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끝났다. 이제 수 싸움이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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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오세훈 캠프, 이미지 대결 이어 2라운드 ‘정책 경쟁’ 별러…미디어 선거에도 주력

 
서울시장을 놓고 격돌한 ‘강풍’과 ‘오풍’의 1라운드 승자는 오세훈 전 의원이었다. 이미지 정치 게임으로 치러진 1라운드에서 후발 주자인 오 전 의원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게 완승했다. ‘강풍’을 타고 등장한 ‘오풍’은 한나라당 지지표를 결집시키며 ‘강풍’을 잠재웠다. 오 전 의원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무렵에는 강 전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를 20% 이상까지 벌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오후보에게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종에서 최병렬, 그리고 김민석까지 거치는 동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치인 출신은 마지막 순간에 모두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조순·고건·이명박, 각기 학계·행정계·경제계에서 ‘자기 신화’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서울시장 선거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보다 결승점까지 지지를 끌고 갈 동력이 필요한 것이 정치 현실이다.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의 반등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강금실 캠프에서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금실 캠프에서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눈이 오는 동안에는 비질을 시작하지 않는 법이다. 섣부르게 카드를 내밀었다가는 ‘오풍’에 묻힐 수 있다. 이제 본게임이 시작되었다”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최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벗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등장한 것은 ‘강한 금실’ 이미지로 법무부장관 시절 보여주었던 강성 이미지를 되살린다는 것이다. 다음은 ‘감동을 주는 금실’이다. 강 전 장관이 살아온 삶의 진정성과 일관성을 보여주어 지지층을 다시 되찾아온다는 것이다. 특히 ‘역할 모형’과 ‘공감 모형’을 보여주어 잃어버린 중년 여성표를 찾아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미지 정치에 이어 2라운드는 정책 대결로 펼쳐질 예정이다. 두 후보 모두 정책 대결로 승부를 내자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전통적인 의미의 정책 대결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정책 준비를 위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마 결심을 할 때까지 개인 사무소 하나 꾸려오지 않았던 오 전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박계동 의원으로부터 선거사무소를 이어 받아 겨우 캠프를 꾸렸다.

강 전 장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정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캠프에서 나오는 정책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양쪽 모두 정책이 급조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한 공약이 많다는 것이다. 오 전 의원은 “사실 두 후보의 공약 중에서 다른 점을 찾기보다는 비슷한 점을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서울시 행정에 대한 답은 사실 어느 정도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후보가 공약을 내놓고는 있다. 강금실 캠프의 정책팀장을 맡고 있는 김호기 교수(연세대·사회학)는 “강후보의 공약을 요약하자면 사람과 나눔, 즉 교육과 복지다. 이를 통해 서울을 공존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오 전 의원은 문화에 방점을 찍었다. 오세훈 캠프 정책팀의 석철진 교수(경희대 경영대학원)는 “문화는 강금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깊이 있는 문화 공약을 많이 준비했다. 많은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시 청사 이전 문제 놓고 팽팽히 맞서

두 후보의 공약이 대립되는 부분은 이명박 시장의 업적에 대한 재평가와 이의 계승 여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울시 청사 이전 문제다. 강금실 캠프에서는 시 청사를 비롯한 시의 주요 시설을 용산으로 옮겨서 복합행정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용산을 중심으로 마포구와 성동구를 아우르는 강북 재개발 동심원 축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신행정수도 문제가 충청권 표심을 이끌었듯이 시 청사 이전을 통해 강북 표심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오 전 의원은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시 청사 이전 문제는 세 가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강북 구도심의 박탈감이 커진다. 둘째, 예산이 엄청나게 소요되는데 그 돈을 복지 사업 등에 쓰는 것이 낫다. 용산 미군기지 터는 가급적이면 녹지 공간으로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이 이시장의 시정에 대해서 각을 세우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시장의 시정에 대한 서울시민 지지도가 80%에 육박할 만큼 ‘아우라’가 큰 상황에서 섣부른 비난은 자칫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3라운드는 누구의 캠페인이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인가로 점화될 것이다. 캠페인에서 두 후보의 방향은 확연히 갈린다. “서울시장 선거를 봄맞이 대축제로 만들고 싶다”라고 공언했던 강 전 장관은 시민위원회 등과 함께 현장을 누빌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자발성이 얼마나 모아질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강금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보여주었던 역동성을 보여주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 전 의원은 미디어 선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계안 의원과의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서 강 전 장관이 토론에 약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내린 결론이다. 특히 방송 토론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의원은 “가능한 한 자주 토론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토론을 통해 누가 더 준비된 후보이고 적합한 후보인지가 드러날 것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두 후보 모두 소장파 중심으로 캠프 꾸려

선거를 꾸려갈 캠프의 진용은 양 진영이 다 소장파 의원들을 주축으로 구성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진영·박진·원희룡 의원을 공동 선대본부장으로 선임하고 나경원 의원을 캠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김영춘·민병두·오영식·박영선 의원이 뛰던 강금실 캠프에는 임종석·이인영·김형주·이경숙 의원이 합류했다. 캠프의 중량감을 위해  오 전 의원은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이계안 의원을 품으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이계안 의원은 강 전 장관의 부족한 2%인 경제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질 경우 선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그가 경제부시장이 된다면 훌륭한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캠프에서도 이미 이계안 카드의 대항마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부시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문화에 방점을 찍은 경제·문화부시장을 둔다는 복안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관건은 캠페인에서 얻은 점수를 어떻게 지키느냐 하는 점이다. 강금실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식 의원은 “요즘 선거는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게임이다. 선거 기간 중 최소한 두세 번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캠프에서는 인물 검증이 될 때, 강 전 장관의 인물 경쟁력이 다시 ‘환기’ 되어 반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쪽 모두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인신공격 양상은 그리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제기하기보다는 언론에 흘려서 이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의 경우 그가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 지평의 수임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절을 건립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의원의 경우는 보안사에 장교로 근무했을 때의 행적과 당비 미납에 이어 민변 회비 미납 문제 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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