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월드컵’ 큰 열람실 열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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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 의원, 서울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준비로 ‘도서관 정치’ 분주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기남 의원은 요즘 시간이 나는 대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고 있다. 국회도서관을 두고 그가 굳이 국립중앙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바로 도서관 구내에 있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에 들르기 위해서다. 오는 8월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로 72회째를 맞이하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는 1백50개 나라 5천명의 도서관인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지식 월드컵’이다.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유난히 아시아에 인색한 이 대회는 그동안 도쿄와 베이징에만 문호를 개방해왔다. 서울대회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대회다. 

조직위원장으로서 그에게 닥친 당면 과제는 대회 홍보다. 행사 의미와 대회의 규모에 비해서 너무나 저평가되어 있어서다. 신의원은 “전세계 중앙도서관장이 다 온다. 중앙도서관장은 대개 그 나라 최고 지식인이다. 말 그대로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규모도 올림픽 다음 규모다. 행사의 질로 보면 그 이상이다. 그런데 관심을 안 보인다. 기업들은 ‘홍보 가치가 없다’며 외면한다. 절망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치인이로는 이례적으로 도서관협회 회장 맡아

조직위원장을 맡기 전, 신의원은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을 4년 동안 맡으며 행사를 준비해왔다. 정치인이 도서관협회 회장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의원은 “사실 정치인에게는 스포츠 연맹 회장 자리가 더 유리하다. 자기 돈 안 쓰고도 언론에서 조명받고 동호인들에게 인기도 얻고, 여러 모로 좋다. 나에게도 제안이 왔다. 그러나 거절했다. 내가 할 일이 없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도서관협회 소속 교수들의 삼고초려로 신의원은 결국 회장 직을 수락했다. 내색은 못했지만, 속으로 그는 도서관협회 회장직 제안에 솔깃했었다. 대학 시절 소설가를 꿈꿨던 문학청년이었던 그는 집 지하실에 개인 도서관을 꾸며놓을 정도로 책벌레이다. 그는 “인간 정신의 집결체인 책은 세상에서 가장 싼 물건이다. 또한 책은 집안을 꾸미는 최고의 가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국회 문화관광위 위원으로만 8년을 활동했던 그는 문화 예술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집안 내력도 남다르다. ‘술이란’을 부른 가수 신기철씨가 그의 친형이고 신선희 국립극장장이 친누이다. 그는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발전하지 못할 단계에 이르면 미련 없이 털고 나오겠다. 그때는 소설을 쓸 것이다. 후일을 기약하며 소재도 모으고 구상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화행정가로서 그가 닮고자 하는 전범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다. 행사 기획자들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외풍을 막아주면서 정치적·행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개막식에 대통령을 참석시키고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명예조직위원장으로 선임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기조 연설을 맡기는 것으로써 이미 그는 이름값을 했다. 

북한 도서관 관련 주요 인물 대거 방한 예정

그가 특히 역점을 두는 것은 이번 대회가 남북한 사회 문화 교류의 계기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12월 북한을 다녀왔다. “헌법상 북한의 국가 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확답을 받고 왔다. 인민대학습장 최희정 총장을 단장으로 해서 북측 도서관 관련 주요 인물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을 찾는 세계 도서관계 지도자들에게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히든카드’는 바로 디지털 도서관이다. 법원도서관 포스코도서관 LG상남도서관 등 사이버 공간에 쌓은 지식의 성채를 그들에게 자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국립 디지털도서관을 짓고 있다. 최대 야심작이다. 외국에도 이런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 한국을 방문한 세계 도서관계 리더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세계도서관정보대회에 대해 그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을 출세라고 한다면 이것이 최고의 출세라고 생각한다. 가문의 영광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국회의원하고는 격이 다르다”라고 자평했다. 과연 그의 ‘도서관 정치’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월드컵으로 대선주자의 입지를 굳힌 정몽준 의원처럼 신의원도 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정치적 반등 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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