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광고 믿지 말고 허위 효능 속지 말자!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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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의료기 고르는 법/38%가 ‘부적합 제품’ 식약청 임상 허가받은 ‘인증 제품’ 구입하면 안전
 
혈압계․혈당계․안마기․족욕기․온열 매트․개인용 조합 자극기…. 가정에 이 가운데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인용 의료 기기가 가정 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이니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고령화 시대, 최고 유망 산업 3선> 보고서에서 ‘가정용 의료 기기 산업이 새로운 틈새 업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개인용 의료 기기는 노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40~50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구입한 개인용 의료 기기는 어떤가? 가격에 견주어 기능이나 성능이 만족스러운가? 전문가들은 개인용 의료 기기를 고를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대부분 가격이 고가인 데다 기능이나 효능을 과대 포장해 판매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2005~2006년도 의료 기기 수거 및 품질검사 결과’ 자료를 보면, 의료 기기 열 개 가운데 네 개가량(37.9%)이 ‘품질 부적합’ 제품이었다. 식약청이 지난 2년 동안 의료 기기 2백37개를 수거해 품질 검사를 한 결과 90개 제품이 부적합한 의료 기기였다.

전기 매트와 같은 개인용 온열기(인체에 일정한 열을 가하여 근육통 완화 등에 사용하는 기구)와 개인용 조합 자극기(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조합해 근육통 완화, 혈액순환 개선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구)의 경우는 ‘불량품 천지’다. 식약청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26개를 수거해 품질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24개 제품이 품질이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기계적 안전성에서 문제가 드러나거나 성능 또는 전자파 장해 시험에서 낙제 점수를 받았다.

‘의사·한의사 추천 제품’도 불법

가정 상비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체온계나 혈압계도 함량 미달 제품이 상당수였다. 식약청 조사 결과 체온계는 전체 제품의 절반가량(47.1%)이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산 실적에서 체온계 시장의 1~3위를 점한 제품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가운데는 기준 온도보다 최고 3.5℃ 차이가 나는 제품도 있었다. 혈압계의 경우도 열 개 중 두 개꼴(22.7%)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식약청 검사에서 품질 부적합으로 드러난 제품은 자진 회수 또는 폐기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러나 식약청이 모든 개인용 의료 기기를 검사했던 것은 아니다. 운 좋게 샘플 검사를 피해간 불량 의료 기기가 유통될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개인용 의료 기기는 허위․과대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사례가 많다. 신문, 잡지, 인터넷, 무료 체험방 등을 통해 의료 기기의 효능과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흔한 사례는 ‘근육통 완화’로 허가받은 제품을 ‘뱃살을 제거해주는 다이어트 기구’인 것처럼 광고하거나, 알칼리수를 생성하는 기구를 ‘당뇨, 아토피의 원인과 대안’으로 광고하는 식이다. ‘통증 완화’로 허가받은 제품을 고지혈증, 동맥경화, 뇌출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광고하거나, ‘근육통 완화’로 허가받은 제품을 ‘통증 잡는 비결, 혈액순환 장애에 효과’ 등으로 과대 광고한다.

또 의사․치과 의사․한의사 등 전문가나 단체가 지정 또는 추천한 제품이라며 유혹하기도 한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의료기기법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 단체가 국민 보건의 목적으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문가 또는 단체가 추천했다는 광고를 할 수 없다.

 
심지어 일반 공산품에 불과한데도 의료기의 효능․효과를 모방해 의료 기기처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이온수를 만드는 제품은 일반 공산품에 불과한데, 암․당뇨병․고혈압․ 혈액순환 장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다. 또 운동기에 불과한 제품을 ‘성장판을 자극, 성장호르몬의 촉진 및 분비 왕성…’으로 광고한다. 기능성 방석 판매 광고에 욕창 및 치질 예방 따위 기능을 예시하거나, 무릎 보호대나 탄력 밴드를 팔면서 근육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 기기인 양 현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개인용 의료 기기를 안전하게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식약청으로부터 임상 허가를 받고, 효능 및 효과를 인증받은 제품을 골라야 한다. 특히 제품 설명과 의료 기기 제조품목 허가 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또 제품에 표시된 품질 마크가 제품의 성능이나 효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품질 마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또 무엇보다 의료 기기 구입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은 대다수 개인용 의료 기기는 ‘근육 완화 또는 통증 완화’ 효과만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의료기, 근육통 완화 효과만 허가”

개인용 저주파 자극기는 전극을 통해 인체에 저주파수의 저전류를 가해 근육의 운동 효과를 유발하는 기구다. 이 기기가 주는 효과는 근육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저주파 자극기를 판매하면서 근육통 완화 외에 비만․ 다이어트․변비․경혈 지압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업체들이 있다. 저주파 자극기의 효과를 지방 제거, 노화된 세포 회복, 기미·여드름·잡티 예방으로 선전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적외선 조사기나 원적외선 조사기도 마찬가지다. 이들 제품은 적외선 또는 원적외선 에너지를 인체에 쬐어 온열 효과를 주어 근육통을 완화시키는 데만 효과가 있는 것이 대다수다. 판매업자가 그 외 효과를 선전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각종 마사지 기구로 쓰이는 의료용 바이브레터 역시 허가받은 내용은 경미한 근육통 완화 효과뿐이다. 체지방을 줄인다는 광고 문구에 현혹되면 안 된다.

 
초음파 기기의 경우는 제품에 따라 효능이 추가된 것도 더러 있다. 개인용 초음파 자극기는 초음파의 열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구로, 통증 완화 외에 피부 미용과 지방 분해 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이 있다. 그러나 제품과 회사에 따라 효능 및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의 허가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비자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옥돌․세라믹․황토․게르마늄 등의 재료를 활용한 개인용 온열기이다. 이런 원자재를 사용한 온열기는 자칫 원자재의 특별한 효능까지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들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고 해서 원료가 가진 본래의 효능이나 효과를 직접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식약청에서는 원자재로서만 인정해줄 뿐이다. 예컨대 옥돌을 이용한 전자 매트라고 해서 근육통을 완화하는 것 외에 다른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 매트 자체의 온열 기능만 인정받은 것이다.

식약청 의료기기관리팀 박주환 사무관은 “가정용 의료 기기 대부분은 근육통 완화 효과로 허가를 받는다. 근육통 완화 효과 외에 다른 기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많지 않기 때문에, 구입 전 식약청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라고 귀띔했다. 치료나 예방 효과를 자랑하는 의료 기기는 더 꼼꼼하게 알아보고 고르라는 말이다. 또 특정한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인용 의료 기기를 선택할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한 뒤 구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혈당계나 혈압계를 고를 때는 지나치게 비싼 제품보다는 적당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한강성심병원 유형준 교수(한림대·내분비내과)는 “가정에서 혈당이나 혈압을 체크하는 것은 위험 수준을 넘지 않도록 유지․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굳이 비싼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식약청에서는 의료 기기 허위․과대 광고를 근절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의료 기기 광고 사전 심의제도’를 실시한다. 언론 매체는 물론 인터넷 등에 실리는 일체의 광고를 점검해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행정 처분이나 형사 고발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소비자들은 좀더 안전하게 개인용 의료 기기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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