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고을' 의장님이 설마?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9.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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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의회 배원섭 의장, 성인오락실 불법 운영 혐의로 징역형 선고받아
 
한나라당 소속인 경북 안동시의회 배원섭 의장이 지난 7월21일 성인오락실을 불법 운영한 혐의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합의부(부장판사 김성수)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선 시의원인 배의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최종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배의장은 의원직을 잃는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이인걸 검사는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업소를 조사하다가 배의장을 공범으로 기소했다. 지난해 말 안동에 있는 그의 건물에 배씨 처남이 성인오락 게임인 ‘황금성’ 오락실을 열었다. 배의장은 이 오락실에 투자비의 50%가 넘는 6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사실상 그가 사장이다”라고 말했다. 이 오락실은 올해 1월 단속에 걸렸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여덟 명을 기소했는데 이 가운데 두 명이 구속되었다. 나머지 공범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검사는 “배의장 사건과 관련해서는 별다르게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가 제공한 장소에 성인오락실이 들어섰고, 이 오락실이 불법으로 환전 영업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유죄를 밝혀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배의장이 투자한 돈에 걸맞은 이익금을 배분받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배의장은 “돈을 빌려준 것뿐이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항소했으니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세를 주고 돈을 빌려준 것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 처남이 운영하던 오락실은 1백73평인데 보증금 5천만원에 매월 4백만원을 받았다. (오락실은) 정부에서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줄 알았으면 돈을 빌려줬겠는가. 머리가 아파서 지금 건물을 팔려고 내놓았다”라고 주장했다.

 
배의장은 처남에게 빌려준 돈이 4억2천만원이라고 주장해 검찰과 말이 달랐다. 그는 예전에 처남으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있기 때문에 인정에 끌려 이번에 돈을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검사와 배의장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이 대목에서 재판부가 배의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판결을 내린 배경을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가 대리인을 통해 성인오락실을 개설해 부당 이익을 챙긴 만큼 더 이상 공직에 있게 할 수 없어 징역형을 선고했다”라고 밝혔다.

배의장이 제5대 안동시의회의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것은 지난 7월10일이다. 성인오락실이 사회 문제로 본격 등장하던 상황에서 관련 사건에 연루된 그가 어떻게 시의회 의장에 선출될 수 있었는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동 지역의 한 소식통은 “지역 정가가 한나라당 일색으로 짜인 것이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라고 분석했다. ‘문제’가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심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경북 안동의 시의회 의장이 성인오락실 사건에 깊이 연루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양반의 고장’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일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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