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놀음 되진 않겠지" 다시 열리는 남북의 窓
  • 김승웅 편집국장대리 ()
  • 승인 199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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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회담 이어 盧泰愚 ㆍ金日成회담 성사될지 관심

 남북한 총리회담이 열린다. 회담개최일자가 8월 25일 이전으로 합의된 이상, 이제 정확히 달포 안으로 남북한 두 행정최고책임자가 서울에서 만나 '분단 45년'의 회포를 풀게 된다.

 그러나 정작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남북 총리간의 회동 이후다. 양측 실무 접촉 팀이 항상쓰는 문구대로 '남북한최고위 회담'의 성사여부, 다시 말해서 최고위인 盧泰愚대통령과 金日成주석이 과연 무릎을 맞대고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느냐가 주요관심사다.

 북방정책과 남북한관계를 주도해온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한다. 그는 지난 6월초의 샌프란시스코 韓ㆍ蘇 정상회담을 "북한의대문이 무겁게 잠겨 있어, 할 수 없이 옆문으로 발을 들인 격"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북한이 이번 남북총리회담에 합의한 사실을 그는 우리측 인기척에 대한 북한이 신발 끄는 소리를 냈고, 뒤이어 '누구세요?' 하고 대문 안쪽에서 화답한 것에 비유하고 있다.

 그의 비유를 확대해석하면, 서울ㆍ평양에서 열릴 두 차례의 남북총리회담은 북한측이 대문의 빗장을 여는 것이 된다. 한번 더 확대하면, 남북한 정상회담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의 마당에 발을 들이는 '남북한 개방'의 시작이다.

 과연 그대로 될까

 統韓에 관한 세가지 불신이 상존한다. 서울이 평양을, 그리고 평양이 서울을 못믿는 두 가지 자생적 불신이야 불가피하다 치더라도, 국민이 對北접촉의 주체인 정부를 못믿는 세번째 불신이야 말로 쉽게 씻겨지기 어려운 도덕적 불신이 아닐 수 없다(북산주민의 對정부 불신은 논외로 친다).

 지금부터 18년 전, 한반도 전역을 열광으로 몰아넣은 7ㆍ4공동성명을 온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이 열광은 그로부터 정확히 3개월후 '10月 維新'의 정치적 제물이 됐고, 당시 朴正熙정권이 이 유신을 도출해내기 위해 7ㆍ4공동성명이라는 환상의 덫을 놨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가시지 않는 악몽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 염원인 통일의 기반을 더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강력한 정부, 영구집권의 권력자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유신의 취지다.

 통치기반이 흔들릴 때마다 툭하면 '간첩 일망타진'을 발표하고, 그 약효가 떨어질 때면

反日감정을 부추겨온 박정권이 막바지에는 국민의 피맺힌 염원인 통일문제까지를 정권연장의 도구로 악용한 셈이다. 통일문제는 국민들에게 아직껏 '양치기 소년'이 부르는 늑대에 불과할 뿐이다.

 18년 전의 이 불신과 악몽을 지금도 솔직히 "인정한다"는 것이 정부과녜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국민을 속이는 대북접촉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5공의 '4ㆍ13호헌'까지도 두달을 넘기기 무섭게 6월항쟁과 6ㆍ29로 바꿔놓은 것이 한국 정치풍토다. 대북접촉을 과거처럼 정권 유지용으로 악용할 경우 국민들이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그는 결연히 말한다.

 

팀스피리트 훈련 격년제로 바뀔지도.

 이번 총리회담의 합의는 한ㆍ소정상회담 이후 한달만에 따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회담 이후 대북한관계에서 뭔가 가시적인 결과의 도출을 시도한 정부의 노력과 양보가 일단 주효했던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의 총리회담에서 거론될 義題의 표기순서를 놓고 북한측의 '정치ㆍ군사안건' 우선 주장에 양보한 점, 또 이보다 앞서 북한측이 제시한 국축안을 부분적으로 수락한 사실 등이 이를 반영한다.

 정부는 또 일의 성사과정을 지켜보며, 연례 행사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격년제로 바꾸는 등 추가양보할 가능성도 아울러 시사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문제도 북한측의 접근로를 넓혀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한때의 정부실력자가 "정치는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오직 외교다"라고 말했듯이, 6공정부는 이번 대북접촉을 '히든카드'로 활용, 잔여 집권기간을 열광과 함성으로 메우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북한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시기나 노쇠한 김일성 대신 金正日이 노대통령의 카운터파트로 등장할 가능성을 꼬집어 진단한 정부관계자는 아직 없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북한측 목소리가 우리가 통념으로 알아온 김일성ㆍ김정일의 '단일한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목소리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현실에 밝은 북한의 경제관료나 외교실무측의 실리적 목소리가 인민무력부의 목소리보다 다소 높아졌으며, 향후 對南 접촉과정을 통해 이 목소리가 북한땅에서 제음역을 찾게 되리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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