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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의 위험한 ‘빈민 실험’

미국, 예산 절감 위해 복지제도 개혁... 어린이와 이민자 수혜 자격 제한

워싱턴. 깁재일 특파원 ㅣ | 승인 2006.08.25(Fri) 1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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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미국 연방 정부의 무제한 혜택 제공에 종지부가 찍힌다. 클린턴 대통령이 상.하원을 통과한 사회복지법 개혁안에 서명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현행 미국 복지 제도는 파격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으로서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연방 정부로부터 보조가 보장된다.’ 매우 단순한 이 원칙은 지난 60년 동안 미국의 사회복지제도를 가동시켜 왔다. 그러나 그같은 보장은 머지 않아 끝나,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의회의 복지 개혁안은 복지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는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로 하여금 가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고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복지는 이제 더 이상 수입을 유지하려는 수단이나 빈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불우한 가정의 복지 수혜자는 5년 동안 혜택을 받는 대신 의무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일하기 싫은 수혜자는 복지 혜택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운영 주체, 연방 정부에서 주 정부로 이양
미국 전역에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실은 단순히 빈민자들에게 수표를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수혜 대상자를 훈련하고 일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직업 소개소 기능을 할 것이다. 이같은 제도 변화는 복지 수혜자들의 사고와 행동 양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개인적 책임과 근로 기회법’이라는 명칭이 붙은 복지 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빈민에게 혜택을 보장하는 연방 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그 돈을 주 정부에 일괄 교부금 형식으로 주어, 각 주가 수혜 조건과 수준을 결정하도록 한다.

   
   
 
현금 복지 프로그램인 ‘어린이 부양 가정에 대한 생계 보조비’ (AFDC)를 주 정부가 운여하는 보조금으로 대체하고, 수혜자 대부분에 대한 현금지원 기간을 현재의 무제한으로 5년으로 단축한다. 신체적 능력을 갖춘 복지 수혜자가 혜택을 계속 방기 위해서는 지원을 받은 지 2년 후부터 의무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마약 복용 전과자에게는 그이 가정이 복지 혜택을 받고 있더라도 현금 지원과 식량배급권(FOOD STAMP)을 부여하지 않는다. 미혼모의 경우도 아기의 아빠를 찾는 일에 협조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박탈한다. 아이가 없는 어른은 3년 동안 3개월 동안만 식비 보조를 받을 수 있고, 해고되었을 경우 다시 3개월에 한해 식비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이 개혁안 시행은 사회복지제도의 운영 주체가 연방 정부에서 주 정부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중앙 정부는 원칙의 대강을 제공하는 선에 역할을 한정시키고, 빈민 구제 정책의 집행권을 주 정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이로써 빈민 정책의 일관성은 없고, 혜택의 기준.자격.수혜액 등이 주에 따라 달라진다.

지원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2년 내에 일자리를 찾은 복지 수혜자가 최소한 절반이 되지 못할 경우 주정부는 연방 지원금을 상시할 수 있으므로 해당자는 지역 봉사라도 해야 한다. 연방 정부의 현금 지원 기간은 가구당 평생 5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주 정부는 이 조항을 더 까다롭게 할 권한이 있다. 수혜 기간을 넘긴 가구가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전적으로 주 정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따라서 각 주정부가 연방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복지를 위해 쓰지 않고, 이유를 붙여 더 급한 분야에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법안은 이민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합법 이민이더라도 비시민권자일 경우, 미국에서 10년간 일하지 않은 영주권자들은 어린이 부양 가정 생계 보조비와 노인.장애자에 대한 수입 보조, 식량 보조 등 거의 모든 복지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새 이민자에 대해서는 미국 체류 초기 5년동안 복지 혜택이 금지되며,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가족.천지 등 후원자들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75세 이상 노인도 최소한 5년 이상 거주해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불법 체류자 자녀가 공립학교에 다닐 경우 학비 지급과 학교 급식이 중단된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이 이제 노골적으로 이민을 배척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개혁안은 97년부터 6년간 사회 보기 예산에서 총 5백50억 달러 절감을 겨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비시민권자에 대한 복지 제공을 중단함으로써 절약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하면 복지 개혁을 통한 예산 절감 효과는 주로 영주권자의 수혜 자격 박탈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민자의 경우 대체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에 비해 복지 의존다가 높지만, 특히 노이들에 대한 수입 보조(SSI) 의존도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2.5배 이상 높다. 하인 교포 노인들의 의존도가 높은 수입 조조 프로그램 수혜자는 95년 기준으로 미국내 총 6백30만 명이다.

이에 따라 한인 교포를 비롯한 소수계 및 민권 단체들은 이 개혁안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연방 법원에 위헌 소송을 내려 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미국이 영주권자들에게도 시민권자와 똑같이 세금을 부과하면서 혜택에 차별을 두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사회보장제도 파산 막기 위해 시행
지난해 3월 하원은 깅리치 의장이 주도해 주 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영주권자의 수혜 자격을 사실상 박탈하며, 미혼모의 수혜 자격을 제한한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복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클린턴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공화당이 주도한 개혁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동안 그는 의회가 추진 중인 복지 개혁안이 ‘어린이와 합법 이민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수락을 유보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하원 단일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법안에 서명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보다 현재의 복지 제도가 붕괴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복지 개혁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근본적으로 미국 연방 정부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도한 복지비 지출은 갈수록 연방 정부의 재정을 압박해 왔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30년대 중반 뉴딜 정책을 실시한 이후 빈곤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사회복지제도는 세월이 지나면서 계획 확대되었다. 현재 복지 부분 예산은 전체 예산의 30~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예산의 25~28% 수준인 국방비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사회 보장 보조비와 저소득 의료 보조비는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 회계 여도 기준으로 연방 정부의 연간 재정 적자는 1천7백억 달러에 육박했는데, 그중 사회 복지비 지출로 인한 적자분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제도가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함께,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허점이 많은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앞으로 복제 제도가 개혁안 지지자들이 상정하는 것처럼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뜨거운 논쟁거리다. 개혁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복지 개혁안으로 말미암아 미국 복지 제도가 첨담한 결과를 초래하고, 어린이들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나 개혁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복지 제도가 틀 안에서 안주해 왔던 수혜 대상자들이 한 사람씩 그 틀을 벗어나 자립의 길로 들어설 것이리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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