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용 플루토늄 숨겨놓았나
  • 한종호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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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제원자력기구 “북한이 제출한 샘플은 가짜”

북한이 핵금조약을 탈퇴함으로써 빚어진 위기상황은 사실 북한의 실제 핵능력 보유 여부와는 별개의 것이다. 북한은 실제 핵능력을 국제적으로 검증받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되 지금과 같은 방식은 인정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핵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핵정치학의 문제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원자력기구가 제기한 핵공학상의 문제점에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절차상의 하자만을 문제삼고 나서 핵심을 비껴간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가 가장 의심을 갖는 부분은, 북한이 제출한 플루토늄 샘플과 그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용후 핵연료??사이의 ??혈연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타고 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인공적으로 추출하는 방사능 물질이다.

핵전문가들에 따라면 추출한 플루토늄이 평화적 용도의 것인지 핵무기용인지를 가름하는 기준은 플루토늄 동위체의 구성 비율에 있다.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원자로에 들어 있는 연료를 빨리 태워 꺼내야 하는데, 이 경우 핵분열 효과가 큰 플루토늄239가 94% 이상 들어 있어 일반 발전용으로 사용한 핵연료(56.4%)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표 참조).

북한은 이미 국제원자력기구에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 샘플, 그리고 그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사용후 핵연료 샘플을 제출했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이 제출한 샘플에 대해 동위체 구성을 조사해 보면 두 샘플이 일치하는지를 알 수 있다. 비유하자면 사람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두개의 샘플 사이에서 차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즉 북한이 제출한 플루토늄을 낳은 ‘진짜 부모??(사용후 핵연료)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고, 따라서 그 진짜 부모가 ??숨겨놓은 자식??(플루토늄)을 여럿 갖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진짜 부모가 사는 집으로 영변 근처에 있는 두개의 시설을 지목했다. 그리고 그 시설이 핵폐기물 처리 및 저장시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찰을 해야겠으니 공개하라고 북한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 시설이 사찰 대상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을 뿐더러 순수한 군사 시설이기 때문에 결코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북한은 자기를 ‘과거가 복잡한 여자??쯤으로 취급하는 서방측의 태도를 자주성 침해라는 이유로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가 이 시설을 특별사찰하겠다고 통보하자 아예 핵금조약에서 탈퇴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버린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실제 핵능력을 둘러싼 논쟁을 일단락짓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원자력기구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차이점??에 대해 북한측이 속시원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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