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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덮은 괴기충천 ‘메디컬 공포’

호러 무비들 대거 개봉… 공간 특수성 살린 영화가 주류

명운화 (소설가) ㅣ 승인 2007.07.16(Mon) 14: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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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라고 한다.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의 하나가 공포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포털 사이트 맥스무비에서 여름에 가장 보고 싶어하는 장르를 조사한 결과 네티즌의 40%가량이 공포 영화를 선택했다. 그만큼 여름이 오면 공포 영화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올해 국내 영화계는 지난해 20편보다 더 많은 공포 영화를 개봉할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외화를 더한다면 약 40편의 공포 영화가 올여름 영화 팬들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눌려 있던 국내 영화계에 공포 영화가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들의 흥행에 제동을 건 것은 바로 공포 영화 <검은 집>이다. 뇌 이상으로 죄의식이 결여된 사람인 사이코패스를 다룬 이 영화는 6월 마지막 주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7주간이나 지속되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세를 막아냈다. 올해 공포 영화는 공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공간을 소재로 잡은 영화로는 우선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을 들 수 있다. <검은 집>은 외딴 공간에서 음침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이코패스를 그렸다. 황정민이라는 연기력이 뛰어난 티켓 파워와 탄탄한 구성력이 어우러져 <검은 집>은 2주 만에 10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또 하나의 특이한 공간은 <해부학 교실>이다. 해부학 교실은 의과대 해부 실습실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오싹하게 한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해부학 교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는 곧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영화 온라인 예매 사이트 씨즐이 지난 6월18일부터 25일까지 ‘늦은 밤, 혼자 있으면 가장 무서울 것 같은 공간은?’이라는 질문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부학 교실’이 7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괴담의 주요 공간으로 등장하는 병원(13%), 학교(9%), 화장실(4%) 등이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꼽혔다. 해부학 교실이 1위로 선정된 것은 영화 <해부학 교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 공간 설정에 성공한 영화는 <디센트>라는 외화 공포물이다. 동굴 입구가 닫히면서 서로 친구 사이인 주인공들이 폐쇄 공간 속에 갇히게 된다는 영화다. 이들 앞에 박쥐처럼 음향으로 먹이를 사냥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나고, 주인공은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디센트>는 동굴이라는 극히 폐쇄적인 공간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했고, 또 공간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세턴 어워드 공포영화상 및 필라델피아 필름 어워드 관객상 수상을 비롯해 전세계 영화제에서 6개 부문 상을 받은 수작이다.
이토록 공포 영화가 공간에 집착하는 것은 공간이 공포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저예산으로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공간은 공포 영화의 필수적인 배경으로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주대낮에 활보하는 귀신을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둡고 음침한 공간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공포 영화를 만드는 데 필수 요소이다.
다음으로 올여름 공포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메디컬을 소재로 한 영화의 강세이다. 한지민 주연의 <해부학 교실>,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는 각성 현상을 겪은 한 남자의 사건 이후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린 영화 <리턴>, 1940년대 연쇄 살인 사건으로 공포에 떠는 경성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 <기담>이 그렇다. 그리고 태국 공포 영화인 <샴>이 있다. <샴>은 샴 쌍둥이가 분리 수술을 받다가 한 명이 죽고 다른 한 명만 살아남게 된다는 스토리로 몸은 떨어졌지만 절대 떠나지 않는, 죽은 자의 영혼을 그려나간다. <샴> 또한 메디컬 소재의 범주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메디컬 소재를 공포 영화 소재로 잡기 쉬운 것은 병원이라는 공간적 특색 때문이다. 병원이란 삶과 죽음의 관문 같은 곳으로 인간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또 대다수 인간들이 병원에서 죽는다. 병원이야말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 지역인, 두려운 장소인 것이다.
   
   
 

‘호러 퀸’ 대결도 볼 만
공포 영화와 미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 관계를 지녔다. 전통적으로 공포 영화에 미녀들이 등장해왔듯 올해도 이 공식은 어김없이 통하고 있다. 지금까지 ‘호러 퀸’으로 등장해 스타로 성장한 배우를 찾아보면 <장화홍련전>의 문근영을 비롯해 박진희, 김민선, 공효진, 박예진, 박한별, 송지효, 김옥빈, 차예련, 서지혜 등 많은 미녀가 있다. 유독 화자가 남자인    <검은 집>의 황정민을 제외하고 대다수 영화 속 화자는 여자, 그것도 빼어난 외모를 갖춘 미녀들이다. 유독 공포 영화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하고 이들이 스타로 성장해가기 때문에 호러 퀸은 대중의 주요 관심거리이다.
6월18일부터 6월25일까지 영화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에서 실시한 ‘2007년 공포 영화에 출연한 여자배우 중 가장 기대되는 배우는?’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해부학 교실>의 한지민이 1위(36.86%)를 차지했다. <검은 집>의 유선(27.84%)과 <므이>의 차예련(23.45%), <기담>의 김보경(11.86%)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본선에서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호러 퀸을 꼽아보는 색다른 재미이다.
한국 공포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20억원 내외로 대체로 다른 영화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일면에는 한철 장사라는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산이 적게 들어간다고 해서 질이 낮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제작사의 기획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영화가 무조건 ‘잔인’ 일변도로 나가는 것도 문제이다. 얼마 전 종로구청은 거리에 나붙은 <해부학 교실> 포스터를 철거했다. 거리에 붙은 포스터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시민들이 구청에 항의를 한 것이었다. 일반 시민들, 특히 청소년·노약자들은 잔혹한 장면을 담은 포스터를 보고 충격받아 정신적인 외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문의는 충고한다.
잔인함이 공포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해도 부실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억지 춘향 식으로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쏟아져나오는 공포 영화들 중에는 작품성에서 평균 이하인 작품도 더러 눈에 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그런 영화가 관객들을 극장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포 영화라 해도 좀더 차별화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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