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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정치 청산할 수 없나

與野할 것 없이 합법적 자금으론 태부족 … 유권자들의‘기대 심리’도 문제

이흥환· 조용준 기자 ㅣ 승인 1990.06.17(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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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은 계속해서 시중에 돈을 풀어놓기 바쁘다. 행정부는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집권 여당 스스로 인플레 요인을 만들면서 물가를 잡자고 당정회의를 여는 형국이다. 자기 모순이다.

 민자당의 최고위원은 한달에 돈을 얼마나 쓸까. 그들의 비밀금고를 열어보지 않는 한 정확한 액수를 알 수는 없지만 민자당에서는 활동비로 지급받는 돈은 1인당 매월 3천만원 수준이다. 물론 3천만원이란 거금을 지급받는 사실은 극비 사항에 속한다.

민자최고위원 한달에 3천만원 받아
 여권의 한 소식통은 “金泳三대표위원과 金種泌최고위원은 3천만원 가지고는 활동비가 한참 모자라겠지만 朴泰俊최고위원은 남을 것"이라고 3인을 대비한다.

 그렇다면 이들 최고위원들이 黨費로 중앙당에 내는 돈이 얼마일까? 민자당에서 최고위원들은 당비로 월 50만원을 내도록 돼 있다. 당무위원들과 현역의원들이 30만원, 중앙위원들이 15만원이다. 현역의원들의 당비는 매월 받는 세비에서 원천징수된다. 물론 사무처 요원들도 당비를 내는데 국장급의 경우 (월급은 70만원선이고 보너스는 4백%) 월 4만원 가량이다.

 민자당의 수입원은 표면적으로는 명확하다. 민자당의 공식적인 1년 수입 명세서를 살펴보면 △당비 20억원 △선거관리위원회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 72억원 △민자당후원회에서 나오는 50억원 △민자당 재정위원회에서 나오는 60억원 등 이 돈만을 만질 뿐이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경리실은 오직 공식적인 수입에 의한 돈을 처리할 뿐 나머지 돈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핵심 당직자 몇몇만이 알고 있고 또 그 선에서 처리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민자당의 자금운용이 이원화 돼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민자당 경리실 인원은 경리실장을 포함, 총 7명이다. 과거 민정당의 경리실 인원 5명에 민주계 2명이 보태졌다.

 민자당이 출범한 지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1년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경비를 미리 뽑아보면 약 1백80억원 정도가 되리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입명세서에 나타난 2백2억원과 비교해볼 때 약 20억원 정도 흑자를 내는 셈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거대 여당 민자당이 공식적인 정치자금 이외의 ‘검은 돈??은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된다.

민자당 1년 공식 예산은 1백80억원
 그러나 민자당이 단지 연 1백80억원 정도의 예산만으로 족한가 하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것이 정치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를 납득할까? 지난번 대구 서갑 보궐선거를 치르는 동안 현지에서는 민자당이 30억원어치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물량공세를 펼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민자당의 공식적인 자금줄의 하나인 재정위원회(회장 盧仁煥의원·58)의 위원은 모두 73명이다. 민자당 재정위원회는 그동안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으나 지난 5월17일 청와대에서 盧대통령이 재정위원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그 규모와 구성원의 일부가 노출됐다.

 먼저 현역의원이면서 재정위원을 겸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민주계 전국구 출신 黃大 의원은 포항버스주식회사, 대원신용금고, 대원 카페리회장으로 포항 일대의 교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 이외에 부동산 재벌로 소문나 있다. 대원 카페리주식회사는 지난번 울릉도 헬기 추락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趙南 의원(민정계 전국구)은 백제학원 이사장에 건설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李相得(민정계·코오롱상사 대표이사), 朴在 (민정계·동양철관 회장), 金 戰(민정계·총재비서실장, 동일장학회 회장)의원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필곤(삼성물산 사장), 김선흥(기아산업 사장), 현재현(동양그룹 회장), 유명우(풍산금속 부회장)씨 이외에 현대, 럭키 금성, 대한전선, 한국야쿠르트, 아세아시멘트의 고위 경영자 등이 포함돼 있다.

