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를 선점하는 자 대권을 잡으리라
  • 전영기(중앙일보 기자) ()
  • 승인 2007.01.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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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정당, 지역, 세대, 이념 '5대 구도'로 예측한 대선 승자

전영기 (중앙일보 기자)

2007년 대선 승리 예측 모델’을 적용하여 대권 승자를 예측해본다. 한 인간의 집권 확률 P(Power)는 그가 구사하는 전략 S(Strategy)와 인간적 능력 H(Human Ability), 환경 E(Environment) 세 가지 변수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의 함수라는 것이 예측 모델의 핵심이다. 그래서 집권 함수 P=f(S, H, E)라는 실험적 공식을 세상에 내놓았다.
세 가지 변수는 각각 일곱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3개 변수×7개 요소=21개’로 차기 대통령을 결정짓는 21개 요소가 추출되었다. 3대 변수, 21개 요소가 17대 대통령의 결정 요인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21개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①구도 ②흥행 ③시간 ④선회 ⑤발견 ⑥답습 ⑦공허(이상 전략의 7대 요소) ⑧권력 의지 ⑨도전의 기억 ⑩부패의 추억 ⑪인핵(人核)의 존재 ⑫광범위한 지지층 ⑬콘텐츠 ⑭전달력(이상 인간의 7대 요소) ⑮정치 일정 ?경제 사정 ?한반도 상황 ?경선의 결과 ?유권자의 마음 ?재·보궐 선거의 결과 ?전략의 결과(이상 환경의 7대 요소). 21개 요소 중 ‘누가 승자인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구도’이다.
구도는 승부처다. 6·25전쟁 때 인천 상륙작전 같다. 상대방에게는 급소이고 나에게는 모험인 곳이 승부처다. 아군이 의표를 찌르듯 인천을 쳤을 때 낙동강 전선에 집중된 적의 군사력이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스스로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이처럼 상대방이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급소를 찾아 선수를 치는 것이 구도 잡기다.
구도를 잘 잡으면 싸우기 전에 70%는 이기고 들어간다. 이 글에서는 21개 요소 중 구도 요소만, 그 중에서도 구도의 다섯 개 측면만 다루었다.


민심 구도:한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민심이다

 
민심·정당·지역·세대·이념의 전장이다. 이 중에서 ‘민심 구도’가 제일 중요하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반만년 한국인의 권력 속담과도 부합한다. 민심은 시대 정신의 다른 이름이다. 민중이 갈증하고 구현되기를 기대하는 정신이다. 2007년의 시대 정신은 ‘성장과 통합’이다.
성장 정신에는 이제 ‘10년 정체’시대를 돌파해보자는 유권자 다수의 염원이 담겨 있다. 1995년 개인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이래 지금까지 12년째 2만 달러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그 인구 많은 미국도 1만 달러 시대를 돌파해 2만 달러 사회로 진입하는 데 10년, 일본은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0년 정체’의 결과이자 원인은 미움과 갈등이다. 미움과 갈등은 감정의 문제가 아님을 이제 사람들은 알게 됐다.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천적인 문제임을 알게 됐다. 그런 홀연한 깨달음이 모여 2007년의 시대 정신은 ‘통합’이 되었다.
2007년 대선의 승부처는 성장과 통합이 될 것이다. 성장과 통합의 가치를 선점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 성장과 통합의 정신을 자기 인격으로 구현해 확산하는 후보가 2007년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마침 노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는 <오 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2007년의 시대 정신을 ‘평화와 복지’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현 집권 세력의 정권 재창출 프로그램에서 ‘태풍의 눈’같은 핵심 위치에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전·현 의장도 입만 열면 평화·복지·민주·개혁 세력의 결집을 주장한다.
따라서 2007년 대선의 민심 구도는 어쩌면 ‘성장+통합’ vs ‘평화+복지’의 대결 형태가 될지 모른다. 민심 구도가 만일 이렇게 짜이면 현 집권 세력은 재집권에 실패할 것이다. 민심 구도에서 그들은 이길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유권자의 다수는 평화·복지라는 말을 역겨워한다. 평화의 손을 내밀었더니 김정일 위원장의 핵 실험으로 되돌아오고, 복지를 외쳤더니 양극화로 되돌아왔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평화와 복지라는 언어는 위선적이고 공허하다. 이 점을 유권자들은 잘 알게 되었다.
유권자들은 평화와 복지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비용을 위해서라도 성장과 통합이 절실하다는 점을 잘 알게 되었다.
따라서 집권 세력이 진정 재집권 의지가 있다면 그들의 다른 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먹고 사는’ 문제로 한시바삐 구도를 이동해야 한다. ‘선명 진보’를 포기하고, ‘중도 시장’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 이게 민심 구도에서 이기는 법이다. 집권측은 그런 조처를 취한 연후에나 대선 게임의 승산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복지’에 선명 진보를 외치는 이들은 모르기는 몰라도 2007년 재집권보다 2008년 총선에서 야당으로 살아남기를 목표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 ‘먹고 사는 중도 시장 노선’은 1992년과 1996년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본선 게임에서 승자가 된 방식이다.

