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모은 정치권 '4대 히트 상품'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2.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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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프라이머리, 민심대장정, 내륙운하, 아파트값 반값 정책

 
흔히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고 한다. 말로 흥하는가하면 말로 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정치인의 말을 들어보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의 성찬’을 넘어선 우리 정치의 변화가 올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책과 제도, 혹은 행동이 수사학을 대신해 정치인의 ‘원천 기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이 추진중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민심 대장정, 그리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내륙 운하 공약과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정책이다.

이같은 정치권 4대 히트 상품 중에서 유일한 열린우리당 제품인 오픈 프라이머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기획한 것이다. 안씨와 가까운 백원우 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 실무간사를 맡아서 이를 구체화시켰다. 한나라당에서도 오픈 프라이머리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불씨를 댕긴 이후 많은 의원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경선 제도를 마련한 홍준표 의원마저 호의적인 의견을 밝혔고 김형오 원내대표는 공식 논의를 예고했다.

이미지 정치에서 콘텐츠 정치로 바뀌자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민심 대장정은 행동하는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가 100일 동안 민생 현장을 찾아 직접 땀흘리는 모습을 통해 정치적 진정성을 보여주자 언론은 그에게 ‘저평가 우량주’라는 감정가를 달아주었다. 민심 대장정이 지지도를 높이는 데까지는 연결되지 못했지만 손 전 지사는 민심 대장정의 후속 프로그램격인 ‘비전 투어’를 통해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과 ‘스몰딜(정책 협약)’을 맺고 있다.

 
처음 제시되었을 때 ‘바다이야기’ 스캔들에 묻혀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내륙운하 공약은 그의 독일 방문을 기점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지율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내륙운하 공약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실현 가능성 논의를 건너뛰고 곧바로 경제성 문제와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명박의 힘’을 보여준 내륙운하 공약의 대항마로 박근혜 전 대표는 한·중·일 3국을 연결하는 열차 페리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마지막 정치 히트 상품이 된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정책’은 지난 5·31 지방선거 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당시만 해도 이 정책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홍의원의 제안은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 정부마저도 이 정책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홍의원의 ‘아파트 반값 정책’을 계기로 정치권은 ‘이미지 정치’보다 ‘콘텐츠 정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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