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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 1급 영업상무" 봄날 맞은 '날씨 경영'

기업들, 기후 예측에 적극 투자...기상청과 제휴도 잇따라

왕성상 편집위원 ㅣ 승인 2007.04.16(Mon) 09: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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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봄철에는 황사 예방 용품 판매도 늘어난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이 황사로 곤혹을 치른다. 집, 기업 할 것 없이 ‘먼지 폭탄’에 뒤덮여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호흡기 환자가 늘고 황사 경보가 내리는 날에는 나들이 인파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린다. 깨끗한 작업 환경이 필수인 반도체·전자 등의 업종은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조선·해운업, 농·수·축산업, 관광·여행업, 냉·난방 제품업과 스포츠계는 날씨에 직결되어 있다. 날씨에 따라 생산·판매·서비스 전략을 짜고 경우에 따라 경영 전반의 틀까지 바꾸어야 한다. 최근 ‘날씨 경영’이 기업의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5년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적게 생길 것’이라는 기상 당국의 예보에 맞춰 기름값 인하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예보는 빗나갔다. 기름값이 뛰어 기업들이 큰 손해를 보았다. 지난해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황사를 타고 날아올 것에 대비해 축산업계가 긴장했던 것도 기상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경영을 잘하려면 변덕스러운 날씨에 제대로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은 재계의 공식 룰처럼 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기상청과 업무 협력을 맺은 것도 그런 흐름과 관련 있다. 날씨 정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배를 만들 때 주로 밖에서 작업하고 있어 기상 정보가 조선산업의 경쟁력 요건들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지방기상청의 지원을 받는 현대는 태풍·호우 등 기상 재해에 대비해 경영 손실 최소화와 업무 안전성·생산성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기온·습도·풍속·태풍·풍랑 등 기상 현황을 독자 파악해 업무에 활용했지만 이번 협약으로 해상 기상 정보의 정확성과 전문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먼 바다 기상관측소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과도 협약을 맺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는 생산 현장 등 10곳에 기상 관측기를 두고 기상 상황실을 종일 운영 중이다. 기온·습도·풍속을 바탕으로 옥외 작업지수, 크레인 작업지수, 선박 이동지수 등 ‘조선 작업지수’를 계산해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전력의 안정적 생산·공급 관리에 기상 정보를 적극 활용키로 하고 지난 4월11일 기상청과 협약을 맺었다. 대부분의 전력 설비가 옥외에 있고 기상 영향을 직접 받고 있어 기상청 협조를 받아 업무 원활을 꾀하고자 한 것이다.
날씨 경영에 비중을 크게 두는 분야로 전자와 보일러 업종을 빼놓을 수 없다. 제품 생산·판매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품질·가격·디자인 못지않게 정확한 날씨 예측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마케팅과 서비스 내용에 따라 실적이 달라진다. 연간 계획을 짤 때 이듬해 기상 자료가 따라붙는다. LG전자가 지난해 휘센 에어컨을 1천2백28만 대 팔아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한 것도 날씨 예측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설을 앞두고 하루 평균 2천여 대의 에어컨 예약 판매고를 올렸고 주말에는 성수기 수준인 1만 대까지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백80%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는 “연초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기상 관측사상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데다 최근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자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자업계는 지난해 늦더위 여파와 올해 사상 최고의 무더위가 예측됨에 따라 에어컨 예약 판매는 2006년보다 40~5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가전사들은 황사에 대비한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해주고 살균 건조되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여러 종류의 제품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방진을 철저히 하는 반도체 업계 역시 ‘날씨 경영은 돈’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가 대표적이다. 황사 경보가 내리면 수동문 대신 자동문을 가동시킨다. 또 에어샤워 설정 시간도 2~3배 늘리며 불량률 줄이기에 적극 나선다.

   
  에어컨 판매 실적은 날씨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위는 LG전자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  
 

기상 전문가 초청해 특별 과외도


이런 가운데 기상 전문가들을 초청해 ‘날씨 특별 과외’를 받거나 정부와 협조 체제를 갖추는 기업들까지 생겨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는 지난 3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황사 전문가인 국립기상연구소 전영신 박사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전무는 “스모그가 생기면 황사 먼지보다 더 작은 극미세 입자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지적에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브리지스톤는 날씨 경영을 펴는 타이어 회사로 유명하다. ‘지구 온난화형 타이어’ 개발에 나서 화제이다. 이 회사는 집중 호우가 잦아짐에 따라 수막 현상(자동차가 물에 젖은 길을 달릴 때 조종성을 잃는 것)을 줄여주는 ‘레인 타이어’를 개발해 올여름 선보일 예정이다.
GS홈쇼핑 역시 날씨에 민감하다. 날씨가 갑자기 안 좋아지면 TV 홈쇼핑 매출이 5∼10%, 인터넷 쇼핑몰 방문 고객이 10%, 매출도 5%쯤 느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회사 케이블 TV사업부 관계자는 “식음료 업계에 ‘날씨가 영업부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모든 업종이 날씨를 ‘영업 상무’로 불러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용인 민속촌, 서울 드림랜드 등 놀이공원 운영 업체들도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손님이 뚝 끊긴다. 반면 주말에 날씨가 화창하면 몰려들 나들이객에 대비해 시설 내 음식 준비량과 일손을 늘려 매출을 최대한 올린다. 반대로 악천후 때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음식과 아르바이트생들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세븐힐스, 안양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등 골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기에 따라 영업 실적이 들쭉날쭉이어서 날씨 경영에 총력을 기울인다. 올겨울이 예상보다 따뜻해 골프장 개장을 앞당기기도 했다.
날씨 경영에 적극적이기는 식품·유통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김밥·햄버거 등 유통 기간이 짧은 식품류가 판매 상품의 70~80%를 차지하는 편의점은 날씨 영향을 받는 대표적 경제 현장이다. 한 유통 업체 조사에 따르면 맥주는 흐릴 때 잘 팔리고 소주·양주는 눈 오는 날 매상이 최고이다. 대신 도시락 장사는 눈 올 때가 최악이다. 맑은 날 잘 팔릴 것 같은 아이스크림과 빙과류는 구름 낀 날에 더 인기 있다. 매출이 적어도 40% 이상 는다. 날씨가 돈과 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손’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유명 건설사들도 날씨 정보를 사서 쓰고 있다. 악천후 때 생기기 쉬운 공사 현장의 안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특히 눈비가 오면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등 큰 손실이 생기므로 날씨 정보를 확인한 뒤 공기를 잡고 있다. 이 밖에 한솔개발의 한솔오크밸리, STX조선, 롯데월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날씨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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