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고교 인맥
  • 이흥환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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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3勢'가 뜨고 있다


YS측근·육참총장 배출한 경복고 새롭게 두각

경기고, 전국 걸쳐 두터운 층‥‥ 서울고, 재계 진출도 활발

  14대총선이 끝난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구 당선자를 포함 한 국회의원 2백99명 전원의 출신고교를 조사한 일이 있다. 선관위가 국회의원의 출신 고둥학교까지 파악해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조사 결과 경기고 출신이 22명(7.7%)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경북고(I5명) 경남고(11명) 경복고(10명) 대전고(8명) 서울·광주·마산고(각 7명)의 순이었다. 대구·경북세력(TK)이 여전히 정치판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던 상황에서 경북고를 제치고 경기고 출신 숫자가 더 많았던 것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 서울고와 더불어 서울의 옛 명문고로 이름을 떨쳤던 경복고인맥은 정치권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金泳三정부가 출범하고 권력층 인맥지도가 다시 그려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개혁 주체 세력의 핵심부에 경복고 출신 인사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 경복고 인맥이 권력층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복은 늘 음지였다"는 경복고 동창회 관계자의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유독 정치판에서는 경복 인맥이 두드러지지 못 했던게 사실이다.

 

경복고등학교

  새 정부에서 경복 인맥이 새롭게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경복고 출신인 김대통령의 차남賢哲씨가 부각되면서부터다. 게다가 역시 경복고 출신인 金德龍 정무1장관이 김대통령의 오른팔격으로 떠올랐고, 행정 관료나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김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 보좌하는 金基洙 수행실장 역시 경복고 출신이다 보니 경복고 인맥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면서 오른팔 노릇을 하는 정무장관과 대통령의 아들, 게다가 대통령을 최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수행실장이 같은 고교출신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경복고 동문 입장에서는 한번쯤 어깨를 펴볼 만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복인맥은 또한 새 정부에서 장·차관 각 1명과 도지사 1명을 배출했다. 李仁濟 노동부장관(43회)과 李源宗 공보처 차관(33회), 金德永 충북지사(36회)가 경복고 출신이다. 행정부에서는 이밖에도 全世鳳 조달청장(34회) 등 6명의 차관급 인사가 경복 인맥으로 채워졌고, 신임 金東鎭 육참총장도 32회 졸업생이다.

  정치권과 행정부에 포진한 경복고 인맥은 양보다는 질에서 평가받고 있다. 군부 인사는 김영삼 정부의 인맥 재편 작업에서 '가장 위험한 도박'으로 일컬어졌다. 그런 만큼 군부 핵심 요직인 육참총장 자리에는 대통령이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앉힐 수밖에 없다. 이인제 노동부장관이 김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최연소 장관(43세)으로 입각해 일찌감치 기반을 확보한 것도 경복 인맥의 질적인 성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경복 출신으로 정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은 민자당 李漢東의원(29회)이다. 이의원은 경복 인맥의 '대부'라고도 불린다. 이의원의 뒤를 이어 역시 민자당의 朴明煥 (서울 마포갑)·李澤錫(경기 고양) 의원이 32회로, 같은 기에서 2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된 경우이다. 김덕룡 장관과 朴範珍의원(서울 양천갑)도 35회 동문으로 역시 같은 기에서 2명이 나온 경우에 든다. 이밖에도 민자당 美信祚(경북 영양·봉화)·朴珪植(경기 부천남) 의원이 경복고 졸업생이며, 민주당에 서는 文喜相(경기 의정부)·元惠榮(경기 부천중을) 의원이 경복고 출신이다.

