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문화민주화 위한 一針
  • 이효성 (서울대강사ㆍ언론학) ()
  • 승인 1990.02.1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化立國論》 金文煥 지음 도서출판 느티나무 펴냄

 문화는 인간의 현실적인 삶의 표현이며 그것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화는 넓게는 우리 생활양식의 총체이며 좁게는 현실생활을 번영하거나 더 나은 삶을 투영하는 지적ㆍ예술적 활동이나 생활의 도구인 공예품 그리고 그 산물로 파악할 수 있다.
 문화는 분명히 인위적인 산물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삶 가운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와 관련하여 어떤 인위적인 개입, 즉 정책이 필요한가?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문화는 정책을 배격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 또는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한 그것은 또한 정책을 필요로 하는 이율배반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정책을 말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의 성질상 그 문화정책은 문화의 자율성을 최대로 존중하는 그런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의미의 문화정책을 본격적으로 논구하는 저술이 거의 없었다. 이는 문화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방임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가 물질적인 것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물질의 해결로 문화도 해결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의 충족만이 인간의 삶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자각들이 광범하게 일어났다. 문화가 단순히 여유있는 자들의 교양을 위핸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문화와 문화정책의 문제를 보다 더 본격적으로 고구하게 되었고 정부에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부까지 신설하였다. 이런 때에 우리의 문화문제 특히 문화정책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다각도로 천착한 서울대 김문환교수의 저서 《문화입국론》의 출판은 더없이 시의적절한 것이다.

 《문화입국론》은 《문화촉매운동》과 《문화민주주의》라는 저서로 우리의 문화발전에 관심을 보여온 김교수가 문화에 대한 관심사를 문화정책 차원에서 더욱 심화시킨 저술이다. 이 책의 여러 글들에서 저자는 문화를 예술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파악하지 않고 ‘잘 살려는 노력의 결정’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로 이해하여 문화개념의 확대를 꾀하면서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 ‘국민문화 역량의 확충’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화의 민주화’는 고급문화의 일반대중에로의 확산을 의미하고 ‘문화민주주의’는 부문문화 또는 하위문화 또는 대안문화의 격려를 뜻한다. 말하자면 김교수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계층이 향수하는 지배문화와 그에 대항하는 세력의 대안문화(우리사회에서는 이것을 흔히 민중문화라 부른다)의 어느 한편만을 고수하고 다른 한편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양자의 존재이유와 그 상호보완성을 인정하고 이 양자가 우리 모두에게 고루 향수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책이 검열이라는 함정을 피하고 문화발전을 위한 여건과 분위기 조성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문화의 자율성애 대한 김교수의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올바른 정책 방향제시라 할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에 하위문화 또는 대안문화라고 일컫는 것들의 육성과 수용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또 문화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검열을 반대하는 저자가 자율성을 침해한 경우나 검열이 행해진 사례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한 글들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글에서 유네스코ㆍ미국ㆍ독일의 문화정책을 원용하면서 통일문화정책에 관한 논의에서 동독에 대한 서독의 문화정책을 보기로 들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