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땅 몽골까지 뻗쳤을지도"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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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기 교수, 현지조사로 가능서 확인…설화 등 유사점 많아



64년 공주 석장리에서 한국 최초로 구석기 유적을 발굴해 한국 선사문화의 편년을 70만년 전까지 끌어올렸던 고고학자 孫寶基 교수(단국대 한국민속학연구소 소장)가 몽골과학원과 동몽골 공동 학술조사단을 구성하고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92년 한.몽 공동학술 조사 합의서를 작성하고 10년 계획 중 2년째 발굴 조사를 마친 손교수는 "고구려의 영토가 몽골에까지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아직 고구려 유적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고구려 성의 형태가 남아 있고, 고구려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몽골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 고고 민속 체질 의료 자연자원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이 작업은 이제까지 제대로 조사된 일이 없고 외국인에게 조사를 허락하지 않았던 동몽골의 2개 아이막(道)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몽골 사람들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고구려와 부여의 유적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몽골 사람들은 우리를 솔롱고스('고구려''색동''아름다운''한국'이라는 뜻)라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을 솔롱고스의 자손으로 생각하고 있다. 동몽골에서는 씨름도 샅바를 매고 하는 우리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켜지고 있다. 그들은 고구려 옛 무덤의 벽그림 사냥 모습을 그곳의 사냥 신화를 그림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생각한다."손교수는 특히 몽골인들이 우리를 사돈(친척)의 나라, 어머니의 나라로 여기고 있다면서 설화도 우리 것과 같은 게 많다고 밝혔다. 할흐골솜이라는 지역의 한 초로는 고(구)려 민족과 관련한 구전 설화를 들려주었다. 그 내용은 '아주 오랜 옛날에 고려 사람들이 이곳에 성을 쌓고 살며 몽골인과 왕래가 잦았는데 동남쪽으로 이동해 갔다'는 것이다.

연관설 밝혀지면 상고사 다시 써야
고구려 朱蒙 건국 설화에는 '槁離國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고리'란 Khori의 음역으로서 후대 몽골족의 건국 신화에도 등장하는 부족이다. 할흐골솜의 구전 설화는 한국인들을 솔롱고스나 부여라 부르지 않고 한결같이 Khori라고 지칭하고 있다. 조사단에 참여한 박원길씨(중앙대 강사)는 <할흐골솜의 구전 설화와 주몽 건국 설화> 논문에서 위와 같이 밝히면서 "주몽이 Khori국을 계승한 高麗(Khori의 音譯)국을 세웠건 Khori 分岐氏族이라 할 수 있는 부여국을 세웠건 간에, 할흐골솜의 구전 설화에 따르면, 이곳으로 이주해온 부족이 Khori출신 부족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결론 짓고 있다. 그는 또 주몽 설화에 나타난 인명.지명을 중세 몽골어로 환원해 본 결과 대부분 복원이 가능했다면서 "이는 Khori 부족과 후대의 몽골 부족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고구려족과 몽골족이 접촉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밝혀지면 우리 민족의 역사가 바뀐다. 손보기 교수는 "고구려의 뿌리가 동몽골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제부터 그 유연 관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찾는 것이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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