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이 기술개발 터전
  • 방연근 (한신대 강사ㆍ경영학)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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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ㆍ관리직간 수평관계 형성으로 상호보완 이뤄야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술개발이 살길이라는 목소리는 커진다. 이들은 대부분 신제품개발, 첨단기술제품의 개발과 같은 ‘제품기술’(product tech-nology)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품질ㆍ원가절감을 가져오는 공정개선ㆍ관리개선 같은 ‘공정기술’(process technology)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고졸 학력인 생산직 근로자를 중요한 기술개방의 원천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편 대졸 학력의 기사는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고 생산현장의 근로자들과 제품의 설계 및 생산공정에 대해 토의하는 것은 ‘품위가 손상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기업체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는 기사의 지시를 받는 기능공이라는 상ㆍ하 수직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어 기능공에 대한 대우 개선이나 잠재능력의 개발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기술도입과 기술혁신이 뿌리를 내려 자리잡지 못하고 사상누각이 되어 가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탄탄하게 계속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공장에서 관리자들이 특정작업에 대하여 기능공과 대화하는 광경이 흔히 목격된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이 대부분의 현장작업에 대해 조예가 깊기 때문에 특정작업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다. 기능공들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 기꺼이 관리자들과 토론하고자 한다. 독일의 기능공과 관리자들은 이러한 수평적 대화를 통하여 기본제품이나 공정기술의 점진적인 향상을 도모하지, 새로운 기술로의 극적인 도약인 신제품 개발 기술이 전부인 양 이에 매달리지 않는다.

 일본기업도 생산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기능공의 의견 및 제안을 매우 중시한다. “기능공들이 바로 전문가이다”라는 경영자의 주장은 결코 입에 발린 말이나 가식적인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기능공들은 자기의 작업에 관한한 전문가이고 기업은 이들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훈련에 많은 투자를 한다. 또 기술관리직과 동등한 생산기능직의 직제를 시행하여 기능공의 임금과 신분을 보장한다.

 

기능공 교육훈련에 많은 투자를

 우리의 경우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노사관계가 안정되어 있는 몇몇 기업을 살펴보면 기능공들이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이들이 임금과 신분에 있어 관리직에 뒤지지 않도록 직제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람의 일터’ 대상을 받은 주식회사 남양어망의 경우 관리직계는 준사원 사원 주임 계장 과장 차장 부장 본부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산직계는 기원 기사보 기사 기장 주임기사 기사장보 기사장 기정보 기정 기감보 기감 기좌로 형성되어 있어 두 직계가 급여상에 있어서나 사내 신분상에 있어 대등하다. 이 회사는 많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 생산직과 관리직이 상ㆍ하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를 이룰 때 기술혁신이 촉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또 광림기계(주)의 경우도 이러한 ‘기능 우대’의 사고를 나타내는 직제가 형성되어 있다. 관리직은 그 직계가 사원 대리 과장 부장2 부장1로 이루어져 있고 기능직은 그 직계가 기사 주임기사 기정 기장 기좌 기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회사의 기술담당이사인 배병식씨는 대부분의 경우 기술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5~6년 근무한 뒤 관리직으로 승진하여 평생 5~6년짜리 기술자로 머물게 되지만 광림의 직제는 이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도 촉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개발만이 기업의 성장을 좌우하고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그러한 기술개발은 몇몇 뛰어난 공학도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직과 관리직이 대등하게 협조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기술관리직과 생산기능직이 상호보완적이 될 때 공정기술의 개발이 촉진되고 또한 제품기술의 개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기술이 있어도 기능이 없으면 그 기술은 제품제조에 사용될 수 없다. 또한 기능공들이 작업중에 획득한 노하우나 지식 등이 실제 기술설계에 반영될 수 있게 하고 생산관리 부문에 이러한 노하우나 지식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공정기술을 개선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생산직이 관리직과 대등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직제의 설정이 우리 기업에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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