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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범죄 백화점 사이버 세계

정락인 기자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7.10.08(Mon) 1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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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재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사이버 범죄자들은 첨단장비로 무장한 수사기관을 감쪽같이 따돌린다. 신출귀몰한 범죄 수법에 혀가 내둘릴 정도이다. 
최근 사이버 범죄는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수법이 아주 다양하고 교묘해졌다. 무엇보다도 범죄의 이동현상이 뚜렷하다. 오프라인 범죄가 온라인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다. 사이버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오프라인 범죄의 본산은 생활정보지였다. 생활정보지에 실린 각종 정보들은 범죄의 미끼가 되거나 이용되는 일이 허다했다. 
생활정보지를 매개체로 성행하던 지입사기, 취업사기, 부동산 매매사기, 대출사기 등도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화물차 지입사기’의 경우 생활정보지 광고 중 90%가 사기로 연결되었다. ‘화장실 범죄’로 일컬어지는 장기 매매, 난자 매매, 상업적 대리모 등은 온라인에 둥지를 틀었다. 다단계판매 업체들도 온라인에서 회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심지어 룸살롱, 성인 가요주점 등도 사이버에서 손님을 모으고 2차(성매매)를 유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북창동’을 검색해보면 북창동의 룸살롱이나 가요주점이 검색된다. 영업의 생사를 쥐고 있는 영업 상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우미들의 ‘야릇한 서비스’ 사진까지 버젓이 올려져 있다.
성인 가요주점도 홈페이지 개설하고 유혹
범죄의 근거지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독립 사이트, 카페, 블로그, 인터넷 게시판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아예 실체를 숨기고 범죄를 모의하거나 불법 거래를 일삼는다. 인터넷에 게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직접 접촉하고 있다. 채팅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등에서 쪽지를 통해 은밀히 범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류위조’ ‘장기매매’ ‘난자매매’ ‘마약거래’ ‘병역기피 모의’ ‘대리모’ ‘매춘’ ‘앵벌이’ 등이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브로커들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음성적으로 거래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경찰의 사이버 범죄 수사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가 있다. 현재 수사기관의 사이버 범죄 수사 과정은 인터넷 모니터링→범죄혐의 게시물 포착→해당 사이트에 IP 확인 요청→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를 통한 해당 IP 위치 추적→범인 검거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신종 사이버 범죄자들은 수사상의 작은 허점을 이용하며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사이버 범죄가 전문화·조직화 되는 것도 문제이다.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우발적 범행이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바뀌고 있다. 전혀 다른 새로운 범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기존 범죄가 진화하기도 한다. 위장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불특정 다수에게 거짓 e메일을 보낸 뒤 개인정보 또는 금융정보 등을 빼내는 피싱이 대표적이다. 컴퓨터 보안 전문업체 시만텍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거대 피싱 세력 30%가 전세계 피싱 인터넷 사이트의 86%를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사이버 범죄자들이 전문 인터넷 범죄조직과 팀을 이루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조직과의 연대 움직임도 있다. 이미 상당수의 범죄 조직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외국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아예 현지 교포들과 연계하여 한글로 구성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급증했다. 이병석 경남경찰청 외사수사대장은 “외국에 있는 사이트를 추적하여 검거한다는 것은 현실적,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경우 인터폴이나 현지 경찰과 공조제체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검거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대장은 “국내 사이버 범죄의 경우 IP(인터넷 주소)만 추적하면 곧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범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는 백화점처럼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없으며,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입국 절차 없이 외국 어디라도 즉시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범죄가 늘어난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둔갑한 청소년들
청소년 사이버 범죄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사이버상에서 청소년은 범죄의 대상이었다. 각종 음란물에 노출되거나 물품 구매사기의 피해자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소년에 의한 사이버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가 피의자로 둔갑한 것이다.
   
