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돋은 손학규에 가시 돋친 범여권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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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오르고 캠프 인원 늘자 ‘깎아내리기’ 안간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범여권 후보 지지율 1위이다. 2위 3위와의 지지율 차이도 까마득하다. 6인 연석회의 고정 멤버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범여권과 ‘한 식구’가 된 느낌을 가질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격도 잠잠해졌다. 게다가 유명 점술가가 ‘손학규 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 예기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이들은 견제 정도가 아니라 완전 네거티브 공격을 하고 있다. 이해찬·한명숙·천정배·신기남·김두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비난은 손 전 지사의 결정적 하자,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변절’에 맞춰져 있다. 아픈 상처를 헤집어 소금을 뿌리자는 계산이다. ‘굴러온 돌’ 이 ‘박힌 돌’을 빼내는 상황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사방의 견제와 공격에 대해 “작은 차이를 덮고 큰 틀로 대동단결하는 게 대통합의 기본 정신”이라고 점잖게 응수했다. 각을 세울 경우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불리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범여권의 공격에는 “손학규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손 전 지사는 7월15일 광주를 방문해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광주를 찬양했다. “광주에 올 때마다 광주 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을 떠올린다”라며 “지금 광주란 말은 밟아도 밟아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의지이자 이 땅 민주주의와 평화를 일궈낸 자랑스런 이름”이라고 추앙했다. “광주 정신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이는 우리의 시대 정신으로 광주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겠다”라며 광주 정신과 대통령 선거를 연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범여권 주자들이 가만 있지 않았다. 천정배 의원은 “(광주 정신 발언은) 아름다운 한국말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에서) 단물 빨아먹은 게 광주 정신인가? 전두환·노태우가 만든 당에 들어가는 게 광주 정신인가? 김대중·노무현을 떨어뜨리기 위해 뛴 것이 광주 정신인가?”라며 쉬지 않고 손 전 지사를 비난했다.
손 전 지사측은 “한나라당에 들어간 것은 김영삼 정권 때로 전두환-노태우 군정 세력 때와는 다르다”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YS 정권 역시 노태우 군부 정권-민정당과 손잡은 민자당 정권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세 번, 장관 한 번, 도지사 한 번의 화려한 경력을 쌓기도 했다.
천의원의 손 전 지사 비난은 손 전 지사의 약점이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즉, ‘공격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7월12일 방송에 출연해 “가장 쉬운 상대가 손 전 지사”라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여론조사에서 밀려 탈당한 뺑소니 후보”라는 한나라당 대변인 성명까지 인용했다. ‘가장 손쉬운 후보’라는 딱지는 손 전 지사를 괴롭힐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손학규 필패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필패론’에 짓눌려 경선 도중에 이탈한 이인제 의원의 연장이다. 한나라당 경선을 불복한 이의원과 경선을 거부하고 탈당한 손 전 지사를 같은 대열에 세우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해찬 전 총리도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만 같고 살아온 길이 다르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범여권을 기웃거려도 혈액형이 다르다는 쐐기 박기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당만 바꾼다고 금방 민주 개혁 세력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고,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이회창 대통령을 외쳤던 분”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김영환 전 의원도 “탈영병을 데려다 사령관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

노대통령과의 관계 따라 지지도 출렁일 수도
범여권 주자들의 부쩍 심해진 손 전 지사 견제는 그의 지지율도 지지율이지만,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은 물론 청와대 참모 출신까지 손 전 지사 캠프에 합류하는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까지 손 전 지사를 지지한 범여권 의원은 김부겸·정봉주·안영근·김동철·신학용·오제세 의원 등 8명이다. 그러나 더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단 한 명의 의원도 따르지 않은 것과 한나라당에 있을 때 그의 계보 의원이 다섯 손가락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돌이켜보면 대단한 기세이다. 더구나 6월17일 열린 그의 선진평화연대 창립식에는 무려 65명의 범여권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 때보다 많다. 범여권 주자들이 손 전 지사를 견제해야 하고 가능하면 ‘죽여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다. 한 전 총리는 “손 전 지사 지지율이 높다고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한 것도 위기감의 반영이다. 또 노대통령이 잠잠하다지만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평포럼 총회에서 손 전 지사를 ‘위장전입자’라고 비난한 것은 그에 대한 시각이 변함 없음을 말해 준다.

 
범여권 후보를 예측하고 대통령 선거를 전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있었다. 조선일보의 7월2일 조사에서 “올 대선에서 노대통령이 지원하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는가”를 물은 결과 무려 78.8%가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지지하겠다”는 7.6%다. 무응답은 13.6%다. 누가 범여권 후보가 되든 노대통령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무조건 낙선’임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노대통령이 지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호남에서조차 15.3%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은 아예 한자릿수이다. 같은 조사에서 노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18.7%. 노대통령 지지자들조차 그를 승계할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조인스 풍향계 7월11일 조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 가운데 노대통령과 통치 스타일이 가장 비슷할 것 같은 후보를 물었다. 그 결과 이해찬 20.1%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정동영 15.9%, 이명박 5.5%, 손학규 5.1%, 한명숙 4.4%, 박근혜 3.5%로 나타났다. 이는 달리 말해 이해찬 전 총리의 한계이다.
현 시점에서 범여권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율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20%포인트면 유권자로는 4백만명 정도의 차이이다. 대선에서 4백만명이면 ‘산사태’를 의미한다. 조선일보 7월14일 조사에서 범여권 후보들 지지율을 보면 손학규 7.3%, 정동영 3.3%, 이해찬 2.8%, 유시민 2.7%다. 같은 날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손학규 7.6%, 정동영 2.8%, 이해찬 2.1%, 한명숙 1.1%다. 그나마 노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손학규·정동영 만이 선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범여권 후보 적합도는 조선일보 조사에서 손학규 34%, 정동영 16%, 이해찬 9.9%, 유시민 8.8%, 한명숙 4.6%다. 동아일보 조사는 손학규 27.2%, 정동영 9.0%, 한명숙 5.4%, 이해찬 5.1%, 유시민 4.4%다. 반노-비노 후보들의 지지율이 훨씬 높다.
만약 손 전 지사가 노대통령을 칭송하고 노대통령과 연대할 경우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할지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과 척을 지면 범여권 후보가 될 가능성은 멀어진다. 범여권 후보 가운데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구가한다 해서 손 전 지사의 앞날이 평탄하리라고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앞에 버티고 선 노대통령은 험악한 분위기이고 범여권 후보들은 칼을 갈고 있다. 그렇다고 ‘홀로서기’도 불가능하다. 천정배 의원의 주장처럼 “(한나라당에서) 단물을 빨아먹은” 업보일지 모른다. 손학규의 범여권 후보 지지율 1위는 그래서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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