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감옥행...명상...
  • 고재열 기자 · 김범래 인턴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8.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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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휴가를 떠나는 요즘, 정치권도 하한기를 맞았다. 그런데 올해는 국회의원들 휴가 소식이 뜸한 편이다. 국정감사 준비도 해야겠지만, 수해 골프 파문 이후 다들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간이 이색 휴가를 보내는 의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그의 고향 포항으로 가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올해로 5년째. 민심을 파악하고 시민들과 대화하기에는 택시운전사만한 직업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7월30일, 31일 이틀간 포항 시내를 누비며 거리나 식당, 공항 등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정치권과 정부 정책에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선심성 영업’을 해서인지, 그는 5만7천원의 사납금조차 벌지 못했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사비를 털어내 사납금을 채워야 했다. 이의원은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돈 대신 민심을 벌었다”라고 말했다.

 
한여름을 구치소에서 보낸 정치인도 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다. 그는 지난 8월2일 1박2일 일정으로 서울구치소에 ‘자진 수감’되었다. 법사위 의원으로서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구치소의 실태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미결수 죄수복을 입은 채로 1.17평의 독방에서 담요를 덮고 밤을 지새웠다. 여느 수용자처럼 관식을 먹고 화장실에서 설거지도 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호송되는 것까지 체험한 후 ‘출소’한 임의원은 “국회의원 왔다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했겠지만,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작 1천원 정도에 불과한 수용자 노역 일당을 좀더 인상하고, 화장실 등의 시설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속세의 풍파를 잠시 뒤로하고 조용히 수련의 길을 떠난 의원도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 7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닷새간 파주의 한 수도원을 찾았다. 긴 수염에 한복 차림을 한 ‘도인’의 풍모지만, 그는 사실 수사(修士)가 되기 위해 6년간 수도원에서 신학 공부를 했던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는 매년 짬을 내어 ‘명상 수련’을 한다. 주로 기도를 하거나 묵상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 강의원의 보좌관은 “강의원이 정치권에 몸을 담은 후부터는 마음속에 쌓인 욕심과 집착, 분노와 실망 등을 정리하기 위해 명상 수련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처럼 민심 현장으로 떠난 정치인들도 있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금강의 환경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10박 11일간 4백여 km에 달하는 도보 순례를 마쳤다. 경북대 총장 시절부터 자전거를 즐겨 탔던 열린우리당 박찬석 의원은 동호회 회원들과 1박2일 동안 서울에서 속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박의원은 올해 67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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