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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초과’한 토초세

집단 조세저항 부딪혀 제동…공시지가 등 공정성 확보가 ‘관건’ 

장영희 기자 ㅣ view@sisapress.com | 승인 1993.08.05(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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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저항은 무섭다. 최근 토지초과이득세(이하 토초세) 납부예정통지서를 받아든 대상자들은 “내 땅에 대한 토초세 부과가 잘못됐다”라며 성난 얼굴로 관할 세무서에 몰려들고 있다. 납세예정통지자 24만명 중 35%가 넘는 사람이 이의 신청을 냈다. 이같은 집단적 조세저항은 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될 때의 파동을 방불케 한다.

 홍재형 재무장관은 지난 7월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억울한 납세자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자경농지 기준을 완화하는 등 몇가지 보완책을 내놓고 이의신청 기간도 8월20일까지로 늘렸다. 집행 관청인 국세청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세무서를 찾은 납세예정자들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을 ‘친절하고도 충분한’ 상담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인 쪽은 민자당이다. 7월17일 ‘토지초과이득세 과세실태조사단’(단장 나오연 의원)을 긴급 구성한 민자당은 유휴 토지의 판정 및 지가 산정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토초세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89년 말에 입법된 토초세는 토지공개념 3개 세금 중 가장 강력한 부동산투기 규제수단이다.

 이 세금은 개인이 소유하는 노는 땅(유휴 토지)이나 법인의 비업무용 땅의 가격이 정상 지가상승률보다 올랐을 때 땅주인이 얻게 되는 자본이득의 절반(50%)을 국가가 거둬들이는 것이다. 3년마다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땅값이 정상 지가상승률보다 1.5배를 넘은 땅에 대해서는 1년마다 부과할 수 있다. 91년과 92년의 토초세 부과는 예정과세였으며 이번 첫 정기과세가 초장부터 조세저항이란 덫에 걸려 큰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토초세는 ‘소송초과세’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태어날 때부터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우선 토초세는 땅을 사고 판 거래없이,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과세된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더 큰 말썽의 불씨는 세금을 매기는 잣대인 공시지가의 객관성에 있다. 국세청 이건춘 재산세국장의 지적처럼 이의신청의 90%가 공시지가에 몰리고 있다(10%는 유휴 토지 판정이 잘못됐다). 건설부는 올해 초 감정평가사 5백30명을 동원해 전국 2천5백만 필지 중 약 30만 필지를 표준지로 선정해 지가를 조사했다. 표준지는 용도지역과 지목이 같고 특성이 비슷한 인접토지 80여 필지를 대표하는 토지이다.

행정편의주의에도 문제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잘못 매겨졌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지만 제대로 됐다고 해도 현장검증 없이 개별 지가가 매겨지면 오류가 나기 쉽다. 같은 표준지에 속해도 땅값 차이가 클 수 있는데, 이 작업에 1만3천여명의 공무원이 투입됐다 해도 공무원 한 사람당 무려 2천건을 소화해야 한다. 행정력이 못따라 주는 상황에서 일단 발송하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가 집단 민원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시지가는 조사 첫해인 90년에 실제 가격의 50% 정도를 반영하다가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노력에 따라 매년 높아져 올해는 80%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땅값은 지난해 4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올 2·4분기는 92년 말보다 3.29%가 떨어졌다. 땅값이 떨어졌거나 변동이 없는데 공시지가가 오히려 높아져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무부 엄낙용 세제심의관은 “분쟁이 있다고 폐지론으로 확 돌아서는 분위기는 분명 이성적이 아니다. 세정 집행상의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토초세라는 ‘비정상적인’ 세금징수에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한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지난해 17년 만에 처음 땅값이 떨어진 것은 토초세의 발동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 토초세 과세액이 91년 4천6백억원(2만3천명)에서 92년에 3백40억원(4천1백명)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도 그만큼 토초세에 걸릴 땅이 줄어 들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세금 중과로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토초세 폐지론(서울대 홍원탁 교수 등)이 나온다. 민자당은 토초세의 힘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위해 개정작업에 열심이다. 토초세의 운명은 당정협의에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다. 세금 부과의 공정성 확보는 토초세의 운명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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