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니받거니 하다 ‘골병’ 든다
  •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장) ()
  • 승인 2007.09.1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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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적게 마셔도 자주 마시면 치명타…‘건강한 음주법’은 없어

 
회식을 할라치면 늘 ‘술 한두 잔은 몸에 좋아’라며 술을 권하는 주당들이 있다. 특히 포도주 한두 잔은 더 그렇다고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술 한두 잔은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 이 주장이 나온 연구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연구들은 한결같이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또 대부분이 심장병의 발병 및 사망을 감소시켰다는 보고들이다. 이 연구 결과를 그대로 우리나라 사람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할까?
우리나라 사람의 심장병 발생과 사망은 대체로 서양인의 10분의 1, 많아야 3분의 1 정도이다. 한두 잔의 술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만큼 비중이 낮아지는 것이다. 술이 심장병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반대로 해가 되는 질환은 없을까? 서양인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자주 발생하는 뇌졸중, 간질환, 당뇨, 교통사고 등은 한두 잔의 술에 의해서 더 늘어난다. 술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과 서양인 사이에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서양인은 술을 권하지 않고 각자가 알아서 마시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이상은 한두 잔의 술로 끝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는 보통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음주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술자리가 한두 잔으로 끝나는 법이 거의 없다.
오히려 2차, 3차로 분위기를 바꿔가면서 마시게 되는 시발점이 바로 술 한두 잔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술을 마실 때 안주도 많이 먹는다. 반면 서양인은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다. 우리에게 영양 과잉과 비만, 당뇨가 증가하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술과 함께 먹는 음식과 안주가 양도 많고 칼로리도 높기 때문이다.
술은 안주로 해독되지 않는다. 안주를 잘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위장에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안주는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는 속성이 있다. 음주의 위험성은 어떻게 마시든 마시는 알코올의 절대량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안주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의 음주법은 사실상 알코올성 질환을 가중시키는 음주법인 것이다.
이른바 ‘건강한 음주법’이라는 것도 사실상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는 음주법이다.
천천히 마시든, 순한 술부터 시작해서 독한 술을 마시든, 3~4일 간격을 두고 마시든 결과는 마시는 술의 절대량에 비례한다.
식사 때마다 마시는 한두 잔의 반주나 잠을 잘 자기 위해 마시는 술 한두 잔은 어떨까? 1주일 내내 마신 총량이 소주 1병반을 넘는다면 비만, 당뇨, 뇌졸중, 암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술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알코올 중독으로 접어드는 지름길이다.  그래도 술 한두 잔은 우리 몸에 좋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어쩌다 한두 잔, 그것도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마시는 정도가 몸에 가장 좋은 음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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