 盧재정위원장은 10대 국회에 등원한 이후 7년 동안 전경련 상근 부회장을 지냈던 인물. 과거 경제기획원 차관과장을 지냈기 때문에 재계의 많은 인물과 교분이 있다. 盧위원장은 13대 총선 당시 공천 접수를 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공천을 준 인물로 알려져, 청와대의 ‘파이프 라인??을 형성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한 것으로 통한다. 현재 민자당이 비밀자금은 박태준최고위원을 정점으로 노인환재정위원장, 김진재 총재비서실장으로 연결되는 선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정위원회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 민자당후원회, 과거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후원회가 없었기 때문에 민정당후원회가 그대로 민자당후원회로 바뀐 셈이다. 회장은 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두산그룹 계열의 연강학술재단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鄭壽昌씨로 TK그룹의 원로로 꼽힌다. 민자당 후원회는 국내 7백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군을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바로 이 후원회가 재정위원회와 함께 공식적 자금 이외의 비밀자금을 조달하면서 6공화국을 지탱하는 양대 ‘파이프 라인'이라는 것이 정가의 공통적인 견해다.

 민자당 전체의 살림살이가 대략 이런 양상이라면 3당합당 이후 각 의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공화계의 申五 의원(서울 도봉갑)은 일요일인 지난 5월31일 오전에만 모두 13군데의 각종 모임이나 단체에 들르고 오후에는 모두 5개 예식장에서 주례를 섰다. 이제는 여당의원이 됐다는 시실 한가지 이유만으로 과거에는 별로 내왕이 없었던 바르게 살기 협의회, 사회정화협의회 등 여권 성향의 단체에서 지역활동을 명분으로 서로 손을 내밀고 주례 요청도 그야말로 ‘쇄도'(殺到)가 아니라 '살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야당시절에는 각종 경조금으로 봉투에 2만~3만원쯤 넣는 것으로 족했으나 이제는 여당의원에 대한 기대심리를 충족시키려면 최소 5만원을, 사람에 따라 10만원을 넣어야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수준으로 따져보면 5월13일 하루만에 지역 활동비로 대략 1백여만원을 썼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지역구에 들어가는 돈이 2~3배 늘어난 셈이다.


“이젠 여당됐으니 홀로서기 해라"
 민주계의 白南 의원(서울 노원갑)은 지역구에 들어가는 돈이 과거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었다고 하소연한다. 白의원은 “합당 이후 5달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도 모자라 빚을 얻어쓰면서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한다.'돈 쓰이는 곳이 이렇게 '무풍지대'로 늘어가다가는 파산하기 딱 좋다'는 것이다. 백의원의 지구당사무실은 원래 70평이었는데 재정 형편상 반으로 줄였다가 여당이 된 이후 부쩍 늘어난 손님들과 행사 때문에 최근 다시 늘렸다. 이것도 여당이 됐기 때문에 생긴 '부담'중의 하나이다. '합당 이후 선거운동하는 기분으로 움직였다'는 말에서 그의 절박한 처지를 엿볼 수 있다. 지구당후원회를 만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민주계 姜三載의원(마산을)은 “민주계는 여당의 프리미엄을 하나도 못받고 있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姜의원은 예전에 월 2백만원쯤이면 그런대로 꾸려나갈 수 있던 지역구 관리비가 요즘은 7백만원대로 늘어놨지만 들어오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울상이다. 몸만 여권에 있지 지역 유지나 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려니와 야당 시절 줄곧 도와주던 사람들마저'이젠 여당됐으니 홀로서기 해라'하며 후원금을 끊는다고 한다. 그러나 강의원의 경우는 지구당후원회 만들기도 막막하다. '과거 적대관계에 있던 지역의 유지나 상공회의소 사람들을 상대로 갑자기 후원회를 구성한다는 게 서먹서먹할 뿐 아니라 돈 끌어내는 제주도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노하우'를 배울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인 듯하다.

