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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뛰고 황제처럼 먹는다

취재진 출입 금지된 파주트레이닝센터 ‘태극전사 23인의 24시’

파주 ·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ㅣ 승인 2006.05.19(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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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땀을 흘리는 대표선수들(위)은 초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은 훈련이 끝나면 컴퓨터실과 물리치료실에서 피로를 푼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390번지. 이곳에는 대지 면적 3만4천4백10평에 세워진 1백30억원 짜리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꿈꾸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전용 훈련장인 파주트레이닝센터이다. 축구 대표팀은 지난 14일부터 이곳에서 1주일간 고된 훈련을 받았다.

트레이닝센터는 원래 취재진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장소이다. 게다가 지금은 월드컵을 코앞에 둔 중대한 시점. 대표 선수들이 먹고 자는 이곳은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취재진의 출입까지 통제된 ‘성역(聖域)’으로 변했다. 따라서 트레이닝센터에서 지내는 선수들의 모습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 있을 수밖에 없다.

태극전사 23명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낼까. 그들은 언론과 접촉이 철저히 통제되어 있는 탓에 트레이닝센터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에게 귀동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선수들의 시간표는 훈련 시간과 횟수에 따라 달라진다. 오전 훈련이 있는 날이면 아침식사를 오전 8시 전후에 한다. 오전 훈련이 끝나는 시간은 낮 12시30분 안팎. 점심시간도 자연 1시 이후로 미루어진다. 대략 오후 한 차례 훈련을 한다고 가정하면 아침은 오전 8시30분, 점심은 낮 12시에서 1시, 저녁은 오후 7시30분쯤 먹는다.

아침 기상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침식사 시간에 늦지만 않으면 된다. 히딩크 감독 시절에는 ‘선후배 간 경계를 없애라’는 뜻으로 함께 식사하는 선수들이 모두 정해져 있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이 식사하기를 선호한다. 좋아하는 선수끼리 옹기종기 모여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는 분위기다.

반면 취침 시간은 밤 11시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코칭스태프가 직접 취침 여부를 검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권고 사항. 선수들에게는 ‘왕’의 명령과 같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하얗게 도배된 방에는 침대 두 개, 텔레비전, 냉장고, 책상 등이 마련되어 있다. “사생활을 보호해주라”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명령에 따라 선수들은 모두 1인1실을 쓴다.

물리치료실,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북적’

파주트레이닝센터는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대우를 달리한다. 성인 대표팀의 대우가 최상급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숙박·식사 등을 모두 포함해 1인당 하루 7만5천원꼴의 초특급 대우를 받는다. 잠을 자는 데 큰돈이 들지 않는 만큼 먹고 마시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2만5천원짜리 한 끼 식사는 어떤 것일까. 순수 재료비만 2만5천원어치인 만큼 2만5천원짜리 일반 음식과는 격이 다르다. 대하·전복 등 온갖 해물, 최고급 인삼, 고품질 한우고기, 자연식 청국장, 오리고기…. 샐러드와 후식까지 포함하면 음식은 무려 20여 가지. 임금님 수라상이 전혀 부럽지 않다.

음식 종류뿐만 아니라 신선도도 최상급. 특히 고온의 날씨 속에 상하기 쉬운 해물류는 경상남도 삼천포에서 직접 공급받는 등 태극전사의 음식 재료에는 냉동이 전혀 없다. 모두 생물이다. 자칫 음식으로 탈이 날까 봐 영양사와 조리사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유를 많이 주는 스타일. 선수들도 훈련만 열심히 하면 그외 시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요즘 선수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데스크톱 10여 대가 설치된 2층 컴퓨터실. 선수들은 밤이면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다양한 컴퓨터 게임을 즐기며 고된 하루를 정리한다. MP3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선수들이 가장 많고 편안한 자세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가족·애인·친구 등과 통화하는 선수들도 적잖다는 후문이다. 몇몇 선수들은 축구공 대신 당구공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선수들이 쉬는 시간에 가장 바쁜 곳은 지하 1층 물리치료실.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장소다. 훈련에는 ‘그분’이 보고 계시는 만큼 힘든 티 내지 않고 단내 나도록 열심히 뛴 선수들이 가장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대기하고 있는 대표팀 의료 스태프는 김현철 주치의·최주영 의무팀장·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 등 모두 5명. 선수들의 부상을 세심하게 살피는 한편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선수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데 여념이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젊은 선수보다는 이운재(수원) 등 나이가 든 선수들이 이곳을 훨씬 자주 찾는 것은 당연한 ‘자연 현상’이다.

축구 대표팀은 20일 파주트레이닝센터를 떠나 홍제동 그랜드힐튼으로 숙소를 옮겼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네갈(23일)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26일)와 잇달아 맞붙은 뒤 27일 스코틀랜드로 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장과 공항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옮긴 것이다. 호텔 생활도 파주트레이닝센터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귀하신’ 성인 대표팀이 빠진 만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는 한결 여유가 감돈다. 그렇다고 한가해진 것은 아니다. 지금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이 소집 훈련을 하고 있는 만큼 쉴 겨를이 없다.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연간 15억원이라는 뭉칫돈을 들여 쉼 없이 가동되는 곳. 파주트레이닝센터는 축구로 해가 뜨고 지는 한국 축구의 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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