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죽이기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0.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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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우리말은 죽어가고 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었지만, 일상에서 한글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핑계 삼아 한글을 경시하는 풍조가 우리 의식 속에 일상화한 것은 아닐까.
영어나 외래어가 갈수록 판치는 데는 언론이나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 우리말을 오히려 갈고 닦아야 하는 곳들이 한몫을 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 언론에는 ‘코드 인사’ ‘코드 정치’ ‘로드맵’ 따위의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요즘은 ‘코드’라는 말이 우리말처럼 일상화되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0월3일 ‘코드라는 말 대신 성향이라는 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생각 경향이 서로 같다는 뜻이고 ‘코드’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네 편 내 편’을 떠난 가치중립적인 말이어서 쓰기에 적절하다는 것이다.

‘탈춤 페스티벌’ ‘컬러풀 코러스’처럼 지자체들이 각종 축제나 행사에 한글 대신 영어를 사용하는 것도 정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열 마디 중 네 마디를 외래어로 쓰는 교수가 있다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강단에도 외래어가 흘러넘쳐 빨간불이 켜졌다.

상장 회사들이 쓰고 있는 회사 이름도 예외가 아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회사들 가운데 우리말로 된 이름을 쓰는 회사는 1백81개 사에 불과하다. 코스닥에 등록된 회사가 8백82개이니 거의 다섯 회사 중 한 곳만 우리말로 된 회사 이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회사 가운데도 절반 가까운 2백88개 사가 영어나 외래어로 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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