민심·정당·지역·세대·이념의 전장이다. 이 중에서 ‘민심 구도’가 제일 중요하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반만년 한국인의 권력 속담과도 부합한다. 민심은 시대 정신의 다른 이름이다. 민중이 갈증하고 구현되기를 기대하는 정신이다. 2007년의 시대 정신은 ‘성장과 통합’이다.성장 정신에는 이제 ‘10년 정체’시대를 돌파해보자는 유권자 다수의 염원이 담겨 있다. 1995년 개인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이래 지금까지 12년째 2만 달러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그 인구 많은 미국도 1만 달러 시대를 돌파해 2만 달러 사회로 진입하는 데 10년, 일본은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10년 정체’의 결과이자 원인은 미움과 갈등이다. 미움과 갈등은 감정의 문제가 아님을 이제 사람들은 알게 됐다.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천적인 문제임을 알게 됐다. 그런 홀연한 깨달음이 모여 2007년의 시대 정신은 ‘통합’이 되었다.2007년 대선의 승부처는 성장과 통합이 될 것이다. 성장과 통합의 가치를 선점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 성장과 통합의 정신을 자기 인격으로 구현해 확산하는 후보가 2007년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마침 노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는 <오 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2007년의 시대 정신을 ‘평화와 복지’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현 집권 세력의 정권 재창출 프로그램에서 ‘태풍의 눈’같은 핵심 위치에 있다.아닌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전·현 의장도 입만 열면 평화·복지·민주·개혁 세력의 결집을 주장한다.따라서 2007년 대선의 민심 구도는 어쩌면 ‘성장+통합’ vs ‘평화+복지’의 대결 형태가 될지 모른다. 민심 구도가 만일 이렇게 짜이면 현 집권 세력은 재집권에 실패할 것이다. 민심 구도에서 그들은 이길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2007년 유권자의 다수는 평화·복지라는 말을 역겨워한다. 평화의 손을 내밀었더니 김정일 위원장의 핵 실험으로 되돌아오고, 복지를 외쳤더니 양극화로 되돌아왔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평화와 복지라는 언어는 위선적이고 공허하다. 이 점을 유권자들은 잘 알게 되었다.유권자들은 평화와 복지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비용을 위해서라도 성장과 통합이 절실하다는 점을 잘 알게 되었다. 따라서 집권 세력이 진정 재집권 의지가 있다면 그들의 다른 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먹고 사는’ 문제로 한시바삐 구도를 이동해야 한다. ‘선명 진보’를 포기하고, ‘중도 시장’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 이게 민심 구도에서 이기는 법이다. 집권측은 그런 조처를 취한 연후에나 대선 게임의 승산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복지’에 선명 진보를 외치는 이들은 모르기는 몰라도 2007년 재집권보다 2008년 총선에서 야당으로 살아남기를 목표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 ‘먹고 사는 중도 시장 노선’은 1992년과 1996년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본선 게임에서 승자가 된 방식이다.


정당 구도:한나라당,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다


열린우리당이냐, 한나라당이냐의 문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구도의 한 축이 되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간판을 내린다니까. 따라서 정당 구도의 논의 대상에 끼지 못한다.
한나라당은 정당 구도에서 가장 강력한 중심축이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오면 어떤 다른 당의 후보로 나오는 것에 비해 대선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후보 단일화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래 한국 선거의 ‘철의 법칙’이 있다. 여야 구도에서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하면 승리한다는 법칙이다.
이 철칙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이명박과 박근혜 두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두 사람은 1987년 양 김씨(김영삼·김대중)에게 버금가는 인핵(人核)과 강력한 정치 집단, 충성도 높은 것은 지지 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질주하는 권력 열차에서 하차하기가 어렵다. 야권에서 세력이 엇비슷한 두 사람이 후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양 김씨 이래 20년 만이다.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것은 권력의 이런 본질적 성질 때문이다.
특히 ‘민심’에서 앞선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가 ‘당심’을 장악한 한나라당 경선에 선뜻 참여하려면 여간 비상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이미 지난해 9월 당 경선 출마 선언을 한 반면, 이 전 시장이 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는 현실을 상기해보라.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대통령-국무총리 러닝 메이트론’이나 ‘대권-당권 분담론’이 나오고 있으나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다는 성질을 망각한 순진한 접근법이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이인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선거법이 이번 대선부터 적용된다. 당 경선에 나섰다 떨어진 사람은 해당 대선에서 출마하는 것이 불법으로 돼 있다.
둘째, 두 사람의 캐릭터가 3김씨 같은 직업 정치인과 다르다. 박 전 대표의 ‘종교적 캐릭터’와 이 전 시장의 ‘CEO형 캐릭터’가 자기 희생과 합리적 선택으로 표출되면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
한나라당이 후보 단일화를 확실하게 이뤄내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국민 참여 경선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100% 일반 국민이 뽑는 제도다. 이 경우 이명박씨가 ‘당심의 왜곡’을 들고 나올 명분은 처음부터 봉쇄된다. 당 경선에 불참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현재의 허약한 ‘강재섭 체제’가 이런 제도를 정착시킬 설득력과 용기, 정치력이 없다는 데 있다.
결론적으로 정당 구도는 한나라당의 후보 단일화가 짙은 안개 속에 싸여 있기에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이 불투명성이 ‘천하대란→기회의 창’이 될 수 있음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지역 구도: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다