 사실 민주계의 초·재선의원들은 거의가 강의원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후원회 결성에 비교적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白南 , 李仁濟(안양갑)의원의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민주계 의원 중에서 후원회를 결성한 사람은 중진급인 崔 佑의원 한명 뿐이다. 그렇다고 중진급들은 사정이 좀 괜찮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3선인 朴 用의원도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강조한다. 朴의원은 ??정치자금 때문에 12대 때에는 국회의원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는데 요즘 심경이 그때와 똑같다??면서 ??1년을 결산해 보면 어떻게 그 고비를 넘어왔는지 망연자실할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朴의원은 그나마 여기저기 강연회에 강사로 나가서 버는 강사료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는 최근 모기업체에서 통일정책 특강을 하고 강의료 50만원에 교통비 3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돈을 많이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공화계 의원들은 민주계보다는 타격을 덜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화계 의원들의 수입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과거 ‘ 여당' 색깔을 띠었던 공화당의 고유한 성격 때문에 돈줄이 급격히 끊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합당이 되면서 민주계와 공화계가 얻은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월 중앙당에서 지구당 보조금으로 나오는 1백50만원과 지구당 사무국장 및 조직부장의 월급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연락소장의 월급이 나오는 지구당도 있다. 예를 들어 朴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보은·옥천·영동처럼 3개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가 되는 경우는 2명의 연락소장을, 공화계 趙富英사무부총장의 지역구인 청양·홍성처럼 2개 지역이 한 선거구가 되는 곳은 1명의 연락소장을 두도록 돼 있는데 이들이 월급은 중앙당에서 지급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무국장과 조직부장의 월급은 대략 60만원 선. 민주계 ㅂ의원 지구당의 예를 들면 사무국장이 본봉 48만원에 수당 21만원, 조직부장이 36만원에 12만원, 연락소장이 36만원에 18만원이다. 그러니 과거 같으면 의원이 다 부담해야 할 돈 가운데 최소한 한달 2백70만원에서 많게는 3백50만원 정도를 중앙당이 도와주는 셈이다.

 민자당 의원들은 합당 이후 청와대에서 모두 두번의 ‘격려금'을 받았다. 한번은 합당직후 조직책 임명장 수여식에서 3백만원씩 받았고, 지난달 27?28일 의원세미나를 하면서 역시 3백만원을 받았다. 현역 의원이 모두 2백18명이니 총13억8백만원의 돈이 풀려나간 셈이다.

 민자당 의원들은 지구당 개편대회를 치르면서 대도시의 경우는 최소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지방의 경우는 대략 1천만원의 경비를 썼다는 것이 일반적 계산인 만큼 ‘적자 폭'은 훨씬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적자일뿐 실상은 이와 다른 것으로 알려 졌다. 공화계는 합당을 전후해 金種泌최고위원이 의원 개인당 약 3천만원의 '특별 수당'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계 의원들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액수의 돈이 지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화계보다 민주계 의원들이 받은 돈의 액수가 큰 이유는 공화계가 그리 큰 반발없이 민자당에 합류한 반면, 민주계는 의원들의 동요로 이탈할 염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영삼대표 자금줄 많이 축소됐을 것"
 지구당 개편대회를 치를 때도 金泳三대표최고위원은 계파를 초월, 자신의 별도 자금으로 각 지구당에 모두 1백50만원씩의 지원금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노대통령이 몹시 불쾌해 해, 김대표에게서 돈이 나간 경위가 조사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계의 한 의원은 “이 사건 이후로 김대표의 자금줄이 많이 축소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3당 합당은 비단 민자당 내부의 자금 사정만 복잡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국회 복도에서 여당의원이 평민당 의원을 만났다. 여당의원의 입장에서 뼈 있는 농담이 터져나왔다. “형편이 좋으신가 봅니다. 신수가 훤해지셨어요.' 평민당 의원은 그저 씩 웃기면서 지나친다. 통합 이전, 그러니까 4당체제하에서 평민당이 제1야당으로 위세를 크게 떨칠 때의 일이다. ??돈으로 풀어본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한칸짜리 만화를 그린다면 국회에서 마주친 여야의원의 이 대화 장면이 가장 생생하고 상징적인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평민당의원의 입에선 미소는커녕 “죽을 지경이다??라는 소리가 튀어나올 것이다.

평민당  총재 “큰돈줄 완전히 끊겼다"
 정치는 돈이다. 돈이 반드시 힘 있는 곳에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의 돈만큼은 필연적으로 힘 있는 곳에 쏠리기 마련이다. 4당체제 여소야대 정국에서 평민당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노태우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를 연기시킬 만한 힘이 있었고, 金大中총재는 평민당이 그만큼 정치자금을 끌어들일 힘이 있었다는 말도 된다.

 거대 여당의 탄생은 뒤집어 말하면 야당이 왜소해졌다는 말과 같다. 야당의 힘이 없어졌으니 야당, 특히 평민당으로 흘러들던 자금의 수로가 좁아졌음에 틀림없다. 현재 평민당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順 사무총장의 하소연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큰돈줄은 완전히 끊겨버렸다. 돈줄은커녕 아예 후원자들과의 인간관계 자체가 관리되지 않는 형편이다.??

