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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버림 받은 오토바이들의 반격

제조 업체들 “통행 제한은 한국뿐” 공식 이의 제기

김은남 기자 ㅣ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1.13(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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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안희태
올림픽대로 입구에서 피터 김씨의 오토바이가 멈춰섰다. 이륜차 진입 금지 표지판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같은 영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토바이(모터사이클)를 타는 순간 부랑아 내지 망나니로 낙인찍히는 사회에서 그가 오토바이를 배웠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로 대표되는 이륜자동차 산업은 그간 한국 사회에서 서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법령상으로나, 실질적인 구조·기능상으로나 이륜차가 분명 자동차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바퀴 네 개 달린 차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지내 왔던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최근 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속도로에서의 오토바이 주행을 허용해 달라는 헌법소원이 지난해 11월과 12월 잇달아 제기될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이들 또한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대림자동차와 함께 국내 오토바이 시장을 7대 3 규모로 양분하고 있는 효성기계공업은 지난해 11월 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경찰청을 상대로 ‘국내 이륜차 산업의 육성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륜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업체만이 이륜차 제작·수입을 가능하게 하는 등 자기 인증 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의 이륜차 주행이 허용되게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야 하며 △이것이 당장 어려울 경우 제조 업체의 테스트용 오토바이에 한해서라도 고속도로 주행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국내 업체가 고속도로에서의 오토바이 주행을 허용해 달라고 정식 건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수입 업체의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 BMW코리아 등 주요 외국계 업체들은 그간 주한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2백50cc 이상 대배기량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해 달라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꾸준히 전달해 왔다.

 이를테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2002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주요 교역국 가운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규정했다.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또한 <2005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금지를 통해 한국이 대형 오토바이 시장 형성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배기량 1백25cc 이상 오토바이에 한해 고속도로에서의 1인 승차를 허용하다 2004년 법 개정 이후 2인 승차를 추가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수입 업체들의 주장은 일종의 통상 압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발 여론만 불러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 업체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관련 업체들 “법 때문에 수출에도 어려움”

국내 업체가 나선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 2003년부터 6백50cc급 대배기량 오토바이를 생산·수출하고 있는 효성기계공업의 한 관계자는 “고속도로 주행이 전면 허용되어 있는 미국·유럽에 오토바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고속 주행 테스트가 필수적인데 현행법상으로는 국도에서만 주행이 가능해 충분한 테스트 효과를 낼 수가 없다”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더 큰 이유는 구조적인 타개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산 오토바이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이륜차 산업 전체가 사양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환 위기를 거치며 국산 오토바이 판매 대수는 연간 30만 대에서 10만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중국산 오토바이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이륜차와 관련된 각종 법·제도가 먼저 정비되어야 한다고 관련 업계는 요구한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의 오토바이 주행 금지 조항이 풀리면 ‘교통 수단용 오토바이 시장’이라는 새 시장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 오토바이 시장은 ‘택배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상업용 저배기량 시장과 레저·스포츠용 고배기량 시장으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교통 수단용 오토바이 시장은 거의 실종되어 있다시피 하다.

한 예로 일산~서울을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현재 같으면 굳이 오토바이에 매력을 느낄 이유가 없다. 자유로가 아무리 막힌다 해도 오토바이로 국도를 우회하는 것보다는 자동차로 자유로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이다(오토바이는 자동차 전용 도로인 자유로에 진입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국산 이륜차 산업을 고배기량·고가형 오토바이 위주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도 규제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이번에 헌법소원을 주도한 전국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 대표 피터 김씨(본명 김지석)는 “지금 같은 고유가 시대에 연비·교통 체증·환경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주차 문제까지 덤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이 바로 모터사이클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구태의연한 편견으로 이륜차 산업을 스스로 죽여 왔다”라고 비판했다. 오토바이 제조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을 일군 BMW·혼다·야마하의 기적을 재현하는 길이 한국에서는 30년 넘게 원천 봉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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