 
한나라당의 ‘동부 리그’에 맞서 ‘서부 리그’의 대표 선수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지가 노대통령이 그리는 정권 재창출 구도의 핵심이다.
서부 리그는 전통적으로 ‘호남 세력+충청 세력+영남 일부 세력’의 연합을 성사시킴으로써 집권에 성공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DJP 연합이 그렇다. 2002년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호남 정당(민주당)의 후보가 돼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 세력을 끌어들인 것이 그렇다.
호남은 전략적 투표를 한다. 호남은 마치 집토끼와 같다. 충청은 이익 투표를 한다. 산토끼 같지만 당근만 잘 주면 집토끼나 마찬가지다. 경상도 후보는 영남의 일부 세력을 끌어올 것이다. 산토끼도 일부는 집토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서부 리그가 적절한 순서를 따라 단일 대표 선수를 만들어내면 정권 재창출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노대통령의 계산법인 듯하다. 노대통령은 경상도 후보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경상도 출신 가운데 통합형인 이수성 전 총리나, 성장형인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의원, 선명 진보형인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태생이지만 고향이 호남인 고건 전 총리도 대선 승자가 되기 위해 서부 리그 예선전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 그는 노대통령의 ‘경상도 후보론’ 혹은 ‘고건 거부감’과 정면으로, 공개적으로 처절한 투쟁을 벌여 이겨야 한다. 그래야 겨우 예선전을 통과하는 것이다. 강태공 낚시하듯 하는 행정형 리더십으로는 그 처절한 예선전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누구인가? 전략통이자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노대통령 아닌가? 통합형 이미지의 고건 전 총리는 경상도 출신이자 성장형 CEO 경력의 진대제 전 장관 같은 이를 러닝 메이트로 스카우트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청 세력의 대표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서부 리그의 다크호스로 데뷔했다. 그가 블루칩인 까닭은 충청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충청도 출신으로 범여권 신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과하고 김대중·노무현 전·현직 대통령에게서 배후의 재가를 받는다면 정 전 총장은 무시 못할 서부 리그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 정 전 총장은 ‘동부 리그’의 러닝 메이트로도 손색이 없다. 이명박·박근혜씨가 하기 따라서는 정 전 총장을 책임 총리로 끌어들여 충청도 표를 얻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선거는 충청도 표가 최종적인 캐스팅 보트라는 점을 증명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2007년 대선의 지역 구도는 ‘노 대통령의 구상 vs. 고건의 세력전 vs. 정운찬의 선택’이 엮어낼 서부 리그의 역동성에 좌우될 것이다. 동부 리그는 후보의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를 내려 하는 반면, 서부 리그는 지역 구도의 역동성으로 승부를 볼 것이다.


세대 구도:40대 유권자에게 선택받으면 당선한다


세대 구도에서는 40대가 가장 많은 인구 집단이며 동질적 투표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40대 유권자에게 선택받은 후보자가 대선 승자가 될 것이다. 지금의 20대 초반의 인구 집단은 역대 20대 사상 처음으로 지배 질서에 저항적이지도 이상주의적이지도 않은 세대이다.
철들면서 보게 된 외환위기와 청년 실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들은 기성 세대 이상으로 시장 친화적 성향을 급속하게 보이고 있다. 20대 초반은 전통적으로 ‘서부 리그 정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 그런 성향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이념 구도:우파 혹은 보수 쪽이 강세다


좌파, 혹은 진보보다 우파, 혹은 보수 쪽이 강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우파 세력이 오버해서 ‘애국 우파’의 칙칙함·어글리함을 빈번하게 드러낼 경우 중간층의 반작용이 커질 것이다. 선거에는 애국 우파보다 ‘시장 우파’ 혹은 ‘시장 보수’의 합리성이 유리하다.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진보 세력이 피해 의식이나 과대 망상 때문에 ‘선명 진보’의 역겨움, 비현실성을 빈번하게 드러낼 경우 중간층의 분노를 자극할 것이다. 선거에는 선명 진보 보다 ‘중도 시장주의’ 혹은 ‘먹고 사는 이슈’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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