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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통신

한승주 장관‘울린’ 全·盧 나들이 외교

워싱턴·김승웅 특파원 ㅣ 승인 2006.05.15(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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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주 외부장관의 백악관 공략은 결국 무위로 그쳤다. 5박6일의 워싱턴 체류 기간에 백악관 회동을 끈질기게 시도한 한장관의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대통령은 끝까지 그 앞에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다.

 레이건이나 부시 대통령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고참 외교관에 따르면 한국 외무부 장?차관이 미국을 방문할 경우 “이쪽에서 알리지 않아도 백악관쪽에서 미리 알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고 한다. 백악관 인심이 서너달 사이에 이렇게 바뀐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한 장관을 만나지 않은 까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초 예정은 지난 26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회동하도록 돼 있었으나, 때마침 방미중인 콜 독일 총리와의 회담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되었다는 것이 한국대사관측 해명이다.

 이같은 상황을 안타까이 지켜본 것은 비단 한장관 일행이나 우리 대사관뿐만이 아니다. 한국 특파원 가운데 누군가는 “클린턴이 ??콜??과 ??코리어??의 발음을 놓고 착각을 일으킨 걸 거야. 처음에 콜 총리의 예방인 줄 알았다가 ??이그, 코리어 외무부장관이구나??하고 팽개친 거지 뭐??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대통령 친서 고어 부통령에게 전달

 사흘 뒤 한장관의 클린턴 예방이 다시 백악관 일정에 잡혔고, 이는 미국대통령 부부의 일정을 알리는 미의회 보고서에도 ‘TBA??로 올랐으나 또다시 취소됐다. TBA란 미확정 스케줄(To Be Announced)을 뜻한다. 두 번째도 취소된 이유는 클린턴 대통령의 장인 로댐씨가 중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장관은 결국 김영삼 대통령의 친서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하지 못하고 고어 부통령에게 전했다.

 한장관이 백악관 예방에 실패한 것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한장관은 주무 장관인 위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을 45분간 만난 데다, 레스 에스핀 국방장관?미키 켄터 통상대표부 대표?앤터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차례로 요담을 나눈 만큼, 그가 별도로 클린턴 대통령과 회동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반론도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으로 클린턴과의 요담에 대한 중요성이 평가절하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어야 했다. 한장관은 김영삼 문민정부가 클린턴 정부에 공식으로 파견한 첫 특사였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 외무부장관 중 설득력 가장 탁월??

 특사란 바로 특사 파견자인 김대통령과의 동일 인격체다. 또 그 친서에는, 관행이 돼버리긴 했지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방한 초청이나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김대통령의 의사가 담겨져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외교에 관한 한 아직껏 아칸소 주지사 수준에 머무는 클린턴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한?미 두나라의 특수 관계에 비추어 이번 한 장관의 방미가 지닌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상황이었다. 또 한 장관의 이번 방미는 한?미 두나라의 특수관계를 가장 극대화시키는 북한의 핵무장 가능성을 놓고 이루어졌다. 한?미 두나라의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북한 핵??이라는 공동의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클린턴으로부터 홀대받을 입장이 아니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이번 백악관 회동이 무산된 책임을 취임 한달도 안된 한 장관의 외교능력 미숙 탓으로 돌려야 하느냐, 아니면 사안의 중대성을 변별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클린턴의 미숙한 외교 능력 탓으로 돌려야 하는냐이다.

 워싱턴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어느쪽에도 책임이 없는 것 같다. 한 장관의 외교적 능력은, 이번 방미를 통해 건국 이래 역대 외무부장관 가운데 가장 출중한 영어 구사력과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미 외교가에서 평가받았다. 클린턴은 취임 이전부터 “내 경우 외교란 경제 외교를 뜻한다??라고 아예 못을 박고 시작한 대통령이다. 한 장관이 아니라 황인성 총리가 워싱턴에 온다 해도 ??경제적 가치 ??가 없는 한 그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정상외교라는 탈을 쓰고 분수 넘게 자행한 5?6공 국가 원수의 나들이 외교가 그 주범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미국을 방문한 횟수는 일곱차례가 넘는다. 모든 대미외교를 대통령 혼자 다 주무른 탓에 평소 웅지를 품은 한국 외교관이 백악관의 미래 주인공과 교분을 쌓을 기회를 아예 빼앗겨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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