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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크 정치인을 뽑읍시다”

민간단체 ‘환경마크제’ 총선에 도입… ‘환경후보’ 선정 · 지원

김당 기자 ㅣ 승인 1992.02.2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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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곧 공해로 인식되는 세상에 진짜 무공해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수는 없을까. 지난 1월3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33개 환경단체 간담회에서 제기된 설문조사를 통한 환경후보 선출방안은 적극적 선거 참여를 통한 환경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적 연대기구 준비모임 성격을 띤 이날 간담회에는 박영숙 의원(녹색의 전화 대표) 최 열(공해추방운동연합 의장) 인명진(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서한태(목포녹색연구회 회장) 한기양(울산공추련 공동의장) 등 각 지역 및 부문 환경단체 대표 20여명이 참석해 환경후보 선출방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환경정책연구소(소장 신창현)가 제안한 이 방안의 골자는 총선 후보자들에게 환경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환경후보를 결정, 유권자들에게 후보 선택의 기중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환경처에서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상품에 대한 환경마크(E마크)제를 정치에 응용한 셈이다. 물론 종래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유권자들은 후부자의 환경 관련공약이나 경력을 참고해 표를 던졌지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상품 이름에 ‘바이오’)와 ‘무공해’를 남발하듯 정치인들도 저마다 무공해임을 내세우눈 통에 ‘공인된 진짜’를 고르기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환경보전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마땅한 환경후보에게 민간환경단체에서 공인한 E마크를 붙여주자는 취지인 셈이다.

설문조사 내용은 크게 환경상식과 환경실천으로 나뉘는데 일종의 ‘환경시험’ 성격을 띠어 무두 40문항(주 · 객관식 1백점 만점)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환경상식 분야의 경우 ‘ppm’을 묻는 쉬운 것에서부터 페놀의 수질환경 허용기준치를 묻는 어려운 문제를 망라하고 있다. 또 환경실천 분야에는 “선거 때마다 후보를 알리기 위한 홍보 유인물이 대량으로 제작 · 배포되어 쓰레기 공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라는 식의 쉽지만 껄끄러운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설문조사가 제대로 시행될 경우” 몇 가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아무리 환경의식이 없는 후보라 할지라도 설문조사를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고 기초지식을 쌓는 교육효과가 그것이다. 또 환경보전과 상치되는 지역개발 공약의 남발을 예방하는 억제효과와 그 약속을 문서(설문조사)로 남겨둠으로써 임기중 실천케 하는 이행 강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권자에게 후보 선태그이 기준자료를 제시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타락선거를 감시하고 적극적 선거참여를 유도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이러한 설문조사가 정착된다면 언론의 판에 박은 듯한 인물 중심의 선거보도를 유권자의 정치참여에 필요한 정보를 주는 쪽으로 계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철마다 마치 거미가 줄을 뽑듯 후보들의 지 · 학 · 혈연 중심으로 경합 양상만을 확대하는 언론의 ‘거미줄 표밭점검’ 보도를 자연스럽게 입법 및 의정활동 중심으로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문조사가 제대로 시행되더라도 몇 가지 과제가 남는다. 우선 지난 광역의회선거에서 선전이 기대됐던 참신한 녹색후보들이 고사했던 교훈을 들 수 있다. 당시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대표로 나선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자씨(전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총무) 등이 참패한 것은 아직 보전보다는 개발쪽에 눈길을 주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역주의를 극복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이른바 TK의 본산인 대구에서 페놀 공포를 확실히 해결할 야등후보가 나온들, 오염된 물을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마셔와 시민들이 물에 대한 한이 맺힌 목포에서 물박사 여당후보가 나온들 득표에는 별로 영향을 못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통한 환경후보 선출전략의 성공 여부는 결국 그지역 시민 · 환경단체들의 역량에 달려 있는 셈이다. 선출방안과 함께 ‘환경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연대회의’ 구성을 제안한 선창현 소장은 “현재 각 지역 환경단체들이 관심은 크나 그 관심을 조직적인 힘으로 엮어낼지는 미지수”라고 전제하며 “지역 여건이 어렵더라도 독자적으로 지역을 선정해 설문조사를 추진, 환경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힌다. 공해공단의 대명사격인 울산 · 온산공단지역, 날치기 법안통과로 반발이 드센 제주도지역, 그리고 서울의 공단지역과 인천 등 수도권이 주요 전략지고 꼽히는데 과연 콩 심은 데 콩이 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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