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LCD, 누가 막으랴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6.11.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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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제치고 TV용 디스플레이 '지존' 등극...50인치 이상 시장도 곧 평정할 듯
 
디지털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승부가 액정표시장치(LCD)의 승리로 끝났다. 40인치 패널을 경계로 그 이하는 LCD가, 그 이상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분할 점령하던 디스플레이 시장의 무게중심이 올해 3분기에 접어들면서 LCD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LCD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펼쳐질 50인치 공방전에서도 PDP를 제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40인치 부문에서 LCD TV가 PDP TV를 제쳤듯이 가까운 미래에 50인치에서도 LCD TV가 주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PDP는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채택해 LCD보다 밝은 데다 대형 패널 제작에 용이한 기술 특성으로 인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4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다. LCD는 패널 뒷면에 조명등을 따로 설치해야 할 정도로 밝기가 떨어지고 제작 단가가 비싸 컴퓨터 모니터 또는 30인치 이하 TV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나 명함을 내미는 정도였다.
첨단 기술 영역에서 상황을 역전하는 것은 기술 혁신과 설비 투자다. LCD 진영의 경쟁적인 기술 혁신과 설비 투자가 디스플레이 ‘지존’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LCD 업체들은 앞 다투어 큰 패널을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증설해왔다. LCD은 마더보드(기판)의 크기가 클수록 더 큰 패널을 제작하기 용이하고 제작 단가도 내려간다. 지금까지 LCD의 기판을 얼마나 키우느냐와 생산 수율(원자재에 화학적 과정을 가하여 얻은 물질의 분량과 이론상으로 기대했던 분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LCD 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LCD 업체 대다수는 기판의 크기가 가로×세로 1870×2200㎜인 7세대 생산 라인까지 갖추었다. 7세대 기판으로는 40인치 패널 여덟 장이나 46인치 여섯 장을 뽑을 수 있다. 기판이 커지고 7세대 생산 라인이 점차로 안정되어 수율이 커지다 보니 제작 단가도 떨어졌다. LCD 패널 값이 PDP와 차이가 별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것이다. 값이 비슷해지면 LCD는 PDP를 압도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LCD는 전력 사용량이 적어 전기료가 PDP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PDP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열이 많이 발생하고 오래 쓰면 변형이 되기 쉽다는 약점도 LCD에는 없다. 무엇보다 고화질 구현이 용이하고 주위 어떤 조명 아래서도 명암 대비가 뚜렷하다.

LCD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LCD TV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럽에서는 32인치·37인치 LCD TV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거실 크기가 크고 기존에 40인치 이상 프로젝션 TV를 보던 미국 소비자에게는 40인치 TV가 각광을 받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말 브라비아라는 브랜드로 40인치 LCD TV를 선보이며 대형 LCD TV 시대의 개막을 알린 데 이어, 삼성전자가 보르도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북미 시장 1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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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진영은 솥발처럼 삼분되어 있다. 각 솥발을 구성하는 것은 한국·일본·네덜란드 업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한 업체는 일본 샤프다. 컴퓨터 모니터처럼 작은 크기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한 샤프는 최근 일본 가메야마에 8세대 공장을 업계 최초로 설립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에게 보인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디지털 TV 시대가 열리면 디스플레이 대형화가 필수일 것으로 보고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주력해왔다. 삼성전자는 노트북이나 컴퓨터 모니터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양산하는 6세대까지는 독자적으로 대형화를 이끌어오다가 디지털 TV에 탑재하는 7세대 라인부터 일본 소니와 합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4월26일 일본 소니와 손잡고 S-LCD라는 합작 회사를 세우고 창립 1년 만에 7세대 기판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7세대 라인 생산 능력(Capacity)을 월 7만5천 장까지 확보했고 내년 초에는 9만 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S-LCD는 지난 11월2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츄바치 료지 소니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8세대 라인의 상량식을 가졌다. 총 1조8천억원을 투자해 설립할 8세대 라인은 내년 가을 가로×세로 2270×2500㎜ 기판을 달마다 5만 장씩 생산할 예정이다. 46인치 8장이나 52인치 6장을 뽑을 수 있는 8세대 기판의 양산은 PDP가 점유 중인 50인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뜻이다.

한때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였던 LG필립스LCD는 8세대 라인 경쟁에는 뛰어들지 않고 실속 챙기기에 나섰다. LG필립스LCD는 6세대 라인에서 32인치·37인치 패널을 공급하고 지난 1월 가동한 경기도 파주의 7세대 라인에서 달마다 기판 7만 장을 양산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9만 장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8세대 라인 투자는 시장 상황을 보아 유보했으나 와이드 노트북이나 TV용 패널을 생산할 다목적용 5·5세대 라인을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60인치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 진영에 아직 난공불락처럼 보인다. PDP가 워낙 확고한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6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시장은 일반 TV보다 상업용 디스플레이가 주류이다 보니 규모도 크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6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시장이 PDP의 아성으로 끝까지 남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LCD가 40인치 이상에서 PDP를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는 없었다. 60인치 시장마저 LCD에 넘어간다면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나오기 전까지 디스플레이 시장은 당분간 LCD 천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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