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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만능에 弔鍾 울리고 있다”

35회 역사학대회…朴星來 교수 “과학기술, 역사발전 도움 안된다” 주장

이문재 기자 ㅣ 승인 1992.06.1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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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역사도 함께 발전하는가. 인류사는 과연 어떤 ‘발전법칙’을 갖는가. 만일 마르크스가 지금 다시《자본론》을 쓴다면 그는 이 책을 또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에게 헌정할 것인가. 우주?생명의 신비는 벗겨질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앞에서 朴星來 교수(외국어대)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는 오늘의 과학기술이 더 이상 인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본다. 과학(만능)주의에 弔鍾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학사회(회장 宋相庸)가 주관하고 한국사연구회 한국미술사학회 경제사학회 동양사학회 역사학회 등 10개 학회가 참가한 제35해 전국역사학대회가 지난 5월29~30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렸다. ‘과학기술과 역사발전’을 공동주제로 관련 학자·학생 등 3백여명이 참석한 이 대형 학술대회에서 발제논문 <과학 기술은 역사를 발전시키는가?>를 발표한 박성래 교수는, 동서양 과학사의 어제와 오늘의 과학기술 시대를 조감한 뒤 “우리에게 남겨진 진보사관-莊子의 道”를 제시했다.

 

“우주?생명의 비밀 밝히기 어려울것”

 과학기술 시대, 과학기술 혁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은 지금, 과학기술에 대한 예찬론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학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 예찬론의 대표적 논지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박교수는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풍요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인간 사회에 심한 불균등을 불러왔다고 비판한다.

 “과학기술은 역사를 발전시키는가 하는 질문은 과학사 연구자인 나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이며, 논문의 내용은 그 지적 방황이기도 하다”라고 박교수는 말했다. 그는 인류의 긴 역사속에서 과학기술이 인간 삶의 전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과학기술 시대의 역사는 고작 1백년이라고 지적하면서 “인류가 아직 이 새로운 문화형태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이란 용어는 19세기 초까지도 사전에 없었다. 그때는 ‘자연철학’만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17세기 말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며 과학시대의 막이 올랐지만(당시 그책의 제목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였다) 18세기의 산업혁명은 뉴턴과 아무런 관련없이 일어났다. 아마추어 과학자였던 와트가 1763년 증기기관을 발명하는 과정에서 한의대 교수를 만나 열효율 문제를 상의하면서 과학 기술은 손을 잡는다. 그후 아무리 순수한 과학이론이라고 기술은 이를 수용했다. ‘과학과 기술’이 아닌 ‘과학기술’의 단계로 올라선 것이다.

 “인류는 장님이었다. 그러나 케플러와 뉴턴이 두 눈을 뜨게 했다”고 말한 이는 프랑스의 계속사상가 볼테르였다. 18세기 초 볼테르는 전쟁과 종료로 인해 눈먼 인류를 향해 과학의 이름으로 눈뜨라고 외친다. 과학을 절대적으로 믿기 시작한 것이었고 동시에 발전(진보)사관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러나 정작 역사학으로부터 인류사의 발전법칙(과학)을 발견한 것은 19세기 사상가들이었다. 그 대표자가 마르크스였다. 다윈이 자연속에서 진화의 법칙으로 발견한 것처럼 인간 사회 속에서 투쟁을 통한 발전법칙을 찾아냈다. 마르크스는 다윈의 ‘후예’였던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이 무렵 “역사학은 과학”이라 선언한다.

 박교수는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역사학도 서양의 방법론에 귀기울였다고 본다. 淸末의 대표적사상가 康有爲는 서구의 공상적 사회주의 분위기가 엿보이는 이상향을 그리면서 진보사관의 근거를 중국의 전통에서 찾았다. 인류가 太平世로 발전한다는 법칙을 내세운 강유위의 제자 梁啓超는 서양사상을 좀 더 깊이 있게 접하면서, 진화론의 적자생존 법칙을 역사해석의 분석틀로 삼았다.

 

“莊子의 道를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제1차대전 이후 발전 사관은 흔들린다. 발전사관 신봉자였던 영국 사학지 뷰리느 역사의 우발성을 인정했고, 슈펭글러는 20세기 문명에 대한 환멸을 드러냈다.“진보사관은 근대사의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의 오류”라는 보다 강력한 비판은 과학분야에서 나왔다. 상대성이론과 불확정성의 원리는 그 이전까지의 과학적 낙관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학기술은 문명의 빛이 아니라 그 그늘을 각성한 것이다. 뉴턴이 개막한 과학시대를 그의 ‘적자’인 아인슈타인이 폐막시켰다고 박교수는 표현한다.

 “지난 몇 세기 동안 15년에 한번씩 모든 성과의 2배씩 발달”해온 과학기술의 앞날에 대해 박교수는 이제 더 이상 아인슈타인과 같은 놀라운 발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포화점에 접근한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저 ‘마지막 발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즉 우주의 시작·물질의 근원·생명의 신비 등이 그것인데 박교수는 “이들 최후의 문제가 풀리게 되는 날 인간은 인간이기를 그만두는 것이며 역사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인간은 최후의 의문을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4차원 이상인 우주는 3차원적인 인간의 차원개념으로는 접근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과학기술이 한계를 안고 있지만 앞으로 실현해낼 성과는 상당히 많다고 강조하면서 “종교인들에게 내세가 있다면 지성인들에게 후손이 있다‘는 계몽사상가 디드로의 발언에 주목한다. 하지만 학자들은 과학과 여타 모든 지식들이 ”자연과 사회의 조작수단인 기술“로 둔갑한 현실 속에서, 핵?환경문제에 포위된 채 후손에게 선뜻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박교수는 기원전 1세기 때 이미 기술의 발달이 무의미한 욕망을 부추긴다고 경고했던 루크레티우스와 그보다 앞서 기계를 비판했던 莊子의 지혜를 빌려온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노인에게 왜 도구(기계)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노인은 ”기계가 있으면 꾀를 부리게 되고 꾀를 부리면 마음은 天性을 잃고 道를 저버린다“고 답한다. 이제 ’관성‘으로 굴러가는 과학주의의 종말 앞에서 박교수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장자가 말하는 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진보사관으로 결론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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