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광고 '네티즌 마음대로'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6.04 10: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이트 배너 광고 교체 기술 개발...포털 주도 온라인 광고 시장에 변화 예고

 

 
경기도 군포에 사는 40대 후반의 쇼핑몰 사업자 김 아무개씨. 2년째 인터넷으로 화장품 등 생활 용품을 파는 ‘온라인 사업체’ 대표이다. 대학 졸업 후 2005년까지 해왔던 무역 일을 접고 지난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업무상 하루에도 수십 번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다. e메일 확인, 상품 동향 및 뉴스 속보 파악을 위해서다. 더욱이 고객들로부터의 구매 신청 접수, 신제품 확보, 택배 업체 접촉 때도 인터넷을 이용한다.
하지만 김씨는 포털 사이트 초기 화면을 대할 때마다 짜증스럽다. 곳곳에 배너 광고가 실려 바탕글을 가리는 데다 최근에는 경쟁사의 동영상 광고까지 등장해 신경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포털 사이트에 일방적으로 실렸던 배너 광고를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자신이 선택한 맞춤형 광고를 실을 수 있다’는 정보를 IT(정보기술) 전문가로부터 들은 것이다. 그는 포털의 배너 광고료가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쇼핑몰 광고를 하반기 중 싣기로 하고 시안을 만들고 있다.
김씨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보고 싶지 않은 배너 광고를 없애고 다른 광고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네티즌이 원하는 ‘맞춤 광고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같이 자신이나 특정 업체·단체 이미지 홍보 및 사업 내용을 포털 사이트 화면에 올릴 수 있어 배너 광고 시장에 일대 혁명이 예상된다. 네이버·다음·야후 등 국내 포털 업체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배너 광고가 지금까지는 네티즌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실렸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배너 광고를 지워 빈 공간으로 두거나 네티즌이 원하는 다른 내용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네티즌 처지에서는 똑같은 광고를 보는 것이지만 광고주와 포털 운영 회사 간의 계약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색 신기술을 선보인 곳은 온라인 광고 솔루션 개발 전문인 인터넷채널21. 이 업체는 PC에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해놓고 사이트 화면에 뜨는 배너 광고나 로고 등을 다른 내용으로 바꿀 수 있는 지적 재산권 등록을 마쳤다. 관련 특허 기술 2건과 상표 1건이 그것이다.
이 회사 주진용 대표는 “인터넷 웹 페이지를 이용한 광고 시스템 및 방법(특허 제0429760호)과 웹 페이지의 빈 공간을 이용한 광고 장치 및 방법(특허 제0424517호)에 대한 프로그램 특허 등록을 3년 전에 마치고 현재 실용화하는 단계이다. 지난 5월9일에는 프로그램 보급을 위한 상표(MYAD)까지 등록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인터넷 웹 페이지를 이용한 광고 시스템 및 방법’은 인터넷 사이트 배너 광고 모두를 없애거나 다른 내용으로 갈아 끼울 수 있는 것이며 ‘웹 페이지의 빈 공간을 이용한 광고 장치 및 방법’은 인터넷 사이트의 빈 여백에 광고를 넣을 수 있는 기술이다. 특정 포털 업계가 계약을 맺은 스폰서의 광고를 내보내야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다른 업체 광고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일반 네티즌들과는 달리 광고주와 포털 업체들은 영업에 큰 지장이 예상된다며 비상이다.
예전처럼 계약된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더라도 인터넷채널21 프로그램을 깐 네티즌이 다른 내용을 접해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외에 보급된 인터넷21 특허 프로그램 사용자는 약 20만명. 올 들어 5개월 동안 실적으로 거의가 사이트상의 일방적 광고 공해를 피하고 싶어하는 네티즌이다.
또 IT 업계가 잡고 있는 포털 업계의 올해 배너 광고 시장 규모는 약 1조1천억원.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증가했으나 이번 특허 기술 개발 및 실용화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인터넷 회사 간부는 “포털의 주요 수입원인 배너 광고 사업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라며 곧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임을 내비쳤다.


통신망 사업자들에게 주도권 넘어갈 수도


특허 기술을 개발한 인터넷채널21측의 시각은 다르다. 오히려 포털 업계 광고 시장이 더 활성화되고 개성을 살린 다양한 형태의 광고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이다. 특허 기술 개발자이기도 한 주대표는 “네티즌의 동의 아래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광고 교체가 이뤄지므로 포털 업체의 영업이나 기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배너 광고 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IT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 개발로 대형 포털 업체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초고속 통신망 사업자 쪽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 대상으로 KT를 비롯한 몇몇 회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포털 회사가 수주한 배너 광고는 삭제되고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입한 초고속 통신망 사업자 광고만을 보게 되어 집중도가 높은 온라인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견해이다.
텔레비전 방송처럼 무료 초고속 통신 서비스가 이루어져 인터넷 업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는 것.
이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없지 않다. 네티즌이 이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자신의 PC에 깔아야 하는 불편함과 포털들이 방해 프로그램을 개발해 맞대응하는 경우이다. 업계의 슬기로운 접합점 찾기와 당국의 중재, 네티즌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