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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 드러났지만 편파수사도 문제

검찰, 국민·민자에 이중 잣대… ‘선거 후유증’ 우려

서명숙 기자 ㅣ | 승인 2006.05.01(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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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목재 수사→전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현대중공업 출납담당 여직원의 양심선언→현대목재 사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간부 5명 구속과 현대중공업 간부진에 대한 사전구속영장발부.

 현대그룹의 국민당 선거운동 지원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당의 싸움은 가차없는 구속 수사와 임직원들의 궐기대회라는 형태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6일 포항 유세에서 “현대화 국민당에 대한 잇단 탄압은 국민당 지지도 상승에 놀란 민자당이 일부 관리들을 동원해 벌이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정면돌파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그 전날인 5일 낮에는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 서울계동 본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5천여명이 검찰과 경찰의 편파수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공명선거 촉구 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검찰이 서산 간척지 시찰, 현대자동차 공장 견학등 현대그룹의 국민당에 대한 불법 선거지원에 혐의를 두고 전면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날달 7일. 당시 서울지검 공안 1부는 현대그룹 전계열사 및 산하 대리점 · 영업소 등이 관련된 사전 선거운동을 수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등 2개 계열사 간부들을 소환해 수사했다. 그러나 수사는 별다른 증거과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 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5일 서울지검은 다시 현대종합목재가 회사 차원에서 국민당 선거운동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과장급 간부 6~7명에게 ‘강제사표’를 받아내고 국민당에 입당시킨데 이어 평사원에게도 당원 확보를 조직적으로 지시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주변의 이야기에 따르면 풍문과 심증만을 기초로 착수했던 지난번 수사와는 달리, 이번 수사는 “현대 내부인이 흘린 구체적인 정보에 의한 것이어서 검찰은 당초부터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같은날 현대중공업 출납담당 여직원 정윤옥씨(27)의 ‘양심선언’은 검찰과 경찰의 입장에서는 “현대에 대한 수사를 결정적으로 도와준 내부인의 구체적인 정보”였다. 정씨는 경찰 수사에서 “현대중공업이 최수일 사장의 지시에 따라 국민당의 선거자금 지원을 이해 3백38억9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2백억원은 국민당에 건네줬고 나머지는 신한은행 종로지점과 현대중공업 대여금고에 보관중”이라고 진술했는데, 이에 따라 경찰은 신한은행 대여금고에서 자기앞수표 1백14억5천7백만원등 총 1백24억7천만원을 찾아냈다.

양심선언설 석달 전부터 나돌아

 사실 현대그룹 내부자의 양심선언설은 지난 9월부터 정가에 끊임없이 나돌았다. 상당수의 구성원이 대통령선거 결과와 그룹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만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개중에는 기업의 본령을 벗어난 지나친 선거운동에 회의적인 구성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도 이미 보도를 통해(169호 커버스토리 ‘현대와 국민당의 정경일체선거운동’)을 통해 10월 중순께 정주영 대표의 계열사 사장단 회의참석, 현대 엘리트 사원의 당 공조직 투입, 기업체라는 특수관계를 이용한 조직적인 참여 유도 행태를 보도하며 “현대라는 사조직은 활발히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정대표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지한 바 있다. 당시 정대표는 《시사저널》의 사장단 회의 참석 보도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업을 떠나면서 고별 인사를 한 뒤에는 사장단과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 했다. 그러나 서울지검은 현대종합목재 음용기 사장으로부터 “정대표가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계열사 사장단 회의등에서 국민당 선거운동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왜 상당수 시민이 검찰 수사에 맞선 국민당의 항변을 이유있다고 받아들이고, 금권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편파수사’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것은 당국이 금권 불법선거운동에 관한 한 ‘겨묻은 당’이랄 수 있는 국민당에 한해서만 유독 서릿발 같은 수사로 기만하게 대응하는 반면, ‘재묻은 당’이랄수 있는 민자당에 대해서는 느림보 수사로 대처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발사례 민자당이 단연 많아

 4일 현재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고발창구에 접수된 ‘각 정당별 불법선거운동 고발사례’를 들여다보면, 민자당 1백 49건, 민주당 3건, 국민당 1백4건, 기타 22건으로 민자당이 단연 우위를 차지한다. 금권 선거운동의 전형인 ‘금품 · 향응 제공행위’로 고발된 사례만 해도 민자당은 국민당 29건보다 더 많은 49건에 이른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정당 · 후보자별 조치 건수’를 보면, 민자당 58건(21%), 민주당46건(17%), 국민당 92건(35%)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검찰과 경찰은 대선 선거사법으로 △국민당 4백39명(구속 33명 · 불구속 1백87명) △민자당 24명(구속 1명 · 불구속 7명) △민주당 93명(구속 1명 · 불구속 38명) △무소속 3백50명(구속 22명 · 불구속 1백68명)을 적발했다. 무소속으로 분류된 이들은 대부분 ‘범민주연합’입장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거나 공명선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재야 출신 인사들로 알려진다. 국민당 구속자 수는 4일 이후 현대 그룹 관련 구속자와 수배자까지 합치면 이 보다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야권에서는 “뿌리가 완전히 다른 현대그룹 관계자들과 재야그룹 인사들이 감방을 다 채우게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돌고 있다.

 민자당 금권 불법선거를 향한 검찰 · 경찰의 늑장 대응은 이른바 ‘YS시계’를 발견한 민주당과 국민당 관계자들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1동 시계제조업체 (주) 오리엔트가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이름과 ‘대도무문’이 새겨진 샤갈 손목시계 11만개를 제작하고 있다”고 성남 남부 경찰서에 신고하고 수원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남부경찰서는 수사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장 출동을 하지 않다가 하루 뒤인 6일 오후 6시30분께야 출동했고 그나마도 회사쪽이 불응하자 그대로 돌아가는 ‘유순함’을 보였다. 수원지검 남부지청도 검찰상부의 수사 지휘가 떨어진 5일 저녁 늦게서야 이 공장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했지만 문제의 시계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2일 부천 중부경찰서가 “부천 로렌스시계 회사에서 정주영 후보의 선거운동용 남자 손목시계를 제작하고 있다”는 민자당측의 고발을 받자 압수 수색 영장도 없이 로렌스시계와 하청 업체를 급습해 수색에 나선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민자당 ‘사랑방 좌담회’도 검찰 · 경찰의 엄정한 단속을 피해 나가기는 마찬가지다. 이 좌담회는 직역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전직 통장과 통장 부인들이 모임을 주선하고 비당원에게는 즉석에서 당원증을 교부했다가 회수하는 편법을 취하고 있다.

 혼탁한 금권선거를 우려하던 유권자조차 검찰의 강경한 ‘현대수사’에 선뜻 공감의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편파 대응이라는 의혹이 지워지지 않는 한 검찰의 ‘현대 수사’는 일단 국민당의 조직 가동률은 떨어뜨리겠지만 오히려 국민당을 ‘탄압받는 야당’으로 부각시켜 동정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선거이후에도 민자당이 집권할 경우 정통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무엇보다도 ‘저울추’처럼 공정한 법 집행이 촉구 되는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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