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과 그 이후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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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에서 '다자 질서'로

금세기 최대의 국제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UR)가 7년의 산고 끝에 종착역에 들어섰다. 가장 야심적인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불린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됨으로써 세계 경제는 본격적인 변화의 시대로 돌입했다.

 정치적 타협이 끝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실무 협상자들의 기술적 검토를 거쳐 내년 4월 모로코에서 참가국 회담을 통해 정식으로 조문화한다. '모로코 의정서'라고 불리게 될 이협상 타결안은 각국의 국내법에 따라 비준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은 내년 정기국회에서 이를 비준 받아야 하고 그에 따라 관련 법규를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각국이 국내 비준을 완료할 것으로 보이는 95년부터 세계 1백 16개국은 정식으로 'UR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세계 경제는 2002년까지 총 1천9백50억달러의 새로운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추정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3년이나 깊은 불황에 잠겨 있는 세계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상 타결로 국제 무역량의 증가 폭도 더욱 커지게 된다. 가트(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사무국은 앞으로 10년간 상품 교역량만 7천4백50억달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타결이 가져올 세계 경제의 큰 그림은 아직 확실치 않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이 국제무역량 확대나 새로운 경제 수요 창출로 단순히 설명될수 없는 이유는, 오늘날 세게 경제 환경이 타결된 협상 내용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 위상 크게 강화돼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급속히 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새로운 '라운드'의 출범을 빠른 시간 안에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새로운 과제를 남겨 놓았다. 협상 타결로 국제무역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최초 타결시한을 3년이나 넘기며 난항을 거듭해온 우루과이 라운드는 끝내 '가트'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7년간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고, 가트는 협상 결렬을 피하기 위해 의제와 '문제 조항'을 계속 삭제 · 재조정하는 '물타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백50년간 자유무역을 웅호해온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은 그것이 달성한 성과보다는 협상 결렬이라는 세게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데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논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86년 총 15개 의제로 출발했던 출범 당시의 높은 이상에 견주면, 최종 협상안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선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은 국제 경제 질서가 표류하고 있는 전화기에 새로이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기본 원칙을 확인햇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지역주의는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 이념의 시대가 사라지면서 강대국들은 자국의 경제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금세기에 해결하지 못한 세계 경제의 과제를 21세기로 던져놓고 있다.

 수많은 협상 의제 중에서 우루과이 라운드가 달성한 구체적이고 대표적인한 성과는 가트의 위상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협상 그 자체가 이를 주관하는 가트의 지위상승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그동안 가트 협정의 준수 여부를 감독·관리하는 보조적 기능에 머물렀던 가트 사무국은 다자간 무역기구(MTO)로 이름이 바뀌면서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맞먹는 강력한 국제 기구로 탄생하게 된다(8쪽 상자 기사 참조). 강대국들은 앞으로 이 다자간 무역기구에 의해 일방적 무역 조처를 크게 제한받게 된다.

수출 늘어 한국에 긍정 영향…농산물 피해는 13조원 예상
 우루과이 라운드가 한 국가에 미치는 경제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유리하다' 혹은 '불리하다'는 식의 대차대조표 방식으로 국가 이익을 측정하기에는 우루과이 라운드의 협상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로 말미암마 '가트 체제'가 강화되고 자유무역 질서가 새로운 경제 질서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가 경제는 세계 경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제 경제에서 국경은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수출이나 수입보다는 해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 유치가 국가 경제 성장에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제기관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이 발효된 이후 10년간 한국이 총 2백25억달러의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분야에서 수출이 50억달러 늘고 수입은 5억달러가 늘어 45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농업 분야는 급속한 구조조정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2000년까지 농가 피해액이 12조7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던켈안을 근거로 추정했었다.

 그러나 쌀은 이번제네바 한·미 협상에서 10년 동안 국내 수요의 극히 일부만 수입하기로 합의돼 쌀 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당초 던켈안보다 훨씬 적어지게 되었다. 한국과 미국은 제네바 협상에서 쌀시장의 관세화 개방을 10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쌀 개방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댓가로 한국은 미국에게 기타 농축산물 분야에서는 추가적인 양보를 해야만 했다. 쇠고기를 제외한 13개 중요 품목을 관세화 방식으로 97년부터 완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95년부터 지난 86~88년 연평균 소비량의 1~4%를 2004년까지 수입하고, 이 기간에 수입하는 쌀에 대해서는 5%의 낮은 과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개방이 진행된다. 그 이후 쌀시장을 어떻게 개방해 나갈 것인가는 재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된 방식에 의하면, 95년 첫해에는 전체 쌀소비량인 3천9백40만섬의 1%인 39만4천섬이 수입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이후 5년간 매년 0.25% 포인트씩 수입량을 늘리고, 다시 2000년부터 5년 간은 매년 0.5% 포인트씩 늘려 10년 뒤인 2004년에는 소비량의 4%인 1백57만6천섬이 수입된다.

 수입 쌀의 가격은 5%의 관세만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쌀에 비해 훨씬 싸다. 정부는 국내 가격의 4분의 1 이상 싼 가격으로 들어올 수입 쌀을 특별 관리하에 두고 전량 가공용으로만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가트가 주관해 열었던 여덟번째 다자간 무역협상 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끝나면서 곧 새로운 라운드가 열릴 것이다. 새 라운드에서는 이번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다루지 못한 환경·외국인 직접투자·노동인력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南裕喆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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