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쓰는 사업 이젠 싫다”
  • 張榮熙기자 ()
  • 승인 198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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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구조 변화⋅⋅⋅常備 근로자 줄어들고 임시직은 늘어나

취직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심상치 않다.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원貨절상과 노사분규의 회오리가 지난 뒤 雇傭증가세 둔화가 가시화되고 고용패턴도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덜 쓰기’ 한냉전선은 특히 대기업에 상륙중이다. 재벌그룹들은 올 하반기 신규인력을 7~17%씩 줄여 뽑을 계획을 세우는 등 인력절감에 부심하고 있다. 대신 공장자동화 투자규모를 대폭 늘려 임금부담을 줄이고 궁극적으론 경쟁력을 높일 복안을 짜고 있다. 또 생산라인을 떼주는 방식으로 고용인력을 줄이든지 아예 중소기업에 하청생산을 맡겨 자사 상표를 붙이는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도 선호되고 있다.
 사업확장위주의 재벌들이지만 돈벌이가 되더라도 사람을 많이 써야하는 사업은 마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월했던 부서 신설도 이젠 어렵다고 (주)럭키관계자는 말한다. ‘사람 덜 쓰는’ 쪽으로 기업인들의 마인드가 급속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자동화로 방향전환
 이런 기업인들의 의식변화는 ‘골치 아른 사람’ 대신 공장자동화로의 방향전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공장자동화에 역점을 두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노사분규 격화로 한층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상공부 집계에 의하면 지난 상반기 중 로봇, NC 공작기계 등 자동화시설 규모는 8백30억원이나 됐다. 이는 전체 시설투자액 1천4백48억원의 57.6%에 이르는 것으로 대내외적 기업환경 악화를 공장자동화로 타개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노동부가 3개월 이상 고용계약을 맺은 常備근로자 10명 이상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통계를 보면 상용고용지수(85년=100)는 지난해 상반기 중 109.1에서 올 상반기에 107.4로 뚝 떨어졌다. 특히 광업과 제조업은 상반기 중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포인트, 3.7포인트 떨어져 노동집약적 산업의 쇠퇴를 반증해주고 있다. 반면 사회 및 서비스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포인트 높아져 3차산업으로 인력이 몰리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노동력 절약을 위한 공장자동화에 열을 올리고 신발 등 수출채산성이 약화된 제조업체에서는 생산시설감축, 조업단축등 감량경영에 나서는가 하면 아예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어 제조업의 고용정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실제로 九老수출공단의 경우 올 8월말 현재 4백30개 업체의 고용인력은 10만6천1백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만4천4백59명보다 1만여명 가까이나 줄었다. 그것도 올해 생긴 남동단지의 근로자 3천8백10명이 여기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고용감소 사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고용증가의 둔화세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란 데 있다. 국민소득이 1% 증가할 때 고용증가의 정도를 나타내는 고용탄성치(유발계수)가 87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에는 우리경제가 1% 성장할 때 5만명의 신규노동력을 흡수한다고 계측했지만 이제는 이 공식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노동연구원 李銑박사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쇠퇴하고 자본집약적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최근의 상황에선 고용구조 또한 과거처럼 단순하게 예측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고용패턴도 상시고용보다 임시직 고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노사분규 등 노무관리상 시끄러운 문제를 회피하겠다는 의도인데 웬만한 기업들은 관리인력도 용역회사에 의뢰, 핵심인력만 남겨놓고 있다.
 최근 노동부가 분석한 고용동향도 이를 잘 나타낸다. 상시고용근로자 수가 줄고 일용근로자 수는 늘고 있는 것이다.
 7월 중 상시근로자 수는 8백68만4천명으로 전체 피용자 1천48만9천명 중 82.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피용자 중 상시고용자비율 85.1%보다 2.4%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반면 일용근로자수는 1백80만5천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4%포인트 증가한 17.3%였다.
 고용구조에 변화를 일으킨 요인으로 경제기획원 인력개발계획과 朴吉浩서기관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종에서 원高와 高임금 추세에 눌려 상대적으로 신규채용을 기피하는 대신 해고가 쉽고 복지비용등 부담이 없는 임시직, 시간제근무자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구직난 시대’에 일부 업종은 ‘구인난’이라는 이색현상이 병존하고 있다. ‘사람 덜 쓰기’에 지배되고 있는 노동시장임에도 학력별⋅직종별로 구인과 구직의 불균형이 심화, 明暗이 엇갈린다. 특히 일부 생산업체에서는 저학력의 나이어린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구로공단의 게시판에는 사람찾는 구인광고는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보는 사람은 드물다. 날씨마냥 썰렁한 모습니다.

구인⋅구직 불균형 명암 교차
 이는 전반적인 노동수요 침체 속에서도 헐 값에 험한 일을 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공급이 더 크게 줄어든 데 따르는 현상이다.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3차산업의 異狀활황과 과소비풍조로 젊은 근로자들이 힘들고 궂은 일을 꺼리는 경향 때문이다. 힘들게 일하던 여공이 술집 등 서비스업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부분의 인력난은 태국⋅필리핀⋅인도 등 동남아 불법입국자가 채우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다 九老수출공단 본부의 李福南홍부과장은 “근로자의 기피 증세가 심각”하다며 사용자들도 종전의 노동력 착취의 발상에서 근로조건 개선 등 진정으로 근로자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한다.
 또 대졸인력의 경우 전기⋅전자⋅반도체⋅통신⋅석유화학 등 첨단산업이 기술인력은 크게 부족, ‘모셔가기’의 열풍이 불고 있는 반면 일반 사무직종은 구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문계 전공분야의 대학비중이 높아 벌어지는 수급상의 불균형이다. 이로 인해 내년에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위기의식마저 일고 있다, 우리경제는 지금 산업구조 조정에 따라 고용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에서 소외될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면 극심한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조정기의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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