  경복고 총동창회는 전체 동문 3만여명 중에서 입법부나 행정부 등 공직에 진출한 동문의 숫자를 20여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동창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경복고 인맥의 부상에 대해 "5공 초에는 총리와 대법원장 감사원장 등이 모두 경복고 출신인적도 있었다. 경복고 인맥이 새로 부각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 경복고 출신이 개혁 추진세력의 일부 실세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경기고등학교

  정치권에서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경기고 출신 인맥이다. 명문고로 알려져 있는 일부 지방 고교 출신 국회의원들이 주로 해당 지역의 기반을 바탕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경기고 출신들은 전국에 걸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또한 재선 이상 다선 의원이 다수라는 점도특기할 만하다. 李鐘贊(서울 종로)의원은 민자당에 있을 때만 해도 경북고 인맥이 주류를 이루었던 당내에서 경기고 출신의 선두주자였다. 민자당의 朴柱天(서울 마포을)鄭在文(부산 부산진갑) 具昌林(전국구) 吳世應(성남 중원 분당) 朴定洙(김천 금릉) 徐相穆(전국구) 金己培(서울 구로갑) 柳興株(부산남구을) 南在斗(대전 동구갑) 南平祐(수원 권선을)의원이 경기고 출신이고, 민주당의 鄭大哲(서울 중구) 李哲(서울 성북갑) 柳寅泰(서울 도봉갑) 金元吉(서울 도봉을) 黃義成(곡성 구례) 朴正勳(전국구) 張基旭(전국구)의원이 역시 경기고 출신이며, 신정당의 朴燦鐘대표도 경기고 졸업생이다.

  행정부처에서는 새 내각에 경기고 55회 동문 3명이 한꺼번에 입각해 화제가 되었다 金斗熹 법무부장관과 金喆壽 상공부장관, 吳隣煥 공보처장관이 그들이다. 경기고 55회인맥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포의 55기'다. 입법 행정부뿐만 아니라 학계 재계 법조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중추세력으로 잡고 있다. 검찰쪽만 보더라도 金有厚 서울고검장과 李健介 대전고검장 등을 위시해 사정 기관의 핵심 요직에 55회 출신이 진을 치고 있다. 

  경기고 인맥이 사회 각계의 엘리트로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왠지 모르게 경기고 출신이라는 명망에 걸맞는 지도자급 정치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정치인은 많지만 지도자급 인사로 떠오르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서울고등학교

  서울의 옛 3대 명문의 하나로 손꼽혔던 서울고둥학교 졸업생 중 현재 정치권에 진출해있는 인사로는 민자당의 李順載(서울 중랑갑·5회) 威錫宰(천안 6회) 康容植(전국구·10회) 李界茂(점촌 문경·15회)의원정도다. 민주당의 趙尹衡·趙勢衡 의원은 각각 3회와 6회의 형제 졸업생이다. 청와대의 金榮秀 민정수석 비석관(11회)외에 행정부에는 崔昌潤 총무처장관(10회) 具本永교통부 차관(17회) 景商鉉 체신부 차관(8회) 李建榮 건설부 차관(15회)이 서울고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검찰쪽에서는 崔明夫 대구고검장과 崔明善 서울고검 차장 金基錫 부산지검장이 11회 동문이며, 沈再淪 대전고검 차장(14회)도 서울고 출신이다. 

  서울고 인맥의 특징은 정계나 관계보다는 재계쪽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金明浩한국은행 총재가 서울고 졸업생이며, 쌍용의 金錫元회장(16회)등 굴지의 기업주 6~7명이 자리잡고 있고, 특히 증권가에는 "서울고 인맥이 몰려온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증권거래소의 신임 洪寅基 이사장(8회) 증권감독원 李根洙 부원장(8회) 재무부 尹增鉉 증권국장(17회) 등이 모두 서울고 출신이며, 이밖에도 신영증권 朴炳烈 사장(5회) 신한증권 朴斗杓 전무(11회) 등 증권업계에도 10여명 이상의 서울고 동문이 포진해 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징 중의 하나는 학맥이다. 특히 고교 인맥은 대학교 인맥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 강한 결집력을 발휘한다. 과거 30여년간 3대 명문고로 통칭되어온 경기·경복·서울고 출신 인맥은 지배 엘리트의 핵심부에 위치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권력층 인맥 지도가 재작성 되면서 동래고·부산상고 출신 등 정치권에서 과거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인맥이 부각되고 있고, 경복고 인맥도 이 범주에 든다.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은 "고교 인맥의 재편기"라고 표현하면서 "고교 인맥의 독과점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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