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당에 “피가 모자라”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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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국당, ‘명망가 수혈’ 등 외연 확대 뜻대로 안 돼 노심초사…“대선 끝난 뒤가 더 걱정"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혹은 다른 명망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될 수 있을지는 나도 의문이다.”
최근 문국현 대선 후보의 창조한국당에 합류한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창당 이전 문후보는 “현역 의원 50~60명이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그분들 중에서도 10~20명 정도만 추려서 받을 것이다”라고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눈에 띠는 인물은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김영춘 의원에 불과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계안 의원 외에는 움직일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다른 의원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쓸 것 같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서라도 거대 정당을 끼고 있는 것이 여러 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후보 지원자인 이계안 의원도 깊숙이 관여는 하고 있지만 창조한국당 당원은 아니다. 원혜영 의원 등 문후보와 함께할 것 같았던 의원들은 요즘 조용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같은 이는 오히려 “나를 지지했던 분들은 문국현 후보 쪽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런 장애물을 넘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문후보 외에 당을 상징할 수 있는 다른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문후보 외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 것은 대중 정당으로서 큰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문후보의 말처럼 내년 총선까지 매진하는 정당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당 내부에서 “강금실 전 장관, 진대제 전 장관, 박원순 변호사 등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모셔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절박감의 반영이다.
외형상 순조롭게 창당식과 후보 추대식을 치른 창조한국당이지만 내부 사정은 조금 복잡해 보인다. 우선 정당 조직을 운영해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직 체계가 허술하다. 지역당과 중앙당 창당, 그리고 담당자 인선까지 완료하며 어느 정도 구색은 갖췄지만, 아직도 다른 정당에 비해서는 부족한 모습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캠프 내부를 보면 말만 가득하고 실제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푸념했다. 시민단체, 학계, 범여권 등 다양한 세력이 결합했지만,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은 친노무현 성향의 일부 당직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인선 작업이 늦어지면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당 내부에서도 분업 시스템을 완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당은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조직인데 비정치인들이 모였으니 제대로 돌아갈리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당과 캠프 사이 불협화음도

인선 작업도 걸림돌이다. 당 창당 이전부터 선대본 내부의 인사 문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설을 의심할 정도로 여당 출신 인사들이 캠프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자 출마 선언 때부터 함께한 사람들이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분위기이다.
정범구 전 의원은 최고위원 자리를 받았지만, 당 대표 자리는 이용경 전 KT 사장과 녹색구매네트워크 이정자 상임 대표가 차지했다. 김헌태 정무특보는 초반에 문국현 바람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지만, 현재 그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문국현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제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 이유이다.
내부에서는 선거 캠프와 창조한국당 간 파워 게임 기미도 보인다. 당과 캠프 운영의 핵심인 ‘돈줄’을 캠프에서 쥐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한 관계자는 “캠프가 돈을 관리하고 당에서 돈을 얻어쓰는 모양새이다. 자금이 체계적으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창당이 되었으면 당으로 권한이 통합되어 후보를 지원하는 모양새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당이 캠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2002년 정몽준씨가 이끌던 국민통합21도 저런 모양새였다. 당이 아니라 후보가 먼저 서게 되면 저렇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문후보가 개인 자격으로 얻은 인기를 통해 캠프를 먼저 세우면서 당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자연히 당과 캠프의 유기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조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지금보다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가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선거 캠프는 12월19일이 끝나면 해체되는 조직이다. 현재처럼 캠프가 당보다 우위에 있으면 대선이 끝난 뒤 캠프 내 사람들이 당직자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직자들 사이에서 존재한다.
이처럼 기우뚱거리는 창조한국당의 출발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창당 자체가 후보 단일화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 내부에서도 단일화를 위해 통합을 할 것이냐, 독자적으로 세력화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문후보가 독자 세력화를 통해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까지 가는 쪽으로 힘을 싣고 있다. 지지자들 다수도 문후보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어 창조한국당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후보는 창당식에서 “기존 정치권들이 하지 못한 국민들의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라며 다른 정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무엇이 다른지는 뚜렷하게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문후보의 ‘깨끗함’과 ‘참신함’은 문후보 개인의 장점이지 창조한국당의 장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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