯이 강렬하다. 사랑에 빠진 남녀가 상대방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듯 서로를 강렬하게 응시하듯이, 들끓는 젊음은 인간에게 욕망의 대상을 영원히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불어넣어 주며 이 희망이 그의 삶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유한(有限)한 존재인 인간에게 욕망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가르친다. (나)의 노인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지난 세월 동안 수고하여 획득한 욕망의 대상을 결코 소유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나)의 노인이 세월의 흐름을 허망해하는 까닭은, 그가 죽음 앞에서 욕망의 기만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마)의 노인 또한 삶의 경험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욕망의 대상(對象)을 결코 획득할 수 없거나 획득하더라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음을 깨닫고 탄식하는 자이다. 그리하여 아름牟?여인을 그저 ‘관조’만 하는 대리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노인의 태도는 양가적인데, 그는 세월의 흐름을 통해 인간 욕망의 성격을 깨달은 ‘철이 든’ 자로 자신을 묘사(描寫)하는 한편, 그에게 그 깨달음을 가져다준 지나간 시간 자체를 그리워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성은 세월의 흐름이 인간을 부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노인의 부정적 성격을 묘사하며 지적하는 (다)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세월 동안 그들이 강렬히 욕망했던 것이 덧없었음을 깨달은 노인들은 그저 ‘돈’을 욕망하는 한편, 그에게 그러한 덧없음을 가르친 과정이었던 ‘삶 자체’를 또한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이다.

그림 속 노인이 해골을 응시하며 탄식하는 서글픈 장면은, 인간 존재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삶이 곧 욕망의 대상을 쫓는 과정이라 할 때, 그 과정의 끄트머리에서 인간에게 남는 것은 그 욕망이 덧없는 것이었다는 탄식이다. 제시문 모두에서 세월이 흘러감, 즉 나이 듦이 탄식할 만한 것이었던 까닭은, 인간에게 세월은 욕망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가르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 과정 자체로의 삶을 욕망할 수밖에 없으니, 이 지점을 또한 인간의 운명애(運命愛)가 시작되는 지점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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