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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이직 방지에 ‘헌혈’ 샌다

혈액관리본부 의사들에게 1천5백만원 추가 지급…‘의사 확보’ 명목 주장

유근원 기자 ㅣ 승인 2007.08.20(Mon) 10: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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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가 혈액관리본부 의사직 직원들에게 ‘이직 방지’ 명목으로 특별 상여금을 매년 지급해 논란을 빚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국민이 헌혈한 피를 팔아 번 돈을 내부 인건비의 편법적인 인상에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적십자사는 ‘의사 확보 조정비’라는 명목으로 소속 혈액관리본부 의사직 직원에게만 1천5백만원 상당의 특별 상여금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는 헌혈로 모은 피를 헤모글로빈, 혈장, 혈소판 등으로 분리해 병원 등에 팔아 그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따라서 돈의 사용 목적과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도 의사 확보 조정비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조직원 간 갈등을 빚어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적십자사측은 “의사 이직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며 “혈액관리본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6천2백만원 선으로 이들에게 ‘의사 확보 조정비’로 매년 1천5백만원을 추가로 지급해 이직을 막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영찬 혈액관리본부 교육홍보팀장은 “대학 병원 등 다른 병원 의사의 연봉에 비해 혈액관리본부의 의사 월급은 상대적으로 적다. 의사 확보 조정비를 2006년부터 신설해 혈액관리본부 의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팀장은 또 “오히려 의사들이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업무 과중으로 퇴사를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이직률이 58%에 이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 노조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혈액관리본부에 근무하는 의사는 직책이 실장이거나 지방센터장으로 대부분 관리·감독을 맡고 있어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연봉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는 학술 연구비로 지급”
한 노조원은 “혈액관리본부에 배치된 의사들이 하는 일은 주로 업무상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일이다. 의사들이 이직을 하는 이유는 업무가 의사의 일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지 연봉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적십자사에는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도 꽤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논란이 된 의사 확보 조정비는 이전의 학술 연구비를 변형시킨 것이다. 혈액관리본부는 지난1996년부터 의사들에게 학술 연구 논문을 제출하도록 하면서 연구비 명목으로 9년간 20여 억원을 지출했다. 노동조합은 “의사들에게 혈액 연구와 동떨어진 8~10쪽 분량의 논문을 쓰게 하고 건당 1천5백만원을 지급해왔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는 아예 논문 제출 제도마저 없애버리고 비슷한 금액을 의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조원 이 아무개씨는 “학술 연구비는 영수증 처리도 되어 있지 않아 세금 신고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혈액관리본부는 “학술 연구비는 인건비 명목이어서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다. 편당 1천5백만원의 학술 연구비는 의사들의 임금 보전 성격으로 지급되어왔으며 의사들이 제출한 논문은 내부 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자료였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적십자사 내부의 한 제보자는 “논문에 대해 심사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논문을 교육에 활용한 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혈액관리본부는 “매년 논문집을 책자로 묶어 발간했다. 또 사내 게시판을 통해 논문 내용을 올려 직원들이 볼 수 있게 했다”라고 밝혔다.

   
   

서부혈액원 서 아무개 실장이 제출한 논문 사진 비교. 1999년 ‘혈액형 아형의 유전자 분석 및 유전자형 검사’와 2002년 ‘ABO 혈액형 유전자에 대한 국내외 연구 고찰’이라는 논문에는 동일한 유전자 염기서열 사진이 반복 사용되었다.

돈 먹는 ‘무늬만 학술 연구’

혈액관리본부가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게 제출한 ‘2002~2006년까지 의무직 연구비 지급 내역’과 매년 발간된 논문집을 확인한 결과 동일한 제목으로 작성된 논문은 수년에 걸쳐 반복 제출되었고, 그때마다 매번 연구비 1천4백96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저널>은 논문을 검토한 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논문에 대해 대한적십자사측에 e메일로 답변을 요구했다.
 2002년 광주전남혈액원 전미정 실장이 제출한 ‘Amicus와 MCS+C2(성분채혈장비)를 이용한 혈소판 성분 헌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은 이듬해인 2004년 같은 제목으로 다시 제출되었다. 2002년 발행한 논문집에는 전미정 실장이 제출한 논문이 실리지 않았지만 연구비는 지급되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적십자혈액관리본부 : 전미정 실장은 2002년 7월1일부터 2003년 6월30일까지 휴직하고 미국 연수를 떠났다. 이로 인해 전실장은 논문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복직 후 완료해 2004년에 결과물을 제출했다. 2004년도 학술 연구 논문집에 실린 동 제목의 논문은 같은 논문을 두 번 제출한 것이 아니다.
 박수진 실장이 함께 제출한 ‘헌혈자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형 분석’이라는 8쪽짜리 논문. 위원장과 박실장이 함께 연구한 한 편의 논문인데도 연구자 각각에게 1천4백96만원씩 지급되었다. 그 이유는?
적십자혈액관리본부 : 임금 보전의 성격이었기 때문에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경우에도 각자에게 학술 연구비가 지급되었다.
 2002년 전북혈액원 조용곤 실장은 ‘대한적십자사 혈액 서비스에 대한 전북 지역 의료기관의 만족도 조사’라는 논문을 제출했다. 학술 연구 논문이라기보다는 내부 직원 52명을 상대로 한 만족도 조사라고 보이는데?
적십자혈액관리본부 : 전북 지역의 경우 의료 기관의 수가 적어 설문 표본 수가 적었다.
 위 조사의 설문은 이미 혈액관리본부 조남선씨가 1999년에 학술 논문으로 제출한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서비스에 대한 의료 기관의 욕구 조사’의 설문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의 논문이 설문조사인지 학술 논문인지 궁금하며 3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지의 질문이 전혀 바뀌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적십자혈액관리본부 : 의료 기관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며, 시간적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2002년 중앙혈액원 최 아무개 실장이 낸 학술 논문. 최실장은 ‘적십자 혈액원 간호과 인력 관리 프로그램의 개발’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1천1백22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최씨가 개발했다는 인력 관리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액세스(Access)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히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적십자혈액관리본부 : 중앙혈액원 최 아무개 실장의 퇴사로 확인할 수는 없으나 당시 인력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내 요구가 있었다.
 중앙혈액원 이미경 원장은 2004년 학술 논문으로 ‘혈액 사업 업무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 운영 현황’을 제출했다. 하지만 논문을 살펴보면 본론 내용에서는 해외에서 헌혈자 정보 관리와 관련한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한 사례들만 연도별 순으로 열거했을 뿐 특별히 연구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또 2005년 혈액관리본부 김문정 실장이 제출한 ‘헌혈 혈액 자동화 시스템 비교 분석’이라는 논문은 이미경 원장의 논문과 비슷하다. 이 논문에는 캐나다와 호주, 미국 등의 사례를 나열했을 뿐 학술 연구와 관련한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 혈액관리본부 김문정 실장은 앞서 2002년에도 ‘캐나다 혈액 사업 분석’이라는 논문을 제출했고 2003년에도 ‘선진국에서의 공공 제대혈 현황 분석’이라는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 작성을 위해 연구자들은 현지 출장을 다녀왔나?
적십자혈액관리본부 : 학술 연구에는 사례 연구나 리뷰(관련 연구 종합 검토)의 형태도 있으며, 위 연구자들의 학술 연구와 관련된 해외 출장은 없었다. 논문과 관련된 자료 수집은 해외 학술지나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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