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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질러진 ‘비폭력’ 궁지 몰린 한총련

경관 사망 사건으로 대중지지 잃을 위기

오민수 기자 ㅣ 승인 1993.06.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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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치하에서나 볼 수 있는 비극이 또 발생했다. 지난 6월12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골목길에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ㆍ의장 金在容 한양대 총학생회장) 소속 대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던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81중대 金春道 순경이 학생들로부터 구타를 당해 숨졌다. 과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왕왕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문민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학생운동권도 ‘비폭력 평화 시위’를 천명했던 터여서, 이번 사건의 충격은 더욱 크다. “경찰의 강경진압 때문에 발생한 우발적인 사태”라는 한총련측의 주장과 “공권력에 도전하는 폭력집단의 용서할 수 없은 파괴행위”라는 정부측의 시각이 맞서고 있지만, 죽은 김순경을 되살릴 길은 없다.

학생과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한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학생측에 있는 만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한총련은 앞으로 사업을 펴나가기가 꽤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총련이 바로 그 대중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에전처럼 곱지만은 않은 데다가 한총련의 지지기반인 ‘청년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요구도 매우 다양해졌다.

“공정 수사 이뤄지면 적극 협조”
한총련도 진작부터 이런 사회변화를 수용해 비록 평화시위를 내걸었고,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과거 정치투쟁 일변도의 노선에서 벗어나 올해 사업목표를 ‘생활ㆍ학문ㆍ투쟁의 공동체 건설’로 정했었다. 물론 한총련이 정치투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한총련이 침체한 학생운동의 활로를 찾기 위해 진력하는 부문은 통일운동이다. 이 날의 비극도 통일운동의 일환으로 한총련 산하 조국통일위원회(위원장 金炳杉 연세대 총학생회장)가 연세대에서 ‘남북청년학생 자매결연예비회담’ 출정식을 갖고 판문점으로 향하던 도중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발생했다.

한총련은 14~16일 3일간을 김순경 추모기간으로 정해 각 대학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용인ㆍ성남 지역 총학생회연합 소속 시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한총련의 한 간부는 기자와 만나 “공정한 수사만 이루어진다면 혐의 학생들을 출두시킬 수도 있다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정부측 대응에 맞서기보다는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총련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의 비난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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