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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뺨치는 침팬지들의 ‘작태’

감수성 예민하고 권력 관계 복잡…신자유주의 논리 확대에 일조

문정우 대기자 ㅣ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2.06(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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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TC
중앙 아프리카의 콩고강 남쪽 하안에 서식하는 대형 유인원 보노보(위)는 폭력과 섹스에 굶주린 침팬지와는 달리 평화를 즐겨 ‘파티걸’이라고 불린다.
 
원숭이, 그 중에서도 침팬지 같은 대형 유인원에 대한 연구는 우리 삶에 직접 큰 영향을 끼친다. 유인원 연구 결과를 보면서 진화론을 확신하게 된 전세계의 자유주의자들과 창조론을 믿는 보수적 기독교도 사이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에는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러들이 1백5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보수적 기독교도의 자식들이다. 이들 골수 기독교도들은 진화론을 신봉하는 자유주의자들이 점령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싫어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들은 ‘마음’과 ‘영혼’을 가진 존엄한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일 리는 절대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수십 년간 야생이나 사육 상태의 유인원을 관찰해온 연구자들의 상당수는 유인원들이 영혼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마음은 갖고 있다고 믿는다. 유인원은 20년 전 만났던 연구원에게 다시 만나자마자 금세 반가움을 표시할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을 가졌으며,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해 행동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뺨치게 감수성이 예민하고 권력 관계도 복잡하다.

유인원, 그 중에서도 특히 침팬지 연구자들을 경악하게 한 사실은 이 친근한 외모의 인간 사촌들이 상상외로 잔인하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침팬지의 친구로서 살아온 제인 구달 같은 이도 침팬지가 타고난 도살자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인간의 공격성은 진화의 산물?

침팬지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침팬지는 피와 권력과 섹스에 굶주린 짐승이다. 그들은 종종 같은 무리의 동족과 싸움을 벌이며 그들을 죽이고 심지어 잡아먹기까지 한다. 수컷들은 무리 내에서의 서열을 끌어올리고 보다 많은 암컷과 섹스를 즐기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한다. 늙고 힘없는 수컷들이 연합해 젊고 똑똑한 수컷을 거세해버리는 일도 드문 일은 아니다. 혈연, 지연을 따져 촌수 가리는 작태가 인간 못지않으며 다른 무리에 대한 맹목적인 적개심을 갖고 있다.

유인원 연구자들의 이같은 보고서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선의나 관용에 바탕한 인간의 문명은 흉악한 본성을 가리는 얇은 위선의 막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논리는 세계 1, 2차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을 학살한 인간의 공격성이 사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갔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생물학자 리처드 도긴스는 “진화는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기 때문에 이기심은 우리를 끌어내리는 결점이 아니라 변화의 원동력이다”라고 역설했다.

생물학이 폭력성을 적자생존의 한 방편이라고 주장할 즈음인 1980년대에 이른바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가 나왔다. 이는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욕망은 사회 발전을 가져오는 강력한 유인 동기라며 추진한 일련의 경제 정책을 말한다. 두 사람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복지 정책과 노동자 보호 장치를 대거 철거하는 대신, 사회적 강자인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이 흐름은 지금의 신자유주의 혹은 뉴라이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유인원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유인원의 폭력성만을 강조한 것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반성이 대두하고 있다. 유전적으로 침팬지보다도 인간과 더욱 가깝다는 보노보 연구자들이 대표적이다. 아프리카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콩고강 남쪽 하안에 사는 보노보들은 ‘파티걸’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쾌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유인원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학자 프란스 드 발은 <내 안의 유인원>이란 책에서 보노보의 연구 사례를 들어 “남들에 대한 배려, 동정, 평화를 사랑하는 것도 유인원이 가진 중요한 본성 중의 하나이다”라고 주장했다. 약자를 짓밟는 인간의 폭력성을 합리화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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