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들이 꾸민 한바탕 잔치마당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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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극 <눈물의 여왕>… 주제탐색 · 무대활용 미흡

 ‘눈물의 여왕’은 광복에서 6 · 25까지지,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에 대중의 사랑을 받던 백조가극단 단장 전 옥의 별칭이다. 그렇다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고 있는 가극 <눈물의 여왕<(연출 이윤택)의 주인공도 전 옥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눈물의 여왕>은 전옥(이혜영)이 이뜰던 백조가극단의 활동을 복원하면서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사랑이라는 주제를 함께 담았다. 그래서 전 옥보다는 빨치산 출신 가극단원 신정하(전도연)와 빨치산 토벌대장 차대장(조민기)의 역할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눈물의 여왕>은 역량잇는 배우들과 국내 최고수준의 스태프가 만들었다. 신 구 이혜영 박지일 이호성 김학철 등 연기파 배우들이 무대에 서고, 한국종합예술학교 음악원 정치용 교수가 음악을, 안애순 · 변창순 · 이학순이 각각 안무 · 의상 · 무대미술을 맡았다. 연출은‘문화게릴라’이윤택. 차길진의 소설<애정산맥>이 원작이다. 총 제작비 9억여 원. 엄청난 투자다.

 <눈물의 여왕>은 언뜻보기에 신파극 부활이라는 유행을 타고 있는 듯하지만, 안이하게 복고 정서에 편승한 다른 악극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옛 가요를 편곡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요테마곡을 새로 창작한 대목은‘창작 대중가극’에 대한 제작진의 열의를 보여준다. 백조가 극단의 레퍼토리 <눈 내리는 밤>을 극 중 극으로 설치하고, 배삼룡 · 원희옥 등 과거 백조가극단에서 활동했던 멤버를 끌어들인 것도 강한 의욕이 소산일 것이다.

 제작진은 끊긴 길을 더듬듯, 옛 연희 양식을 복원했다. 그 노고에 걸맞게 <눈물의 여왕>은 관객에게 흥겨운 잔치마당을 마련해 준다. 제작을 맡은 삼성영상사업단은 이 작품을‘버전 업’해 한국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겨냥한 것이라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정서에 호소하는 가극치고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예술과 사랑은 이데올로기를 넘어선다’는 주장은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생경하게 드러난다. 주제는 집요하게 탐색되지 않고, 유기적 통일을 이루지 못한 삽화가 불쑥불쑥 등장해 주의를 분산시킨다.

 서론이 길다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1부는 도입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시간을 지나치게 할애해 집중도가 떨어진다. 빨치산과 토벌대가 대치하는 상황을 조명과 입체적인 무대분할을 통해 표현한 것은 돋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넓은 무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다.

 돋보이는 배우하나. 이혜영은 눈물의 여왕 전 옥의 풍모를 짐작케 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魯順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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