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는 일, 전화로 대신
  • 김태희 (조사분석실) ()
  • 승인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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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부터 ‘클로버서비스’실시... 요금은 판매자 부담

일본 지바 縣에 사는 스기하라씨는 아파트 단지내에 쌀가게를 새로 열었으나 근처에 이미 10개 이상의 쌀가게가 있어 장사가 잘 안됐다.  그는 일본에서는 ‘프리 다이얼’(free dial)서비스로 불리는 ‘착신자 요금부담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러자 그 아파트단지는 물론 인근지역에서까지 배달주문이 몰려 판매액이 몇배로 뛰어올랐다.

  오는 10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전화를 이용하는 ‘텔레마케팅’(telemarketing)의 시대가 열린다.  한국전기통신공사가 ‘클로버서비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클로버서비스의 국번호는 080으로, 일반전화번호와 함께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고 간단한 제품소개와 함께 클로버서비스 번호를 앞에 붙인 자사전화번호 080-123-4567가 들어간 광고를 한다고 하자.  관심있는 소비자는 이 번호를 돌려 제품상담 및 구매를 하더라도 전화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상품판매자인 서비스 가입자가 요금을 물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클로버서비스의 개설 실무를 담당한 한국전기통신공사 전화사업 본부의 宋映漢부장은 “당초 94년부터 시행하려던 클로버서비스를 계획보다 4년 앞당겨 시행하게 된 것은 전자교환기를 이용한 기능개발과 기존시설의 보완이 빨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라며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통신요금의 부담없이 전국 어느곳에서나 손쉽고 간편하게 상품을 주문하거나 예약업무를 볼 수 있게 되므로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의 수준이 한단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정치자금 모금에도 이용

  텔레마케팅 시대의 도래는 전기통신공사 서비스 가입자, 일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서비스 가입자는 소수의 인원으로 휴일에도 상담 및 판매를 할 수 있어 경비절감과 매출이익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또한 제품에 대한 문의를 신속히 받을 수 있고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포함한 갖가지 정보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있어 시장조사 기능까지 겸하게 된다.  백화점의 경우 텔레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주차난을 해소 할 수 있고, 호텔이나 렌터카회사의 경우에는 예약손님이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텔레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이 있다.  유세기간에 무료전화를 걸어오는 유권자를 설득하고 선거운동 자원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자금의 공개적 모금이 가능하므로 텔레마케팅은 정치인들이 일반국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으는 가장 효과적이 방법으로 떠오를 것이다.

  텔레마케팅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한 예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상품정보획득이나 직접 구입에 애를 먹게 마련인데 텔레마케팅을 이용하면 번거로움을 덜고 남는 시간을 취미나 레저활동에 투자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단체의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통신판매 이용자들은 점포구매자들에 비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으며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감이 강하고 일상생활에서 혁신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도전적인 직무에 매력을 느낀다는 심리적 공통점이 있다.  특히 상품가격보다는 구매의 편의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시간절약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서비스 시행 초기인 올해에는 우선 1차 단계로 수신지역을 서울과 부산에 국한하며, 가입자가 시내 서비스만 원하는 경우와 시내 외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 두 종류로 나누어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차 단계인 94년부터는 서비스 종류를 다양화하여 전국대표전화로 걸면 통화중이 아닌 가장 가까운 영업소에 자동 연결되는 근거리 우선 루팅서비스, 서비스 발신지역을 임의로 선택하거나 제한 할 수 있는 발신지역 제한 서비스,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원하는 대로 수신처를 달리할 수 있는 일시·요일변경 루팅서비스 등 더 고급화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67년에 미국에서 최초로 개설

  이러한 착신자 요금부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다.  1967년 톨프리(toll free)또는 800서비스란 명칭으로 개설된 이 제도는 지난 89년 가입 회선 수 45만에 연 통화수는 74억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86년 6월에 프리다이얼 또는 0120서비스를 개설하여 현재 가입자수 8만, 연 통화수 5천2백만에 이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잡지 등 일반 광고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제품 자체에도 톨프리 번호를 삽입시킬 정도로 적극적이다.  상품판매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불평을 받아들이는 등 제품 반응조사에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P&G사의 한국투자업체인 서통 P&G 주식회사의 마케팅디렉터인 曺仁秀씨는 텔레마케팅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의견을 집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라며 클로버서비스의 도입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마케팅 전문업체인 금강마케팅정보서비스의 李宗澤사장은 “텔레마케팅에 성공하려면 고객 각자에 맞는 정확한 충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풍부한 상품 지식을 갖춘 전문요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다가올 텔레마케팅 시대에 대비, 작년부터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마케팅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정확히 포착하는 동시에 상품 판촉의 기능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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