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헌 책방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12.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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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말끔한 옛 책 고르는 재미
 
광화문 빌딩 숲 한 모퉁이에 있는 청진빌딩.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건물 3층에 헌 책방이 있다. 나눔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가게 헌 책방’이다. 신촌, 파주출판단지에 이어 세 번째로 지난봄에 문을 열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내부 풍경은 헌 책방과는 거리가 멀다. 40평 남짓한 공간에 기증받은 서적 3만5천여 권과 음반 5천여 장이 비치되어 있다. 깔끔한 원목 책상에 오래된 타자기나 통기타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들도 있다. 이 서점의 가장 큰 미덕은 책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어 책방 주인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원하는 책을 찾아볼 수 없는 전통적인 헌 책방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소설·시·경제 경영서·아동 도서 등 분야별로 책이 잘 정돈되어 있다. 헌 책치고는 손질도 말끔하다. 이웃집에 놀러 갔다 맘에 드는 책 몇 권 얻어오는 기분으로 책을 고를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미덕은 책값이 매우 싸다는 점이다. 5백원짜리 책도 많으며, 책 상태가 좋고 구하기 어려운 책도 2천원가량 한다. 신간 서적 한 권 값이면 네댓 권 이상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또 옛날 CD랑 레코드 판도 살 수 있어 오래 전에 유행해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곡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가는 분위기로 찾아도 괜찮다.

아름다운 가게 헌 책방에서는 고객이 처분하기 어려웠던 책을 기증받는다. 책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직접 갖다 주지 않고, 무료 택배를 이용하거나 아름다운 가게 수거 차량을 부를 수 있다. 집 안 책꽂이에 먼지만 뒤집어쓴 채 수년 동안 사람 손길 한번 타지 않았던 책들이 있다면, 이곳에 맡겨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가게 헌 책방의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인다니, 버려두었던 책으로 자선을 베푸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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