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으로 돌아가는 한·일경제
  • 박현채(조선대교수·경제학) ()
  • 승인 199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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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역조·기술의존 갈수록 태산…정확한 현실 판단이 종속 타개 첫걸음

 한일 경제관계의 정상화는 지난날의 식민지 종속관계에 비추어 우리의 민족적 소망이었다. 그러나 한일경제관계의 긴밀화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무역불균형은 수치상으로 약간씩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계속적인 무역적자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한일 경제관계가 수평적 분업관계 위에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일본이 원세트의 경제구조를 갖는 완전구조(full-set structure)를 지향하며 이것을 실현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하여 조립·가공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구조가 대일관계에서 약간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일 의존적인 기본성격을 크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일 경제관계의 실체를 인식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수치는 우리에게 시사적이다. 올들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미국·일본·EC에 대한 수출의 감소에 기인하는 바,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즉 관세청은 7월24일 6월중 수출입동향 분석을 통해 올 상반기중 수출은 2백97억5천3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한 데 그친 반면, 수입은 11.5%로 3백25억2천4백만달러를 기록, 27억7천1백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수출 품목의 대일의존도 특히 높아

 상반기중의 수출입동향을 지역별로 보면 최대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은 91억9천8백만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7.2% 줄어들었으며 대일수출도 10.4%나 감소한 56억2천1백만달러에 그쳤다. 對미·일 수출 감소가 수출 침체를 주도한 셈이다. 이같은 수출부진에 따라 대미흑자는 감소하고 대일적자는 20억4천3백만달러에서 28억9천7백만달러로 늘어나, 대일 역조는 더욱 심화됐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대미수입은 1.6% 불어났으나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대일수입은 7.1%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일간 무역구조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전반적인 수출부진에 따라 대일수입의 주종인 부품 등 수출용 중간재의 수입이 감소한 데 기인한다. 이처럼 한일경제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이는 한일경제관계의 구조적인 문제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이런 현상은 자본 및 기술 종속의 소산이다.

 전후 한일 국교정상화의 해는 공식적으로 1965년이지만 일본자본의 한국진출은 1962년 이래 급속히 진전되어 한국경제의 대일종속은 자본 및 기술면에서 급속하게 이루어져 오늘에 와서 구조적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62~88년 기간 동안의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대일종속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기간의 대한 외국인투자 가운데 일본으로부터의 투자는 1천7백77건으로 같은 기간의 미국으로부터의 도입건수의 2.9배, 금액은 31억달러로 미국으로부터의 도입액의 1.9배에 달하고 있다. 또한 기술도입건수를 보더라도 같은 기간에 일본으로부터의 도입이 2천7백72건으로 미국으로부터의 도입건수의 2.1배이다.

 즉 일본으로부터의 자본 및 기술도입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이것이 부품·소재·중간재의 일본의존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대일적자폭의 증대와 함께 한국경제의 대일의존을 증대시키고 구조화한 것이다. 한국 수출구조의 주종을 이루는 섬유·자동차·가전제품·철강부문중 자동차·가전제품·철강부문의 대일의존도가 특히 높은 데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고의적 납기지연으로 수출 타격

 한국경제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가전제품 그리고 철강재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음은 한국경제의 높은 대일의존과 종속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수출은 수입부품의 조립가공적 성격이 강한 바, 수출 및 수입의 지역별 편중현상이 극심하고 완성차의 수출은 미국 비중이 88년 85.1%, 89년 67.1%로 절대적이다. 반면 부품수입은 일본 비중이 각각 82.6%, 74.6%로 대단히 높다. 수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전제품도 다음 보도(한국경제신문)에서 알 수 있듯 예외가 아니다. “특히 냉장고는 핵심부품 공급선인 일본의 의도적인 납기 지연으로 지난해 생산 및 수출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수출형태는 아직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급 기종으로 갈수록 심하다.” 그뿐 아니라 대일적자폭의 축소를 위해 추진해왔던 대일 수입규제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기업설비를 위한 시설재 도입이나 일본산 핫코일의 수입규제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규제 조처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한국경제의 대일의존이 얼마만큼 심각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일 경제관계의 실체는 우리가 소망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지난날 경험의 재판 이상은 아니다. 우리는 사실의 정확한 인식 위에 서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단계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것만이 민족의 자주·자립을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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