 
ⓒ연합뉴스
 
사이버 범죄의 가장 큰 해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는 사이버 폭력 예방 캠페인에 참가한 어린이들.
전북 군산시에 사는 강태현군(가명·18)은 지난 6월 친구 3명과 함께 인터넷 물품 구매 사이트를 개설해 놓았다. 주문자가 돈을 입금하면 잠적하는 수법으로 59명에게서 1천2백70만원을 챙겼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구속 수감되었다. 강군은 최근 자신을 체포했던 의정부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편지였다. 강군은 “어릴 적부터 조부모의 품에서 자랐다. 중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15세 때 소년원에 처음 들어갔다. 소년원에서 나온 후 친구들과 인터넷 사기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렇게 큰 범죄인 줄 몰랐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의정부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 서영주 형사는 “청소년들은 인터넷 범죄를 쉽게 생각한다. 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쉽게 범죄에 빠져 든다”라고 말했다.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과 2만여 개에 이르는 PC방, 수만 개의 사이버 커뮤니티는 각종 범죄의 통로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킹, 바이러스 유포, 메일폭탄 등 사이버 테러형 범죄 건수는 지난 2001년 7천5백95명에서 지난해 1만5천9백79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 사기, 불법사이트, 사이버 성폭력, 명예훼손 등 일반 사이버 범죄는 3.6배로 급증했다. 온라인에서 범죄 모의나 거래가 이루어진 후 오프라인에서 실행되는 형태이다.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이버 스토커도 생겨
사이버 범죄의 특징은 얼굴과 이름을 감출 수 있는 익명성이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고 PC방을 이용하면 자신을 완전히 숨길 수 있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행세가 가능하다. 흔적을 쉽게 지울 수도 있다. 한꺼번에 수천~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이라는 특성상 정보 발신자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정보의 증거 인멸과 수정이 간단하다. 그만큼 수사가 어렵다.
대학생 이민선씨(여·22)는 얼마 전 사이버 스토커를 경험했다. 올해 3월부터 자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익명의 네티즌이 ‘예쁘다’ ‘맘에 든다’ ‘만나고 싶다’는 등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한 이씨가 글을 계속 지우자 이번에는 e메일로 일방적인 연애편지를 보내왔다. 메일주소를 바꾸어도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일을 보내는 횟수도 늘어나고 내용도 낯 뜨거울 정도로 강도가 심해졌다. 결국 이씨
   
   
의 오빠가 나서면서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씨는 “다른 사람이 당한 것에 비하면 내 경우는 순진한 측에 속한다. 어떤 사람은 음란사이트에 개인정보(e메일,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하루에도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전화 번호를 바꾼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 스토커들도 심한 경우 외국에 설치된 음란사이트를 이용해 음란 글이나 언어폭력을 일삼기도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9월12일 내놓은 ‘최근 우리 사회의 경제범죄 실태와 정책대응과제’보고서에는 사이버 범죄가 2004년 7만7천99건에서 지난해에는 8만2천1백86건으로 6.6%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범죄가 늘어나면서 사이버 세계에는 ‘사이버 보안관’이 등장했다. 사이버 보안관들은 자발적으로 결성된 조직이다. 대부분 범죄 피해자들이 피의자를 추적하려고 나섰다. 돈을 받고 심부름을 해주는 흥신소들도 사이버 범인을 잡겠다며 광고를 하고 있다. 다음 카페의 경우 흥신소를 금칙어로 설정해 놓았다. 하지만 통합검색에서 ‘흥신소’를 검색하면 흥신소 광고가 줄줄이 나타난다. ‘금칙어’가 근본적인 범죄 예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사이버 범죄를 막기 위해 1997년 컴퓨터 범죄수사대를 설치, 컴퓨터 관련 범죄를 수사해 오다가 1999년에 사이버 범죄수사대로 확대 개편했다. 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는 해킹, 바이러스 유포범죄 등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수사하고 있다. 일반범죄는 일선 전담 수사요원들에게 수사를 지시 하거나 수사기술을 지원함으로써 전국적인 공조체제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포털사이트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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