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짜리 3만원대에 팔 수 있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12.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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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첫 실무형 여성 임원 된 권오향 이마트 패션디자인실장

 
유통업계 최초로 실무형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지난 11월29일 신세계는 정기 인사에서 권오향 이마트 부문 패션디자인실장(43)을 상무보로 승진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여성 인력을 중용하는 동시에 향후 패션 부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유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도어패럴·데코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난해 이마트에 합류한 권실장을 만나보았다.

어떻게 이마트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
솔직히 입사하기 전에 이마트 옷을 사 입어본 일은 없다(웃음). 하지만 이마트 매장을 지나며 아쉽다는 생각은 해보았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옷을 훨씬 많이 팔 수 있을 텐데…’ 싶었는데 어느 날 제안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옷은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프리미엄급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실제로 고정 관념이 상당하다. 소비자들이 싼 옷만 찾는 면도 있다. 얼마 전에 슈퍼 워시울이라고 고급 모직으로 만든 옷을 새로 내놓았다. 디자인도 좋고 품질에 대비해 가격도 싼 편인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썰렁했다. 알고 보니 드라이를 해야 한다는 표시가 있어서였다. 값이 쌀 것, 물 세탁이 가능할 것, 한철 입고 버려도 될 것. 이 세 가지가 이제까지는 대형 마트에서 의류를 선택하는 기준이었다. 그렇지만 서서히 달라질 것이라 본다. 지난 8월 이마트 자체적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902’(샵나인오투)도 반응이 좋다. 4개월 만에 본래 계획했던 것보다 매출을 1백30% 초과 달성했다. 

기존의 패션 브랜드와는 무엇이 다른가.
#902는 유통이 중심이 되어 원단 구매에서 봉제·물류·마케팅·판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일괄 관리하는 SPA(제조 판매 일체형 브랜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갭, 자라, 유니클로 등이 SPA 시스템을 채택한 대표적 브랜드이다. 나도 의류 회사에서 일하던 과거에는 유통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그저 백화점 입점만 하면 전부인 줄 알았다. 백화점에서 좋은 자리를 준다면 몇천만원씩 들여 인테리어를 해놓은 기존 매장을 허물고 이사를 하기에 바빴다. 제조사들이 그런 비용을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하니 옷값에 거품이 생기는 거다. 백화점에서 15만원에 파는 니트를 우리는 3만9천원에 팔 수 있다. 제조·판매·유통을 일체화시켜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들이 패션 부문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패션은 고마진 상품이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 패션 부문만 고급화하고 나머지가 그대로라면 ‘세수 안 한 얼굴에 화장만 한 격’이 될 것이다. 저가형 할인점을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곳이 되기 위해 이마트 전체가 변화하려 애쓰고 있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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