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학점 ‘저금’하니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2.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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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은행제, 수능·내신 상관없고 취업·편입학 잘 돼 ‘인기’
대학 입학 시즌을 맞아 학점은행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수능 시험이나 내신 성적·나이 등에 관계없이
 
고등학교 학력 이상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원하는 전공 과정에 지원해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면 학위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학사 학위는 교양 30학점 이상, 전공 60학점 이상, 일반 선택 50학점 이내 등 총 1백4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전문학사 학위는 교양 15학점 이상, 전공 45학점 이상, 일반 선택 20학점 이내 등 80학점을 이수하면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22일 충남 공주시 의당면 유계리 대한상공회의소 충남인력개발원 대강당. 이 개발원의 2006학년도 수료식에서 메가트로닉스 산업기사 등 6개의 자격증과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받은 신동훈씨(29)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신씨가 검정고시를 거쳐 이 개발원에서 대학 졸업과 같은 학사학위를 받고 정부기관의 연구원으로 채용되었기 때문이다.
신씨처럼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전국 8개 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로 공부한 1천7백여 명의 수료생 가운데 79.6%가 전문학사 또는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수료생 가운데 이미 직업을 갖고 있거나 새로 취업한 사람도 95.7%에 달했다.   
강원인력개발원 정보기술학과를 수료한 황경아씨(32)는 두 아이의 엄마로 2년간 열심히 공부한 끝에 정보처리산업기사 등 5개의 자격증과 컴퓨터공학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15일 오후, 서울 남산에 있는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 50여 명의 학생이 잇따라 상영되는 단편영화들이 끝날 때마다 박수 갈채를 터뜨렸다. 한국영화교육원(KFAI(www.kfai. co.kr)) 2006년도 졸업 영상제 및 학위 수여식. <고등어 인간> 등 5편의 졸업 작품과 재학생들이 제작한 <달팽이> 등 8편의 기말 작품이 만들어져 이날 시사회 겸 졸업식에서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이날 학사학위를 받은 20여 명은 지금 촬영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영화꾼’의 길을 달려가고 있다.
이 교육원 학위 과정의 이번 졸업생은 20여 명. 그 가운데 10여 명이 영화계에 진출했고 2명이 방송계에 들어갔다. 나머지 4명은 정규대학에 편입했다.  졸업생 수가 많지 않은 것은 학점은행제 특성상 계절 졸업을 하는 데다가  군 입대로 인해 휴학 중인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정규 대학도 아니고 규모가 크지도 않지만 이들은 ‘영화에 미쳐’ 이 교육원을 2~4년간 열심히 다니며 공부한 학생들이다.
한국영화교육원은 이른바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이다. 2001년 9월 학점은행제 학위 과정으로 1기생을 받았다. 그리고 2005년부터 졸업생을 내기 시작해 3년간 50여 명의 학위 졸업생과 1천여 명의 아카데미 수료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거의 대부분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손재곤) 등의 감독에서부터 <바람 피기 좋은 날>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짝패>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복면달호> <그해 여름> <구미호가족> 등 거의 모든 국내 영화에 이 교육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역할을 맡았다. 
이 교육원 강석원 원장은 “<괴물>처럼 관객 동원 1천만명을 넘어서는 영화, <주몽>처럼 시청률이 40%대에 이르는 드라마 등 히트작이 잇따르면서 영화계 진출을 원하는 학생들의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2007학년도 신입생 정원을 전과정에 걸쳐 1백40명으로 크게 늘리고 시나리오 전공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하고 싶은 공부 마음대로 선택 가능
이 교육원은 현재 4년제 학사 과정(영화과)과 2년제 전문학사 과정(영화 제작·영상 연기·시나리오·프로듀서)을 개설하고 학점은행제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 개설된 60여 개 교과목이 모두 영화와 관련된 내용들이고, 갖추고 있는 영화 관련 장비도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게다가 건국대·숭실대 등과 협약을 맺어 교양과목 이수, 편입 및 대학원 진학 등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학점은행제를 이용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전문대·대학 졸업을 인정받기 때문에 취업이나 편·입학에서도 자격을 보장받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학점은행에 따르면 학점은행제로 공부해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1999년 34명에 불과했던 것이 올 2월 말 현재까지 7만6천8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00년 1천명, 2001년 2천5백명, 2002년 4천6백명, 2003년 8천2백명, 2004년 9천5백명, 2005년 1만3천명, 2006년 1만9천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전기에만 1만7천여 명이 학위를 취득했다. 학점은행제 교육은 4백65개 교육 기관이 담당한다. 이 중 절반인 2백24곳은 대학과 전문대가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이 담당한다. 고려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 등 거의 모든 대학이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학점은행제의 이점은 한곳에서만 교육을 받지 않고 여러 곳에서 학점을 이수해도 합산해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방송통신대의 경우에는 TV와 인터넷을 통한 원격 수강도 가능하다. 학점은행 신종수 팀장은 “최근 들어 간호학·안경광학 등 간호보건 계열과 게임 프로그래밍 등 게임 관련 전공, 군사 학사 및 군사 전문학사 등으로 전공이 특화되고 있다. 화예학의 경우 국내 대학 과정에 처음 신설된 후 일반 정규 대학에서 본떠서 만드는 바람에 학점은행제 졸업자가 교수를 맡고 있을 정도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학사 과정에서 한국어학·실용음악학이, 전문학사 과정에서 공연예술·애완동물 관리·임베디드 시스템·게임그래픽·바둑·자동차 튜닝 등 모두 8개의 전공이 신설되었다. 신팀장은 학점은행제 출신에 대한 차별이 점점 줄어들어 최근에는 교원, 사법고시, 공인회계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항공정비사 등의 학위·자격 취득에 학점은행 이수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군 장교나 부사관들은 군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훈련 과정을 평가해 학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장교들은 지상전·군수 관리·군사 행정 등 3개 전공의 군사 학사 자격을 받게 되고 부사관들은 지상전·군수 관리·군사 행정·해상전 등 4개 전공의 군사 전문학사 자격을 받는다. 군에 근무하면서 대학이나 전문대 과정을 마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사 학사 전공을 공부하는 등록생 수가 크게 늘어 2003년 이후 7천4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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