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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차고 선거운동

선거법 규정 상호모순…지능적·대규모 부정 못 막아

서명숙 기자 ㅣ 승인 1991.07.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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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법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후보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었다.” 광역의회 선거기간 동안 많은 후보들이 이런 불평을 터뜨렸다.

기초의회 선거 직후부터 그 문제점이 제기됐던 선거법의 맹점은 무엇인가. 우선 졸속으로 마련된 법규정의 ‘상호모순' 때문에 법 자체를 지키기 힘들었던 점이다. 서울 송파지역에서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후보로 출마했던 ㅇ후보의 경우. 그는 선거전부터 당락에 관계없이 법정선거비용과 선거활동 범위를 철저히 준수하는 이른바 ‘시범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는 선거운동에 나선 지 얼마 안 돼 ‘선거법'을 어겼다. 이 법 제6장 54조4항에는 “소형인쇄물의 호별배부를 금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결국후보를 알리기 위해선 우편으로 흥보물을 보내야 하는데 지역의 전 유권자들에게 2차례만 보내도 3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형편이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시행규칙 제29조(선거비용 제한액)에 의거해 이 지역 선관위가 ㅇ후보에게 통보해온 법정선거비용은 4천만원. ㅇ후보는 결국 우편물 호별투입을 금지한 법을 어기느냐, 선거비용을 제한한 시행규칙을 어기느냐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기왕이면 돈이 안 드는 쪽으로 ‘위법'을 저질렀다.

한편 전문가들은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제약'을 지방의회선거법이 드러낸 가장 큰 맹점으로 꼽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정의를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 (법 38조)로 규정하고 “선거운동은 이 법에 규정된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는 이를 할 수 없다" (법 40조)라고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법(47 · 49 · 51 · 54 · 55조) 에서 허용하고 있는 선거운동 방법은 선전벽보 · 선거공보 · 합동연설회 · 소형인쇄물 배포 · 현수막 등 5가지뿐. 그러나 금지조항은 제56조에서부터 83조까지로27개의 ‘예상 가능한 모든 형태의 선거운동'이 망라되었다. 여기에는 무소속 후보자의 정당표기, 시설물 설치, 자동차 위에서의 선거운동, 특수관계를 이용한 선거운동, 행렬, 개인연설회, 인기투표, 호별방문 등이 포함되었다.

선거운동 형태의 엄격한 규제와 함께 선거운동의 주체(법 41조1항)도 “정당, 후보,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의 책임자 또는 선거사무원이 아닌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 15일 불법선거운동 후보 낙선 캠페인을 벌이던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연합(공선협) 회원 11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것도 ‘선거운동의 주체'가 아닌 시민단체가 금지된 형태의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엄격한 규제는 선거과열을 막고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면도 있다. 그러나 선거의 자유를 제약하는 포괄적 제한은 결국 선거 분위기를 경색 시켰고, 유권자들의 ‘알 권리'와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가로막는 역기능을 발휘했다. 梁建교수(한양대 · 헌법학)는 “지나친 규제는 사실상 모든 후보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 법적 처리의 차별성을 통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법의 그물이 이렇듯 후보나 시민단체들의 선거활동에는 쫀쫀했던 반면, 선거기간을 활용한 정당의 각종 대형집회를 비롯, 행정부처 고위관리들의 잦은 지방순시, 때를 맞춰 터진 정부의 개발공약과 지역개발 사업 발표, 선거 막판의 무제한 자금살포, 관권개입 등 보다 ‘지능적이고 광범위한’ 선거개입·부정행위에는 성글었던 점도 문제였다.

당리당략 선거법에 무소속만 멍들어
정당 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들간의 ‘차별'도 현행 선거법의 큰 맹점으로 드러났다. 우선 무소속 후보들에게는 정당 후보들(5종)보다 2종이나 적은 3종의 개인홍보물 제작만 허용했고, 당락에 영향을 끼치는 후보 기호도 정당 우선 원칙이 적용돼 무소속 후보들은 불리한 끝번호를 차지했다.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 이외에는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후보자 지원기구를 둘 수 없다고 하면서도 정당의 대책기구는 허용(법 44조)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각종집회는 금지하면서도 정당활동으로의 단합대회는 인정(법 68조)하는 조항도 무소속 후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이는 선거법 협상이 당초 여야 정당간의 당리당략에 의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포괄적 제한 규정을 삭제하거나, 선거운동의 정의(법 38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쪽으로의 법 개정을 제안하고 있다. 개인연설회의 허용, 관권선거에 대한 선관위의 경고규정 신설, 철저한 선거공영제하에서 선거운동의 폭을 좀더 넓히는 방법, 여성과 전문인력의 진출을 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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