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따라 형편따라 쉬워진 목돈 마련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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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시대??맞아 상품개발 적극

‘돈관리??하면 떠오르는 은행. 최근 은행에서 새로운 금융상품이 마구 쏟아져나오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저마다 손님들에게 내놓는 상품은 각종 예?적금과 신탁상품을 포함해 대개 30~40 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신상품이 크게 늘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수많은 금융상품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올해 초 단칸방을 나오면서 되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예치하기 위해 ㅇ은행을 찾았던 ㄱ모씨(28)의 경우가 그렇다. 막상 은행에 들어선 김씨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상품 가짓수에 어는 것을 선택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그대로 은행문을 나섰다??는 것이다. 김씨는 한동안 8백50만원이라는 목돈을 손에 쥐고 고스란히 묵혀둘 수밖에 없었다.

 은행을 옛날에 배운대로 수익성은 별로 없지만 그저 돈을 안전하게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찾아쓰는 기관쯤으로 돌려버리지 말고 상품정보를 자세히 살펴본 뒤 자신의 이용목적에 알맞은 상품을 고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개방과 금리자유화 등 경제환경이 급변하자 날로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은행들이 문턱을 높인 채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던 과거와는 달리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새 상품을 개발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신상품 가운데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역시 목돈마련을 위한 쪽이다. 목돈은 경제 사정이 그리 풍족치 못한 일반 서민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이다.

세금우대로 고수익을 노린다 : 한아름골드예금(상업은행) 전자동수퍼예금(서울신탁은행) 등 저마다 다른 이름이 붙은 이들 신종정기예금은 연 수익률이 14%를 넘는 고수익 상품이다. 예치기간은 보통 24~36개월이며 예치 한도액은 10만원에서 6백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같은 고수익 상품들은 한결 같이 정기예금을 세금우대적금에 연결시킨 것이 특징이다. 정기예금의 이자를 이자소득세가 5%밖에 안되는 세금우대적금에 자동가입시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예치금 5백만원짜리 예금을 3년 동안 들면 만기일에 2백만원 이상이 불어난 원리금을 찾게 된다.

 한아름골드예금 같은 고수익 상품이 가진 또 한가지 매력은 갑작스럽게 덩치 큰 돈이 필요한 경우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상업은행 ‘한아름골드??의 경우 예금액의 90% 범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며 서울신탁은행은 예금가입 3개월만 되면 최고 5백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취급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고객이 목돈을 급히 쓰고자 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수익상품이 인기를 끌자 유치기간이나 유치한도액을 조금씩 바꿔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은행이 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뤄진 1단계 금리자유화의 영향으로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좀더 높게 조정될 전망이다.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으려면 : 고수익상품개발추세와 더불어 최근의 은행 모습을 바꿔 놓고 있는 것이 이른바 ‘소매금융??에 따른 고객 차별화 바람이다. 고객 차별화란 고객 개개인의 연령 직업 생활방식 등을 정확히 파악해 이들의 입맛에 알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고객차별화 바람의 선봉은 노년층을 위한 각종 연금성 신탁상품이다. 만기가 돼야 원리금을 찾을 수 있는 일반 신탁상품에 비해 연금신탁은 매월 일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시중에 나온 연금신탁은 대개 신탁기간이 5년 이상, 위탁자는 만 18세 이상의 개인이며 만40세 이상이 되면 매년 원금의 12%에 이르는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상품은 자녀들의 결혼비용 학자금 의료비 용도로 은행에 따라 5백만~1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이 좀더 편안한 노후를 설계하는 데 요긴하다. 수탁금액은 1백만원 이상이며 제한은 없다. 현재 조흥은행을 비롯, 상업은행 제일은행 신한은행 동남은행 외한은행 등에서 조금씩 다른 서비스를 붙여 취급하고 있다. 국민은행 한일은행 하나은행에는 노년층 관련 상품으로 1년에 한 차례 정기건강진단과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예금 형태의 상품도 나와 있다.

상여금을 목돈으로 불릴 수 있다 : 직장인이 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은 월급보다 훨씬 액수가 많지만 헤프게 쓰다보면 푼돈과 마찬가지이다. 최근 서울신탁은행이 개발한 ‘보너스 정기적금??과 ??보너스가계우대정기적금??은 상여금을 목돈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여금 타는 달에 맞출 수 있도록 고객이 납입기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계약기간은 1~2년, 이율은 현재의 정기적금과 동일하다. 보너스가계우대정기적금은 계약기간이 2년, 연 13%의 이자가 붙는다.

학자금 부담 줄인다 :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자금을 따로 대출해주거나 각종 교육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상품도 등장했다. 조흥은행의 ‘학부모통장??은 대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에게 편리하다. 이 통장에 가입하면 등록금 고지서만으로 대학생 자녀에 한해 최고 3백만원까지의 대출이 가능해 새 학기마다 등록금 마련에 애를 태우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게 됐다. 또한 이 통장을 이용하면 부모와 멀리 떨어진 학생들에게 생활비가 자동 송금되기도 한다.

 제일은행의 ‘평생저금통장??과 조흥은행의 ??엑스포꿈돌이통장??은 주로 저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양쪽 모두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대출해주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어린 고객들의 저축 습관을 키운다는 데에 기본 취지를 두고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있어 은행마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품이다.

 은행들은 일반 적금과는 달리 납입금액과 납입기일까지 자유롭게 정해 은행 이용을 대폭 간소화시킨 자유부금상품도 개발했다. 한 은행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여성종합통장??을 개발해 자녀출산비 입학금 월동비와 주택자금을 우선적으로 대출해주는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은행들은 제각기 시중의 유동자금을 최대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고객의 기호에 맞는 상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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