 정치법 개정으로 야당도 공식적인 보조금을 받게 돼 형편이 나아졌을 법한데  사무총장의 입에서는 예상외로 전혀 엉뚱한 말이 튀어나온다. “정치자금 양성화로 오히려 당 재정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기업인이나 친구?동창 등 개인적인 스폰서들이 이제부터는 국가에서 정치자금이 나오니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정부당국의 부동산투기 단속이나 대통령 특명사정반의 가동 때문에 단속이나 평민당과 '인간적으로'만나던 사람들도 일제 접촉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자금 동원능력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재선의 ㅇ의원은 “평소 친하게 지내면서 도움을 주었던 사람도 이런저런 핑계로 접촉을 꺼린다' 며 '기업체의 長을 우연히 만나도 공개된 장소에서는 점심도 같이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3선의 중진 ㅅ의원이 털어놓은 신세타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분관계가 잇는 모재벌회사 간부를 만나러 갔더니 화장실로 데려가더군요. 가서는 조심스럽게 하는 말이 기관원이 와서 가는 말로 '요즘 ㅅ의원 자주 오지요"하고 갔다는 겁니다. 그 간부의 말은 결국 서로가 곤란하니 가급적 만나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당 운영비를 받아 쓰는 각부서의 당직자들도 고충겪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부서보다도 자금이 많이 필요한 조직국의 한 간부는 “예나 지금이나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출장도 못갈 정도"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야당의 돈줄이 ‘지하수'의 형태라는 것은 상식이다. '평민당 정치자금은 김총제가 직접 관리한다??는 것도 상식이 돼버렸다. 후원자로부터 돈을 건네받아 당에 전달하는 일을 맡아온 당직자 ㄱ씨는 '서무총장 등 자금관리 책임자한테서 어떤 호텔 몇호실에 가보라는 지시를 받아 자금을 수수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수수한 것은 푼돈밖에 안 된다. 큰돈의 루트는 사무총장도 모른다'고 했다.

 김대중총재의 정치자금 모금이나 사용방식에는 몇가지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재 자택인 동교동에서 직접 만나 상대하는 한정적인 고정지원자가 있는가 하면 해외교포나 종교단체 등 비교적 정치바람을 덜 타는 인사들도 후원자로서 자주 등장한다. 재벌기업보다는 중소상공인쪽에 치중되어 잇는 것도 평민당 돈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총재의 한 측근은 김총재가 “돈을 푸는 행"이라면서"주는 돈은 받아라. 단, 받되 조건없이 받아라"는 점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지시킨다고 한다. 자금 수수에서 수표는 절대 금물이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대형사고"를 염려해서다. 독지가를 자처하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건네는 돈은 일단 받지 않는다는 것도 불문율의 하나다. 역시 뒤탈을 막기 위해서다.


평민당은 꽃값만도 한달에 1천3백만원
 평민당은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 3월 1/4분기 보조금으로 7억2천만원을 선관위로부터 받았다. 한달에 2억4천만원꼴이다. 평민당은 이 보조금이 당 한달 운영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당사관리비 9백여만원, 원외지구당 지원비 4천6백만원(92개 지구당에 각 50만원) 등 총 4억여원이 당을 가동시키기 위해 한달 동안 지출되는 공식적인 금액이다. 꽃값만도 한달에 1천3백만원이 나간다.

 결국 공식적 보조금과 의원들의 당비(각 50만원), 국회부의장 및 상임위원장급의 특별당비가 눈에 보이는 수입원의 전부이고 나머지는 지하자금인 셈인데, 그나마 민자당 출범으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빼앗길 처지에 있으니 사정은 악화일로다.

 “정치자금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친 법이 없다"이 말은 어쩌면 제1공화국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 특히 여권의 정지인에게는 일종의 불문율이자 신앙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국민들은 으레 여당의원은 저절로 돈이 들어오게 돼 있다는 선입견을 갖게 됐고 또 그래서 합당 이후 민주계나 공화계 의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 손목을 제가 묶은 꼴이다.

 구 책임은 국민들에게 이런 선입견을 심어준 정치권에 가혹하게 물어야 하겠지만 ‘검은 돈'이라도 좋으니 우리집 경조사에는 큰 화환을 보내주기를 바라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은 크다. 농민 출신이라 원래 가진 것이 없고 정치자금을 동원할 줄도 몰랐던 민주계 ㅂ의원의 경우 처음 얼마 동안은 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손 벌리지 않고도 의정활동을 할 수 있었으나 곧 지역주민들의 기대심리를 외면만 할 수 없어 '깨끗한 정치'를 펼치기 어렵게 되었고 한다. 박관용의원은 '그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 국민의 정치수준 이상이 될 수 없다'면서 '어쩌면 현재처럼 정치권이 엉망인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정치인을 정치자금으로부터 독립시켜 주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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