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바닥’ 딛고 다시 솟구칠까
  • 김상윤(하나은행 지점장) ()
  • 승인 200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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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증시 전망/상승 여력 충분…기업들 예상 실적 발표가 분수령 될 듯

 
한국 주식시장이 일진일퇴(一進一退)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지난 1월17일이었다. 이날 코스피(종합주가지수) 지수는 장중 1426.21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일 대비 32.21포인트나 밀린 1389.58로 마감해 장대음봉을 보였다. 이후 3월23일 현재까지 주가지수는 3개월 이상이나 1300선 대에서 횡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숱한 주식 분석가들이 1500~1600 선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3월13일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지난 연말 대비 4.94%나 떨어져 조사 대상이 된 세계 45개 주요 지수 가운데 44위를 기록했다(꼴찌인 45위는 코스닥 지수).

이런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반응에는 당연히 걱정과 실망이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대세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일까? 아니면 단지 조정을 겪고 있을 뿐인가? 과연 주식시장에 봄이 도래하기는 하는 것일까?

주식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1300이라는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22일 1309.83까지 밀린 것을 포함, 올 들어 주가는 네 번이나 1300선 근처까지 밀렸지만 그때마다 U자형의 바닥을 만들며 강한 반등에 성공해 장세의 흐름을 되돌려 놓곤 했다. 그만큼 1300선에 대기 매수 세력이 많으며 그 이하로는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 있다는 뜻이다. 대개  U자형 바닥은 ‘2중 바닥’만 되어도 주가 상승의 반전 신호로 해석된다. 횟수가 반복되면 될수록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신뢰도가 높아진다. ‘3중 바닥’ ‘4중 바닥’을 흔히 ‘강철 바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4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가파른 상승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줄었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한 달간의 평균 주가를 나타내는 20일 이동평균선이 1340선, 60일 이동평균선이 1350~1360선에 걸쳐져 있는 가운데 120일 이동평균선(6개월 평균 주가)이 1300선에서 점점 고점을 높이고 있음은 눈여겨보아야 한다. 주가와 기간별 이동평균선이 한 자리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힘을 비축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주요한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하락 장세에도 자금 유입 꾸준히 늘어

최근의 하락 장세에도 증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다는 점도 ‘푸른 신호등’이다. 지난 한 해 시세 분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적립식 펀드만 보더라도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지난 2월 한 달 동안 1조원 이상 자금이 들어왔다. 자금 유입 규모나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폭락 장세 속의 꾸준한 자금 유입’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구 수의 30% 남짓인 5백만 개를 넘어섰는데, 이들이 매월 꼬박꼬박 주식시장에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갈 곳을 잃은 풍부한 대기성 유동자금의 존재도 주식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동안 가파른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이 아직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수익률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해 본 결과 한국 증시는 평균 9.8배로, 전세계 증시 평균 (14.8배)보다 현저히 낮았다.

물론 본격 상승세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오르더라도 1350선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것을 감안하면 당장은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기업의 실적 둔화에 대한 높은 우려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증시의 바로미터인 IT 업종의 실적 악화가 2/4분기까지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화 절상과 유가 상승, 세계 경제(특히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도 근심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강한 원화’가 주가에 나쁜 영향만 미쳐온 것은 아니며, 유가 역시 고유가에 대한 내성이 커지는 등 충격이 완화되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최근 소비 등 내수경기가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주가의 상승 반전 여부는 원화 절상(수익 감소)이나 유가 상승(비용 증가)이라는 역풍에 맞서 우리 기업이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3월 말께부터 한국 기업의 1/4분기 예상 실적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따라 옥석을 가리려는 시장 참가자들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져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4월까지 주식시장은 시장의 힘을 축적하며 차근차근 상승을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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