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일군 ‘표지의 신세계’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2.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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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할 만한 북 디자이너’ 오필민씨 한 해 100권 이상에 ‘강렬한 표정’ 입혀

 
표지는 얼굴이다. 책을 서점가에 내놓기 전에 마지막으로 편집 책임자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다. 편집 책임자들은 마지막 책의 표정을 완성시켜주었던, 가장 주목할 만한 북 디자이너로 주로 세 사람을 거론했다. 오필민, 민진기, 오진경 순이었다.

오필민씨(41)는 통상적인 북 디자이너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미대 출신도 아니고, 규모 있는 출판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독립한 케이스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국문과 출신인 그는 디자인보다는 시와 출판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출판사를 차렸다가 그의 표현대로 ‘쫄딱 망한’ 후 편집대행사를 했고, 연이어 잡지 편집을 하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북 디자인의 세계에 들어섰다. 편집대행사를 하면서 독학으로 페인터, 포토숍, 쿽 등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필요해서. 그리고 재미있어서. 1주일에 집에는 한번만 들어갈 정도로 공부에 몰두해 디자인 프로그램을 익혔다. 그러다가 첫 번째 북 커버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그가 디자인한 그래픽 책을 보고서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맡겨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책이 <보보스>(동방미디어 펴냄)였다.

프리랜서 북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는 5년째. 처음에는 경제·경영서 디자인을 많이 하다가 요즘은 인문·교양서 디자인을 주로 한다. 지호, 에코리브르, 부키, 개마고원 등에서 나온 책을 많이 디자인했다. 한 해에 그의 손에서 나오는 북 디자인은 1백~1백20권 정도다.

오필민씨는 자신의 디자인 경향을 ‘콘셉트 중심적, 회화 중심적’이라고 자평했다. 앞으로는 타이포그래피가 강한 디자인, 디지털 냄새가 덜 나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미지를 채워가기보다는 덜어내는 디자인’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 서점이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제목 글자가 큰 ‘상업적’ 디자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면 그는 설득한다. “책은 1m 앞에서 한눈에 보는 것이라고.” 그래도 편집자와 디자인 컨셉트가 맞지 않으면 정중히 거절한다. ‘오래 가는 북 디자인’을 위한 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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