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타고 호랑이 찾아 보자
  • 태국 치앙마이·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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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현지 취재/‘밀림 트레킹’ 천국, 코스·일정·난이도 다양 … 4박5일에 20만원

트레킹(trekking)은 동서양에 따라 의미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 말하는 트레킹에 ‘탐험’이라는 뜻이 강하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도보 여행’ ‘역사 기행’에 가깝다. 이처럼 트레킹은 지역에 따라 의미를 약간 달리하지만 ‘목적 여행’ ‘체험 여행’이라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태국에는 트레킹 회사가 1백20개 넘게 있다. 그 중 대부분이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에 본부를 두고 있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7백㎞ 떨어진 치앙마이는 트레킹 명소로서 모든 자격을 갖췄다. 이 지역은 태국 남쪽과 달리 산이 많아 트레킹을 즐기는 데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치앙마이 남쪽 57㎞ 지점에 있는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 도이 인타논(2,565m)에서부터 지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원시 냄새가 가득한 정글과 마을 사이를 연결하는 강이 있다. 도보 여행지로는 적격인 셈이다.

여기에 11개나 되는 산족이 수백 개 마을에 퍼져 살기 때문에 죽은 유적지 탐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산악 민족의 생활 양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치앙마이 트레킹은 산족 마을을 방문해 기념 사진이나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산족들이 해주는 현지 음식을 맛보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고산 마을에서 잔다. 숙박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텐트를 치거나 불 옆에서 웅크리고 자기도 한다. 이동은 주로 걷거나 코끼리·뗏목을 이용하고 가끔 지프나 오토바이를 타기도 한다.

트레킹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반나절 코스인 코끼리·뗏목 트레킹에서 9박10일 코스까지 소비자가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가장 험한 코스로 알려진 ‘타이거 트레킹’은 선전 문구대로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본 적이 없는 야생 동물을 밀림 속에서 가끔 만나기도 한다. 트레커들은 대개 고산족 마을에서 야영하거나 가끔 뗏목 위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치앙마이가 트레킹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는다. 초기에는 주로 독일·스웨덴·오스트리아 등 유럽인들의 발길이 잦았다. 이들은 대개 4~5명이 팀을 이루어 찾아온다. 서양인들은 대개 4박5일 코스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동얀인 트레커가 크게 늘었다. 일본·대만·홍콩인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인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89년 대학 3학년 때 이곳을 찾았다가 2년 전부터 눌러 앉았다는 KS 여행사 박태영 과장은 “작년부터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 특히 겨울 방학에는 거리에서 한국인이 물결을 이룰 정도다. 한국 관광객은 2박3일 코스가 가장 많으며, 대학생에서 70세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라고 설명한다.

박과장은, 이들이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갈 때면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면서 “아예 직장 단위 극기 훈련장으로 이곳을 찾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고 귀띔한다. 한국인 여행사는 한국인 트레커들의 식성이 원주민과 맞지 않는 것을 감안해 상추·마늘·된장 따위를 준비해 놓고 있다.

고색 창연한 사원·나비 농장도 볼거리
비용은 인원에 따라 크게 달라지나 15명 이상이 4박5일 코스를 하게 되면 1인당 20만원 정도 든다.

치앙마이의 겨울 평균 기온은 20~26℃로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해 트레킹하기에 적격이다. 치앙마이의 트레킹 코스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치앙마이에서 매탕·매홍손·치앙라이를 잇는 코스다. 그밖에도 치앙다오·매찬·나오·프라오를 잇는 코스가 있다. 치앙마이에는 트레킹 코스 외에도 왓 체욧, 왓 프라탓 도이 수텝 등 오래된 사원이 많고 나비·난 농장이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치앙마이를 찾은 관광객 수는 모두 2백20만명인데 올해는 이보다 10% 이상 늘어난 2백50만명이 찾을 것으로 태국 관광청은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트레킹을 즐기는 것으로 집계돼 1년에 트레커만 2백만명이 이곳을 찾는 셈이다. 방콕에서 치앙마이 공항까지는 한 시간 걸리며 하루에 일곱 번 비행기가 운항된다.

치앙마이에서 비행기로 25분 거리에 있는 치앙라이는 트레킹은 물론 태국·라오스·미얀마가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과 국경 도시 매사이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내년 초부터 메콩 강에 태국·라오스·미얀마·중국을 잇는 유람선이 운항되면, 치앙라이가 푸켓·파타야 등을 제치고 태국 관광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치앙마이·姜龍錫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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