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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 온 뒤 갈수록 ‘맑음‘

93년 국내경제 전망/ “지금이 최악”…물가 안정·국제수지 개선 예상

장영희 기자 ㅣ 승인 2006.05.01(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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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경제 기상은 ‘맑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도 경제상황을 일기예보처럼 표현한다. 새해 초 날씨는 올해처럼 먹구름이 짙게 깔리겠지만 점차 맑아져 하반기로 갈수록 활짝 갤 것으로 예측한다. 이들은 내년 경제가 맑을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점친다.

 이 같은 회복 전망은 올해 말 경기를 ‘최악’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올해 말 경기가 바닥을 헤매기 때문에 내년에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는 61년부터 85년 9월까지 경기순환 변동을 5번 경험했고, 85년 10월부터 현재를 6순환 주기로 분석한다. 통계청은 경기순환 곡선상 최고점과 최저점은 지나봐야 분명히 알게 되지만 올해 말을 최저점으로 보는 근거로 경기선행지수를 든다. 10월중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경기동향지수 순환 변동치는 계속 떨어졌지만 2~4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올라갔다. 10월중 경기선행지수는 9월보다 1.4% 높아진 1백84.5를 보여 내년 초부터는 경기가 회복되리라고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가동률 회복 조짐

 거시지표를 통해 큰 그림을 그려보면 93년 경제성장률(실질 GNP성장률)은 6%대에 그치겠지만 물가상승률은 4~5%대, 경상수지적자폭은 20억~30억달러(국제수지 기준)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장·물가·국제수지는 경제의 세마리 토끼로 비유된다. 이 셋을 모두 추구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상층하는 게 문제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물가와 국제수지를 악화시키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수준(잠재성장률)을 7%로 보고 성장률을 다소 떨어뜨려 물가와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는 정책을 추구해왔다. 올해 성장률은 정부의 ‘의도적 감속 수준(7%)’에 이르지 못하고 5%선에 그칠 전망이다. 물가는 안정되고 국제수지 적자는 개선됐다. 내년에는 이 기조가 뿌리를 내려 탄탄해질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백웅기 연구위원은 93년 경제성장률을 6%대로 예측한다. 회복세가 순조롭다면 7%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대우 삼성 럭키금성 쌍용 등 민간경제연구소도 6~7%선으로 본다. 성장률은 실업률과 반비례하기 때문에 성장이 저조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률은 2%선에서 별 변동이 없다.

 무기력했던 산업활동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산업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산업생산·출하·제조업 가동률·투자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내수가 과열돼 물가를 부추기고 국제수지를 악화시키자 정부는 경제안정화 시책을 강력히 폈다. 그로 인해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그동안 투자를 많이 해 생산량을 늘려온 기업은 엄청난 재고 부담을 안았다. 재고를 줄이다 보니 공장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투자도 위축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이사는 “기업은 재고조정을 하고 있다. 적정 수준 이하로 재고량이 떨어지면 생산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내년 2/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지표 상으로 재고량은 지난 7월부터 줄어들고 있고, 제조업 가동률은 10월부터 오름세로 반전해 회복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설비투자가 되살아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내년도에도 설비투자가 감소해 투자위축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반면 정부는 다소 낙관적이다. 상공부가 철강 반도체 자동차등 16개 업종 79개 대기업의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 설비투자증가율은 올해보다 8.5% 증가해 투자액은 9조7백3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상공부 임래규 산업정책과장은 “기본적으로 91년 말로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된 데다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정국불안 등이 겹쳐 투자가 부진했다. 내년에는 정국 불안이 해소되고 자금공급이 원활해져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투자위축은 올해는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상공부 조사에서도 올해 투자액은 연초 계획보다 12.2% 감소했고 91년 실적에 비해 5.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는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경상수지는 우리와 다른 나라 사이에 1년 동안 이루어진 모든 경제적 거래를 종합한 것인데, 무역수지·무역외수지·이전수지가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수출이 활성화돼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리라고 점친다. 이는 세계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리라는 예측에 근거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저명한 경제예측기관들은 선진국의 93년 성장률이 3%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교역증가율도 올해 4.5%에서 6.7%로 높아지리라 예측한다. 한국무역진흥공사(KOTRA)는 이로 인해 수출이 8~9% 늘어나 8백40억~8백50억달러,수입은 4~5% 증가해 8백60억·8백7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수출과 수입의 차인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으로는 20억~30억달러 적자를 내겠지만 국제수지 기준으로는 소폭의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2억달러, 한국개발연구원은 10억달러의 무역수지흑자를 점친다.

 반면 올해 25억달러 적자로 예측되는 무역외수지(외국과의 서비스거래 결과 벌어들인 돈과 지급한 돈의 차이)의 적자폭은 내년에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최세형 상무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로 국내 서비스산업이 개방되면 무역외수지 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서비스산업이 취약해 개방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상수지는 무역수지가 소폭의 흑자를 내겠지만 무역외수지 적자가 최소한 25억달러나 되고 소폭의 이전수지 적자로 인해 20억~30억달러 적자에 이를 전망이다. 대우와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상수지 적자폭이 30억~40억달러로 올해보다 다소 개선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물가는 올해와 비슷한 4~5%선에서 안정될 전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등락률은 4%대로 우리 경제는 88년이래 계속된 7~9%대의 고물가 압력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다소 비관적이다. 5%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다소 높아지는 데다 소비와 투자소요가 회복될 조짐이어서 올해보다 물가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인상이 예정된 10여 가지의 공공요금도 이런 염려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7~9%대의 고물가시대는 저성장시대 진입과 함께 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UR·정권교체가 변수

 내년에는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의 활력을 재는 잣대인 수출 전망이 청신호다. 물론 세계경제 회복 그 자체가 수출증대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경쟁력 회복이 관건이지만 새순에 물이 오르는 여건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물가와 금리가 떨어지고 환율이 절하 추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업체에게 좋은 조건이 된다. 대우경제연구소 심근섭 상무는 “우리 기업이 불황내구력이 높아진 점도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내년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에 따라 무역과 관련한 전반적인 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해가 될 것이다. 제도개편을 어떻게 잘하느냐가 93년 경제 향방을 가늠한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되면 보조금 지급 등 수출지원이 전면 금지된다. 또 내년이 정권교체기라는 점이 큰 변수다.

 경제기획원 장승우 경제기획국장은 “93년도 경제운용 방향은 올해와 큰 변함이 없다. 경제안정화 시책을 계속해 안정기반을 좀더 다지는 것이다. 아울러 경쟁력 회복이 눈에 보이도록 투자진작책 등 산업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장국장은 내년에 통화증발을 통한 전반적 부양책은 없겠지만 정부가 행정지도로 눌러온 여러가지 규제를 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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