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은 역사의 뿌리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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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을 찾아서》,북한측 단군·고조선 논문 함께 실어



 단군은 신화 속의 인물일까, 아니면 실존 인물일까. 고등학교 교과서는 분명 ‘가장 먼저 국가로 발전한 것은 고조선이었다. 고조선은 단군왕검에 의해 건국되었다고 한다’고 단군의 존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역사학계·교육계에는 단군을 신화 속 존재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짙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군을 단지 ‘옛날 이야기’로만 조작한 일제 식민사관이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실정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간행된 《단군을 찾아서》(살림터)는 북한의 단군·고조선 연구 실적을 집대성한 책이다.
 북한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평양시 대박산에서 단군릉을 발굴해 단군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단군의 실존을 밝힐 유골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북한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10월 ‘단군 및 고조선에 관한 학술발표회’를 개최하고 15편에 달하는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는 고조선 때부터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단군 신화의 주요 특징, 단군과 대종교, 일제가 저지른 단군 말살책 따위를 다루었다.

《단군을 찾아서》는 이 학술 발표회에서 발표된 논문과, 이 책을 엮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李亨求 박사(고고학 고대사 전공)의 ‘단군릉 발굴 개요’를 묶어 단군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에는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 연구소 姜仁淑 실장의 ‘단군의 출생과 활동에 대하여’를 비롯해 고전연구실·고고학 연구소 교수들의 논문 15편이 삭제 없이 전문 수록돼 있다.

 단군 문제에 대한 이형구 박사의 시각은 ‘단군의 실존에 대해 북한이 연구했다고 해서 우리 학계가 소홀하게 취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우리가 모두 단군의 자손임은 공유의 사실이니까, 이에 대해 드러내놓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지, 북한이 한 연구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곤란하다”라고 역설한다. 정치적 이유로 단군릉이 평양에 있다는 역사적 사실까지 외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국내의 연구 업적은 북한보다 많으나 주로 신화·문화·종교·문학에 치우친 것인 반면, 북한은 역사성, 즉 단군의 실존 개연성에 초점을 맞춰 왔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한쪽은 단군을 신화로 보는데 한쪽은 역사로 본다면, 고대사 복원이라는 문제를 떠나 진정한 남북 화합이 가능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형구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제대로 된’고조선 역사 복원에 매달리면서 숱한 오해와 관계 기관의 감시를 받았다고 한다. 고조선의 사적이 북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단군을 찾아서》도 책으로 내려는 출판사가 없어서 여러 곡절을 거쳤다. 대만의 대만 대학에서 10년 동안 만주 지방 중심 한·중 고대사를 연구한 이형구 박사는 76년부터 문화부문화재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고, 79년부터 정신문화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있다. 오는 5월부터는 중국 북경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한다.
趙瑢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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